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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클로즈업] 5G 중간요금제, 통신사 ARPU에 미칠 영향은?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5G 중간요금제’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통신업계가 긴장하는 눈치다. 요금제 구성은 곧 통신사들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가입자당평균매출(ARPU)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정치권을 필두로 중간요금제 출시 압박이 거세진 가운데, 통신사들은 ARPU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통신3사는 최근 5G 중간요금제 출시 관련 검토에 들어갔다. 업계 안팎에선 통신사들이 올해 하반기 국정감사를 앞두고 중간요금제를 출시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인수위원회 당시 ‘5G 요금제 다양화’를 국민제안과제로 발표하면서, 성과물을 내지 않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5G 중간요금제 공백에 대한 문제제기는 꾸준히 있어왔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통신3사가 출시한 46개 5G 요금제 가운데 15~100GB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는 하나도 없었다. 정작 과기정통부 무선데이터트래픽 통계상으로 잡히는 1인당 평균 데이터 이용량은 작년 말 기준 26.2GB에 이른다.

통신사들이 5G 중간요금제 출시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ARPU 때문으로 분석된다. 5G 요금제는 최대 13만원에 달하는 고가 요금제 분포가 많아 고ARPU 서비스로 여겨진다. 보통 중간요금제가 없다면 5G 이용자들은 15GB 이하 저가 요금제와 100GB 이상 고가 요금제로 양극화되는데, 상기한 1인당 평균 데이터 이용량(26.2GB)을 생각해보면 상당수 이용자들이 고용량 요금제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5G 중간요금제가 출시되면 선택지가 없었던 가입자들이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고가 고용량 요금제로 가입자를 유도해오던 사업자 입장에선 ARPU 하락이 염려되는 지점이다. 그동안 통신3사는 실적 컨퍼런스콜 등을 통해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가 ARPU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해왔지만, 실제 가입자들이 어떤 요금제로 이동하느냐에 따라 ARPU 변동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통신사들은 5G 중간요금제를 어떤 형태로 출시할 것인지 내부적으로 고민에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통신사들은 중저가 요금제 출시 요구에 대해 ‘온라인 요금제’ ‘청소년 요금제’를 출시하는 등 가입자 유입을 한정하는 다소 우회적인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따라서 이번 5G 중간요금제 출시에 있어서도, 청년·어르신 등 가입자 대상과 목적을 특정하는 요금제를 내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또는 5G 중간요금제에서 데이터 용량을 어떻게 설계할지가 관건일 수 있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기존 대용량 요금제 가입자보다 저용량 요금제 가입자를 움직일 수 있는 중간요금제가 필요하다. 실제 통신사들 사이에선 10GB 이상 20GB 이하 수준 혹은 최소 30GB 이하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가 거론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상대적 저ARPU인 LTE 또는 5G 저가 요금제 가입자를 흡수해 ARPU 상승을 꾀할 수도 있다.

실제, SK텔레콤 5G 요금제 기준 10GB를 제공하는 ‘5G 슬림’(월 5만5000원)과 110GB를 제공하는 ‘5GX 레귤러’(월6만9000원)간 금액 차이는 1만4000원이다. 통신사가 중간요금제를 만든다면 6만원 초반대가 유력한데, 그렇다면 기존 110GB 제공 요금제와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을 확률이 높다. 결국 기존 10GB 제공 요금제를 쓰던 이용자들이 오히려 신설된 중간요금제로 몰릴 가능성이 더 크다.

증권가에서도 이런 점들을 고려해 5G 중간요금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5G 보급률 둔화가 시작됐기에 중저가 요금제는 통신사업자들도 검토하던 카드 중 하나였다”며 “중간요금제 도입이 ARPU에 소폭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내다봤다.

일단 통신3사 가운데 SK텔레콤은 5G 중간요금제 출시 가능성을 시사한 상태다. 김진원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0일 열린 2022년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5G 가입자 추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다양한 요금제를 검토 중”이라며 “5G 보급률이 40%를 돌파한 시점에 다양한 요금제 출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1인당 평균 데이터 이용량이 26.2GB라는 것은 말 그대로 ‘평균치’이고, 실제 내부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통계로는 대용량 요금제에 대한 수요가 오히려 더 높다”면서 “다만 고객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취지에서 5G에서도 다양한 요금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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