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유럽 배터리, 장비 투자 본격화…"중국산 별로, 한국산 최고"

김도현
노스볼트 사업장
노스볼트 사업장
- 조단위 자금 투입…韓 장비업계, 연이어 수주 성공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한·중·일이 주도하던 배터리 시장에 유럽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2020년 전후로 배터리 제조사가 연이어 설립되더니 최근 투자 속도를 높이고 있다. LG·SK·삼성 등과 거래 이력을 갖춘 국내 장비회사는 유럽 배터리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배터리 장비업체는 올해 들어 스웨덴 노스볼트, 프랑스 ACC·베르코어, 영국 브리티시볼트, 노르웨이 모로우·프레위르 등과 공급계약을 체결했거나 추진 중이다. 규모는 수십억~수천억원 수준이다.

현재 유럽연합(EU)은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배터리 영내 생산 비중을 25%까지 올리겠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20년(3%) 대비 8배 이상 오른 수치다.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는 것을 감안하면 목표 달성을 위해 대규모 투자가 연쇄적으로 단행돼야 하는 상황이다.

유럽은 전통적인 완성차업체 강국이 즐비한 지역이다. 미국과 자동차 시장을 이끌어온 역사가 있다. 다만 전기차 분야에서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테슬라 등이 신규 업체가 급부상한데다 중국이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를 비롯한 핵심 공급망에서도 유럽 입지가 좁은 상태다. 이에 EU 차원에서 조단위 자금 투입을 주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노스볼트 등은 초기 중국 협력사와 생산라인 구축 과정에서 협업했다. 문제는 설비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양산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대안으로 낙점한 게 한국 회사들이다. 국내 대기업들과 10년 이상 쌓아온 노하우는 유럽 배터리 제조사에 매력적인 요소였다.

작년 말 스웨덴 공장을 가동 개시한 노스볼트는 하나기술 씨아이에스 제일엠앤에스 원익피앤이 이노메트리 등 토종 업체의 전·후공정 장비를 구매한 바 있다. 증설이 현재진행형인 만큼 임원진이 수차례 방한하면서 기존 협력사와 긴밀한 논의를 진행하는 동시에 신규 협력사도 발굴 중이다.
ACC 사업장
ACC 사업장
브리티시볼트 ACC 베르코어 등도 같은 흐름이다. 브리티시볼트는 최근 공시된 계약만으로도 국내 기업과 수천억원이 넘는 거래를 맺었다. 씨아이에스(4월 1133억원), 하나기술(5월 290억원·4월 908억원) 등이다. ACC와 베르코어 역시 한국을 찾아 장비 스펙 등을 확인했고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개된 건 수백억원 수준이지만 비밀유지계약까지 포함하면 자릿수가 달라진다는 후문이다.

이외에 피엔티 에스에프에이 제일엠앤에스 윤성에프엔씨 디에이테크놀로지 엠플러스 대보마그네틱 엔에스 신성이엔지 등도 유럽 고객사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고객사 위주로 사업을 진행한 코윈테크 필옵틱스 등도 유럽 진출을 가시화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장비업계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3사 외에 유럽 중국 미국 등에서도 지속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앞으로 관건은 쏟아지는 주문을 소화할 수 있는 체급이냐 아니냐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장비에 이어 소재 분야에서도 국내 기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일본 중국 등이 이끌어온 시장이지만 한국 업체들이 품질을 빠르게 끌어올리면서 수주에 성공하는 추세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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