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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무일 ‘온라인배송’, 소상공인 반발에 숨죽인 대형마트

이안나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대형마트가 휴무일 및 심야 시간에도 온라인배송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소비자 편의 등을 고려한 규제 완화 검토에 착수한 것. 다만 마트업계는 기대보단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안인 데다 소상공인 단체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12일 업계 및 정부에 따르면 공정위는 주요 규제개선 과제 중 하나로 대형마트 휴무일 온라인배송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소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하며, 관련 법률 개정부터 유권해석까지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공정위가 대형마트 오프라인 영업시간 제한 규제를 온라인 배송까지 포함하는 건 불합리한 규제로 판단한 결과다. 현재 대형마트는 영업제한 시간인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매월 이틀 의무휴업일에 온라인배송이 제한된다.

매장이 운영하지 않는 시간엔 온라인으로 주문 받은 상품을 선별해 포장·배송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매장 내에서 온라인 주문 물류센터 역할을 하는 PP센터(피킹·패킹센터)도 오프라인 영업 규제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온라인 사업 규제는 이커머스와의 경쟁에서 대표적인 역차별로 꼽혀왔다. 온라인 장보기 시장이 커지면서 이마트·롯데마트 등 유통기업도 온라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규제를 받아 온 것.

특히 코로나19 영향이 컸다. 이 기간 쿠팡과 마켓컬리 등 이커머스 업체가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로켓배송과 샛별배송이었다. 밤 늦은 시각에 주문을 해도 다음날 새벽에 상품을 배송해주는 편리함이 막강한 경쟁력이었다.

반면 대형마트는 이미 전국에 매장이 분포됐어도 온라인 배송을 위한 물류 기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똑같이 온라인에서 신선식품을 주문해도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은 달랐던 셈이다. 이커머스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던 대형마트 매장은 실제 2019년 406개에서 지난해 384개로 줄었다.

이번 규제가 완화되면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들은 전국 점포를 물류 거점으로 삼아 시간제한 없이 온라인배송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정부 등에서 규제 완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소비자 인식이 변했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소비자 1000명 대상으로 ‘대형마트 영업규제’ 인식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67.8%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현행 유지’와 ‘규제 강화’ 응답은 각각 29.3%와 2.9%에 그쳤다.

하지만 소상공인 단체는 대형마트 규제 완화에 반발하고 있다. 전날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와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입장문을 내고 공정위에 대형마트 휴무일 온라인배송 규제 완화 움직임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소공연은 “대형마트 휴무일 온라인 배송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코로나19 이후 골목상권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파른 물가상승으로 생존방안을 걱정하고 있는 소상공인을 더욱 큰 어려움으로 몰아넣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도 “현행 각 지자체의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에 따라 의무휴업일 등 지역 중소 유통기업의 균형 발전을 협의하고 있는바, 일률적인 법 개정보다 지역 경제 현황에 따라 결정할 수 있는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를 통한 자율 결정에 맡기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공정위 측은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 규제와 전통시장 보호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보고 있다. 기본적으로 공정위는 관련 시장을 획정한 후, 그 범위 내에서 경쟁 제한적인지 아닌지를 검토하게 되는데 온라인 시장과 전통시장은 시장 획정을 다르게 하고 접근했다는 설명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온라인 배송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전통시장 상인들에겐 부정적 영향이 없다는 걸 전제로 하고 추진하게 됐다”며 “의무 휴업 등 오프라인 규제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여겨 이 부분은 기존대로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마트업계도 마냥 기대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이커머스와의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남은 과제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온라인배송 규제 완화가 법 개정이 아닌 유권해석을 다르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경우, 법적으로 완벽히 해소되지 않는다는 문제도 남아있다. 전통시장 보호를 목적으로 의무휴업일을 지키고 있는 대형마트 입장에선 중소상공인 반대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배송 규제가 풀리면 대형마트에 기회가 되는 건 확실하지만, 섣불리 전국구 새벽배송 시행에 나서는 업체는 많지 않을 것”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의무휴업일이 해제된다면 모를까, 이미 온라인 쇼핑으로 패권이 넘어간 상황에서 휴업일 온라인배송 규제 완화만으로는 마트에 엄청난 호재라고 볼 수 없다”고 답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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