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반도체 필수 소재 몸값이 천정부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중국 의존도가 높아진 탓이다. 이달부터 러시아가 불활성가스 수출 규제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했다. 국내 반도체 기업은 공급망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재고를 축적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6월 현재 네온 수입 가격은 킬로그램(kg)당 2800달러에 육박했다. 전년동기대비 50배 올랐다. 이르면 이달 말부터 30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네온은 반도체 노광 공정에서 쓰이는 가스다. 노광은 웨이퍼에서 빛을 조사해 회로패턴을 그리는 단계다. 불화아르곤(ArF), 불화크립톤(KrF) 등 빛의 원료가 네온이다.
이번 사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촉발했다. 한국은 두 나라로부터 전체 네온 사용량 중 약 30%를 조달했다.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주요 네온 업체의 공장 가동이 어려워졌고 수출 항구가 막히면서 사업에 차질을 빚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월 kg당 네온값은 121달러였다. 양국이 2월 말부터 전쟁에 돌입하면서 kg당 가격이 3월 291달러, 4월 1300달러, 5월 2302달러로 치솟았다.
대안으로는 중국과 미국이 꼽혔다. 중국은 기존에도 네온 물량 50~60% 담당해왔다. 문제는 전쟁이 길어지면서 중국 영향력이 커진 부분이다.
반도체 소재사 관계자는 “네온 수요가 급증하자 중국이 가격을 막무가내로 올리는 것으로 안다. 주문할 때마다 가격이 달라질 정도”라며 “수급이 쉽지 않은 점을 노린 살 테면 사라 식의 배짱장사”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네온 재고량을 3개월 내외로 유지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향후 부족 사태를 방지하는 차원이다. 결과적으로 비싼 가격에 네온을 사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는 에너지 무기화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는 네온뿐만 아니라 크립톤, 크세논 등 반도체 핵심 소재를 공급한다. 이들 제품은 반도체 회로를 깎아내는 식각 공정에 사용된다. 일부 외신에서는 러시아 희귀가스 수출 제재가 본격화하면 한국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대응책을 모색 중이다. 우선 기업들은 해외 공급처 다변화 및 내재화 등을 진행 중이다. 한국 기업으로는 원익머트리얼즈 솔머티리얼즈 등이 네온을 공급한다. 포스코는 TEMC와 손잡고 네온 국산화 설비·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생산을 본격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