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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주도 ‘OTT협회’ 출범 추진되나…업계 의견 분분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산업에 대한 진흥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 주도로 ‘한국OTT협회’가 출범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7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웨이브·티빙·왓챠 등 OTT 업체와 학계가 모인 한국OTT포럼은 ‘한국OTT협회’ 발족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OTT포럼은 협단체보다는 학술단체 성격에 가깝지만, OTT협회는 OTT 사업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단체로서 기능하게 된다.

한국OTT포럼은 지난 4월 개최한 정기 세미나 당시 웨이브·티빙·왓챠 등 주요 OTT 사업자 실무진들을 모아 OTT협회 출범을 논의하기 위한 사전미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포럼에 참여하는 사업자들은 일단 OTT협회 발족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상황이다.

이는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표면적으로는 한국OTT포럼이 주도하는 모양새지만, 실제로는 방통위가 앞장서고 있다는 전언이다. 2019년 창립된 한국OTT포럼은 방통위에 등록된 사단법인이다.

OTT 업계 관계자는 “OTT포럼이 만들어질 당시부터 방통위가 사업자 의지와 상관 없이 OTT협회 발족을 계속 제안해왔다”면서 “사실상 압박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방통위 관계자는 “(협회 발족을) 진지하게 검토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OTT 업계에선 그러나 이 같은 정부 주도 협회 추진에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OTT협회 발족 자체는 긍정적인 입장이지만, 민간이 자율적으로 모이는 것이 아닌 관 주도로 협회가 만들어질 경우 정부 입김에 휘둘리는 단체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방통위는 자체적으로 제정을 추진 중인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에 OTT 사업자에 대한 정의 규정을 신설함으로써 OTT 정책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상황이어서 더욱 시선이 곱지 않다. 업계는 이 같은 입법 움직임이 또 다른 규제 발판이 될까 걱정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에 OTT를 편입시켜 규제산업으로 만들고, 그에 따라 협단체까지 구성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부 입장에선 개별 기업을 하나씩 만나는 것보다는 협단체가 있어야 관리하기가 더 쉬워지기 때문”이라고 봤다.

방통위는 현재 OTT 정책 주도권을 두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등 관계부처와 소관다툼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과기정통부는 전기통신사업법, 문체부는 영화및비디오물진흥법으로 OTT를 규정하고자 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방통위에 등록된 OTT포럼이 그대로 OTT협회로 발전한다면 방통위가 법인 등록을 선점할 수 있다”면서 “OTT를 두고 세 부처가 경쟁하는 상황에서 방통위 주도로 OTT 협단체가 만들어지는 것은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라고 해석했다.

OTT업계 한 관계자는 “OTT협회가 정부의 사업자 줄세우기 용도로 논의돼선 안 된다”며 “규제권한을 가진 정부 눈치를 보면서 사업자들은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게 되고, 협회는 회원 입장을 대변하기 보다 정치싸움 도구가 돼 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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