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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아픈손가락 ‘티맵’, 생존카드 ‘로지 인수’ 첩첩산중 [IT클로즈업]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티맵모빌리티(이하 티맵)가 기로에 섰다. 대리운전시장에서 우위를 점해 수익을 개선하려 했던 계획에 변수가 생겼다.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 ‘대리운전업 중소기업 적합업종 권고’ 때문이다. 자칫 대리운전 사업 철수를 비롯해 기업 생존 전략을 다시 짜야 할 수도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티맵은 국내 최대 대리운전 중개 프로그램사 ‘로지’를 운영하는 바나플 인수를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나플은 티맵에 매각 의사를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현재 대리운전시장은 로지 등 전화호출 기반 사업자들이 8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앱을 통한 대리운전서비스 시장은 20%에 그친다. 이마저도 카카오모빌리티 영향권 내에 있다.

이에 대리운전시장 후발주자인 티맵이 전화 콜 시장에서 압도적 위치에 있는 로지와 손을 잡게 되면 카카오모빌리티를 앞설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대리운전시장 0.5% 점유율밖에 가지지 못한 티맵이 로지 인수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장유진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장은 지난 2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로지는 대리운전시장 65~70% 점유율을 가진 곳”이라며 “티맵은 로지를 인수하는지, 콜 공유를 하는지 입장을 밝히지 않고, 관제 프로그램은 동반위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티맵은 이번 인수와 관련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만 공식적으로 답하고 있다.

점유율뿐 아니라, 티맵은 수익화를 위해서라도 로지가 필요하다. 현재 티맵은 적자다. 캐시카우를 낼 수 있는 사업은 현재로선 없다. 우버와의 합작사 ‘우티’에서 택시 호출 서비스를 맡고 있고 티맵은 킥보드, 전기차충전, 주차, 렌터카 등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내놓았다. 티맵 입장에서 수익화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핵심사업은 ‘대리운전’뿐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사례만 봐도, 대리운전 사업은 알짜다. 카카오모빌리티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리운전 관련 서비스 영업이익률은 19.30~24.05%에 달한다. 택시운송 관련 서비스 영업이익률이 9.51~13.50%인것과 비교하면 많게는 두 배까지 차이가 나는 셈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매출 5464억6300만원 영업이익 125억6600만원을 기록했다. 첫 흑자 전환이다. 여기에는 이익률이 좋은 대리운전 사업 기여도가 상당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런데, 티맵은 적자다. 2020년 12월 SK텔레콤으로 분사한 티맵모빌리티 첫 성적표는 참담했다.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티맵모빌리티는 지난해 매출 745억4000만원 영업손실은 678억200만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52억8400만원이다. 신사업 및 고객 확대를 위한 마케팅비용과 투자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수익사업이 절실한 건 맞다.

티맵은 그룹에서도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다. 티맵은 2011년 SK플래닛 핵심 일원으로 참여해 독립했다 쓴맛을 안고 다시 SK텔레콤으로 돌아와야 했다. 티맵은 전 국민 무료 길찾기 서비스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으나, 수익화 서비스에선 매번 고배를 마셔야 했다. 카카오T보다 출시 일정은 한 달밖에 늦지 않았지만, 티맵택시는 시장에서 완패했다. 모빌리티는 그룹에서 놓칠 수 없는 시장인 만큼 티맵을 다시 한 번 분사했지만, 이동을 원하는 임직원이 없어 당시 SK텔레콤 박정호 대표가 사업 비전을 직접 밝히고 위로금, 스톡옵션, 본사 복귀 조건 등을 내걸기도 했다.

더군다나, SK스퀘어 기업공개(IPO) 자회사 로드맵에 티맵이 포함돼 있다. 시장점유율 확대든, 흑자 전환이든 한 방이 필요하다.

이러한 가운데 동반위가 유선콜 대리운전시장에서 티맵 사업 확장을 제한했다. 유선콜 대리운전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하면서, 신규 대기업 입성이 사실상 금지됐다. 이미 시장에 들어온 카카오모빌리티와 티맵은 다음달 1일부터 2025년 5월31일까지 3년간 사업 확장을 제한 받고, 현금성 프로모션을 통한 홍보도 자제해야 한다. 카카오모빌리티를 따라잡기 위해 내세웠던 할인 이벤트가 막힌 것이다. 사실상 0.5% 대리운전시장 점유율의 티맵이 대리운전 사업을 철수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물론, 시장점유율을 특정하고 지분투자‧인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다. 관련해서는 3개월 후 차기 동반위 회의에서 유선콜 중개 프로그램과 현금성 프로모션 등 합의서 부속사항을 정할 예정이다. 이후 티맵은 로지 인수와 관련해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미 대리운전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명명했기에, 동반위가 티맵 시장 확장을 지원하는 인수건을 용인하는 부속사항을 정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아울러, 연합회뿐 아니라 카카오모빌리티 반발도 예상된다. 카카오모빌리티 자회사 CMNP가 지난해 7월 1577대리운전을 인수한 후 추가로 전화대리운전업체 2곳을 인수할 예정이었다.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가 동반위에 대리운전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 요청을 한 상태였던 만큼, 국정감사에서도 화두였다. 이에 카카오모빌리티는 전화대리운전업체 2곳 인수를 포기하고, 추가적으로 인수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민지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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