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는 개발자다] 바로고 모든 주문 통하는 ‘이곳’, 90년대생이 이끈다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바야흐로 배달 전성시대다. 각종 음식배달은 물론 뷰티·생활용품까지도 소비자가 원한다면 배달 라이더를 통해 즉시 배송한다. 배달대행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바로고 누적 거래액은 2020년 2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4조6000억원으로 52.9% 상승했다. 바로고는 모든 배송주문을 연결·관리하는 ‘초연결 플랫폼’으로 도약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 가운데 공공배달 앱부터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각 브랜드 앱 등 모든 주문 중개 앱에 들어온 주문 정보를 바로고 프로그램으로 연결해주는 팀이 있다. 바로 ‘커넥션 플랫폼’ 팀이다.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고 싶은 회사라면 모두 커넥션 플랫폼팀에 기술적 가이드와 지원을 받게 되는 셈이다. 팀 특성상 외부 제휴사는 물론 바로고 내 다른 부서들과도 소통이 필수다.

주목할 점은 바로고 내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커넥션 플랫폼팀 팀장이 다름 아닌 ‘90년대생’이라는 것. 91년생인 김민구 팀장<사진>은 2017년 바로고에 입사, 사원으로 시작해 6년차를 맞은 지난 4월 팀장 역할을 맡게 됐다. 단순히 팀 평균 연령이 낮아 ‘최연소’ 팀장이 된 것은 아니다. 10명 정도로 구성된 커넥션 플랫폼 팀 안에는 10년차 이상 개발자도 다수 포진해있다.

김민구 커넥션플랫폼 팀장은 “이전에도 커넥션플랫폼 팀원으로도 일했는데,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속도감 있게 따라가고 싶었다”며 “협업할 때 나이나 경력을 서로 신경 안 쓰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이다 보니, 항상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고 주도적으로 말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김 팀장은 개발에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산업공학을 전공했지만 보다 역동적으로 보이는 정보기술(IT)기획으로 눈을 돌린 그는 대학교 4학년 때 스스로 코딩을 익히기 시작했다. 남들보다 시작 속도는 늦었지만 자신이 상상하는 걸 직접 구현하는 데 흥미를 느끼고 진로를 택했다는 설명이다. 최근 비전공자들도 수월하게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게끔 제공해주는 툴이 많다는 점도 도움이 됐다.

배달 시장이 성장하면서 커넥션 플랫폼팀이 최우선에 뒀던 과제는 바로 서버 ‘안정성’이다. 주문 수 자체는 크게 증가하는 데 서버 과부하가 걸려 시스템이 멈추기라도 하면 음식 자영업자나 외부 제휴사 등 모두가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바로고는 약 2년 전 클라우드 환경 기반으로 시스템을 재설계했다. 제휴사들이 원하는 기능을 원활하게 추가하기 위해선 확장성 역시 중요한 요인이 됐다.

김 팀장은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이 늘어나면서 상품 영역 자체가 넓어지고 각종 요구사항도 증가했다”며 “주문을 수행하는 라이더 위치를 회사들이 알 수 있게 해달라던지, 상품 배송 후 사진을 찍어 전송할 수 있는 기능들을 넣어달라는 요구 등 배달 사고를 사전 방지하거나 배달 상황 자체를 파악하는 요구들이 주를 이룬다”고 말했다.
배달업 특성상 ‘피크’ 시간은 하루·일주일·월간으로도 주기를 탄다. 가령 점심과 저녁식사 시간 때 주문이 올라가고, 크리스마스나 연말 등에도 대용량 서버가 필요하다. 제휴사가 특정 시기에 할인전을 실시한다고 하면 주문 수가 폭발적으로 올라간다. 이같은 상황은 PC가 판단할 수 없는 변수들이기도 하다. 커넥션플랫폼팀이 개발조직이지만 운영팀들과도 소통이 활발한 이유다.

커넥션플랫폼팀이 다루는 건 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서버다. 동시에 본사 직원들과 제휴사를 위한 백오피스 사이트를 운영한다. 김 팀장에 따르면 보통 어드민 사이트는 본사 직원들이 대응하거나 운영할 때 쓰지만, 바로고 ‘오픈형 어드민’을 통해 고객사들도 주문 상황을 살펴볼 수 있다. 연동 회사들과 서버로만 이야기하기엔 복잡한 것들이 많기 때문에 마련한 수단이다.

향후 바로고는 이륜배달 뿐 아니라 사륜배달까지 포함한 초연결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장기적으론 배송이 필요한 물건을 어떤 방식(도보, 이륜차, 사륜차)으로 전달하면 좋을지에 대한 추천 옵션도 만들 계획이다. 이어 표준화된 연동을 바탕으로 어떤 주문 앱이든 쉽게 연동할 수 있도록 기획해 ‘바로고만의 표준화’를 만드는 것도 준비 중이다.

김 팀장은 “배달할 때 이 상품이 음식인지 화장품인지 유형을 알아야 현장에서도 일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며 “보통은 제휴사들에게 유형 자체를 받아서 라이더들에게 정보를 제공하지만 나중엔 실시간으로 주문 넣을 때 크기나 특징을 알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 팀장이 강조하는 건 ‘단계적 발전’이다. 한번에 완성도 있는 걸 원하기보다 한발자국씩 꾸준히 내딛는 게 더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특히 배달중개 시장에 속해있는 개발자로서 특징으로는 성장 가능성을 꼽았다. 바로고는 올해 최소 100명까지 연구개발(R&D) 인원을 확충할 계획이다.

그는 “배달 대행 프로그램사들은 이해관계자도 많고 비즈니스도 굉장히 복잡하다”며 “특히 물류 쪽은 여전히 오프라인이 강세여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얼마 남지 않은 산업군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바로고에선 활발하게 동작하는 시스템을 다룰 수 있다는 게 좋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된다”며 “의견 개진이 자유롭고 하고 싶은 걸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보통의 젊은 개발자들이 원하는 조직문화를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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