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핵심 IT인재들 ‘테슬라 엑소더스’ 우려… ‘머스크 리스크’에 속타는 서학개미들

박기록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직원 10%를 감원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사실 액면 그대로만 본다면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다.

글로벌 IT기업들이 시장 상황에 따라 구조조정을 탄력적으로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히 테슬라는 지난 3월28일부터 현재까지 중국 상하이 공장이 거의 1개월 넘도록 정상 조업이 불가능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올 2분기, 3분기 실적이 어려울 것이란 예상도 시장에선 이미 감안하고 있었다.

최근 테슬라의 주가는 이미 그것을 반영하고 있었고, 앞서 일부 월가의 투자금융회사들은 테슬라의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10~20%씩 하향 조정한 상태다.

그런데 3일(현지시간)마감된 나스닥 시장에서 테슬라 주가가 갑자기 9% 넘게 급락한 것은 이것이 단순한 인원 구조조정의 의미가 넘는다는 의문을 갖게한다.

물론 이러한 의문을 낳게 한 원인은 일론 머스크 CEO의 ‘거친 입’에서 비롯됐다. 그는 최근 ‘회사에 나와서 최소한 주 40시간 이상 일해야하고, 간부들은 더 많이 일해야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아울러 이날 로이터통신은 머스크 CEO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해 ‘극도로 좋지 않은 느낌’을 가지고 있다고 거칠게 언급한 사실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머스크의 엄포에 내부 직원들중 일부가 이미 테슬라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문제는 이번 테슬라의 인원 구조조정 계획에서 회사내 유능한 핵심 인재들까지 다른 빅테크 회사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같은 핵심 인력 유출을 막을만한 머스크의 해법이 별도로 제시되고 있지 않다.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미국의 IT 빅테크 기업들이 재택근무 도입 등 유연한 근무여건을 유지하면서 가급적 유능한 인재들의 이탈을 막는 방법을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디ㅏ. 하지만 머스크는 일단 그것과는 거리가 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와관련 로이터는 니콜라스 블룸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의 말을 인용해, 테슬라가 아예 본격적인 대규모 감원을 작정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며 전체 직원중 60%가 머스크가 요구한 근무 조건대로 남고 10%가 퇴사, 30% 가량은 다른 직장을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핵심 인재들이 같은 근무조건이라면 애플이나 아마존, 구글로 옮겨갈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실제로 로이터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이후, 재택근무를 위해 구글과 애플로 직장을 옮긴 전직 테슬라 직원들의 인터뷰도 함께 전했다. 또한 벌써부터 테슬라에서 뛰쳐나올 인재들을 구하려는 IT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호주의 3대 부호이면서 SW업체인 아틀라시안 공동창업자가 테슬라 직원에 관심이 있다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만약 유능한 인재들의 ‘테슬라 엑소더스’가 현실화된다면, 기술기업인 테슬라의 경쟁력은 시장의 의심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현재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 점유율 세계 1위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자율주행 SW’ 시장을 석권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술 논쟁이 여전히 첨예한 글로벌 자율주행차 시장은 아직 승자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한편 여러 정황을 감안했을때, 이번 머스크의 테슬라 직원 구조조정 방식은 빅테크 기업들의 취하는 통상적인 방식괴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머스크가 이처럼 무리수(?)를 두는 방식으로 10% 감원에 나서는 이유에 대해 일각에선 스톡옵션 보상지출 비율을 줄이기위한 꼼수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일부러 테슬라 주가를 떨어뜨릴려고 머스크가 이번에 필요 이상의 위기감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내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극도로 좋지않은 느낌’이라는 거친 표현을 쓰는 것도 사실 CEO로서는 상식적이지 않는 언행이다. 또 다른 일각에선 공매도 의심도 제기하고 있다.

항상 복선이 깔려있는 머스크의 돌출 언행들로 인해 테슬라 주가가 결국 영향을 미쳤던 사례가 적지않았기때문에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박기록
rock@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