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루션

글로벌 SW 창업자가 한국에 정착한 이유는?

이상일
-로티파일 나투 아드난(Nattu Adnan) 창업자, “한국에서 매번 기쁘고 놀랍다”
-한국의 이모지 등 감성에 주목, 다른 국가와 차별점 뚜렷, 해외 전파에 집중할 것
로티파일즈(LottieFiles)의 나투 아드난(Nattu Adnan) 공동 창립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
로티파일즈(LottieFiles)의 나투 아드난(Nattu Adnan) 공동 창립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애플, 삼성,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 토스 까지 글로벌 대기업부터 국내 온라인 서비스 제공기업까지 모두 사활을 거는 분야가 있다. 바로 사용자 경험과 인터페이스(UI/UX)다.

비대면 채널의 창구로 스마트폰이 대세가 된 가운데 이들 기업들은 모바일 웹페이지나 앱의 최적화는 물론 고객의 눈을 끌기 위한 간결함과 화려함이라는 숙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이 모바일 웹페이지나 앱에 공통으로 쓰는 개발 플랫폼이 바로 ‘로티(Lottie)’다.

아직 일반인에게는 ‘GIF’나 ‘JPEG’같은 파일포맷에 비해 덜 알려져 있지만 최근 애플의 새 운영체제 ‘iOS 16’ 랜딩 페이지에 쓰인 것도 로티이며 배달의민족, 쿠팡의 로켓배송 등에 쓰여 주목받는 애니메이션 이미지 모두 로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로티를 사용하면 애니메이션을 이미지처럼 쉽게 옮길 수 있다. 작은 사이즈로 파일 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전송 속도를 높이며, 크기를 자유롭게 조정해도 해상도가 낮아지지 않는다.

이처럼 글로벌 UI/UX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애니메이션 파일 포맷 로티(Lottie)를 제공하는 로티파일즈(LottieFiles)의 나투 아드난(Nattu Adnan) 공동 창립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가 한국에 왔다. 단순히 방한한 것이 아니라 2년 간 한국에 머물며 한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노하우 습득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SW기업의 창업자가 한국을 글로벌 시장 공략의 교두보로 삼고 직접 현지에서 사업을 챙기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SW 시장 규모면에서 한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 1% 내외로 창업자가 직접 챙기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나투 아드난 창립자는 한국에서 다양한 기회를 엿보았다는 설명이다.

나투 아드난 창립자는 <디지털데일리>와 인터뷰를 통해 “미국, 인도 등이 큰 시장인 것은 맞지만 한국만큼 빠른 성장에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별도의 마케팅 없이도 이런 성장이 가능한 한국을 이해하고 싶었다. 한국에서의 유기적,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면 일본, 중국 등으로 뻗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 온 1달간 토스, 배민 등 디자인 선도기업들이 로티를 어떻게 활용하는 지 봤다. 기대 이상이었고 높은 효율성에 감탄했다. 항상 놀랍고 기뻤다. 한국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로티의 사용방법을 알아내는 것에 감명을 받았다”며 “한국의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의 업무 프로세스를 습득해 다른 나라에도 적용하고 싶다. 특히 한국에선 이모티콘, 이모지 등에 감성과 감정이 많이 내포돼 있는데 이를 배우고 싶다. 카카오, 쿠팡 등을 보면 이모션이 세세하게 구현돼 있다. 다른 나라와는 차별화를 갖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그는 쿠팡의 로켓배송 이미지를 거론하며 “로켓이 날아가는 모션 하나로 정말 (물건을) 빨리 배송해 줄 것이라는 인상을 고객에게 주지 않느냐”며 “로티는 그동안 ‘어도비 플래시’가 했던 역할을 하고 있다. iOS, 안드로이드는 물론 블로그, 메신저 등에 이야기를 집어 넣고 싶다. 이야기, 감정 등을 앱으로 표현하는데 로티가 역할을 하기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나투 아드난 창립자는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에게 ‘모션’을 교육하고 인식하게 만들어 인지도를 높이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단기적으로는 툴 사용법을 교육해 마케터도 슬라이드에 모션을 넣을 수 있도록 저변을 확대할 계획이다.

오픈소스인 로티는 이미 기업들이 먼저 라이브러리를 구축해 내부 활용을 독려하고 있기도 하다. 로티를 구동하기 위해서는 플레이어가 필요한데 이러한 플레이어 수준에 따라 모션에 차별화가 가능하다. 삼성전자의 경우 ‘R로티’ 플레이어를 구축해 내부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이 로티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편 창업자가 한국에 있는 만큼 글로벌 사업 수행에 지장은 없을까? 여기에 나투 아드난 창립자는 로티파일은 모바일 워커 조직을 지향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로티파일의 전 직원이 17여개 국가에 퍼져있다. 미국, 유럽, 인도, 말레이시아, 브라질 등에서 일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를 원격업무가 아니라 분배된 업무 조직이라고 본다. 원격업무를 통해 우리는 인력풀을 글로벌 관점에서 가동할 수 있었고 최고의 인재를 모아 사업에 집중해 제품과 이익이 자동으로 따라오는 구조로 만들었다. 이러한 우리의 문화가 계속 존재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로티의 이용자 수는 2022년 6월 기준 300만명으로 애플, 구글, 틱톡, 디즈니, 우버, 에어비앤비, 넷플릭스 등 13만5000여개 기업이 로티파일즈를 활용 중이다. 로티파일즈는 지난 1월 마이크로소프트의 M12 벤처 펀드가 이끄는 시리즈 A 라운드에서 약 900만달러의 투자를 받은 데 이어, 스퀘어 페그 캐피털(Square Peg Capital)이 주도하는 3700만달러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다. 이를 기반으로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켜주는 디자이너를 위한 협업 솔루션 워크플로우 출시할 계획이며, 사용자 확장에 힘쓸 예정이다.
이상일
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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