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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초강세’ 변수… 삼성전자‧애플 등 IT공룡 주가에 어떤 영향?

박기록
미 연준(Fed)이 인플레이션을 잡기위해 최근 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하면서 전세계적으로 ‘강 달러’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자국 화폐와 달러가 연동된 국가들의 IT기업들은 당연히 급격한 ‘환율’ 변동이 올 하반기 실적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됐다. 한국의 원-달러 환율 수준도 13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상태다. 즉, 13년만에 달러값이 최고 수준이 됐다는 의미다.

미국이 앞으로도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 인상) 또는 울트라 스텝(1%)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이라 이같은 '달러의 초강세'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애플 등 미국 IT 기업들엔 악재

이달 초 애플은 일본에서 판매되는 아이폰13의 가격을 한꺼번에 20% 가량 인상했다. 엔화 약세와 부품 가격 인상 등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대응하기위한 고육책이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일본 시장에서 9만9800엔(한화 약 95만원)하던 아이폰13 모델이 11만7800엔(한화 약 112만원)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만약 이같은 가격인상에도 일본의 아이폰13 수요(구매)가 이전처럼 동일하다고 가정한다면 애플은 고스란히 기존보다 20%의 매출이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이는 ‘화폐적 현상’에 의한 착시에 불과하다. 기존보다 20%나 약화된 엔화 가격, 즉 엔-달러 환율을 아직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플의 입장에선 일본에서 20%의 매출이 늘어났다 하더라도 동시에 엔화 가격이 20%이 떨어졌기 때문에 달러로 환전할 경우, 손에 쥐는 달러 총액은 기존과 달라지지 않는다. 이론상 그렇다.

오히려 애플이 일본에서 아이폰13의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다면, 고스란히 엔화 약세에 따른 20%의 환차손을 입게 될 상황이었다.

월가의 금융투자사들이 애플의 올 3, 4분기 실적과 관련한 주가 전망에 있어서, 글로벌 스마트폰의 수요 감소 예상 못지않게 주목하고 있는 것인 바로 이같은 환율(FX)변수다.

특히 애플 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 비중이 높은 회사들은 최근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강(强) 달러’ 현상이 반갑지 않다. 일본 시장의 사례처럼, 해외 매출이 늘어났다고 하더라도 달러 환산 금액을 기준으로 3‧4분기 실적을 예상해야한다.

자칫 해외 매출이 늘어도 가격 인상 등을 통해 환리스크를 헷지하지 못하면 오히려 환차손으로 손해를 볼 수도 있다.

현재로선 한국 시장이 애플에겐 골치일 수 있다. 애플이 일본에선 아이폰13의 가격을 인상함으로써 환차손에 대응했지만 한국에선 아직 가격 인상을 단행하지 않은 상태다.

지난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320원을 돌파했기 때문에, 애플의 입장에선 같은 논리로 한국 시장에서도 원-달러 환율이 오른만큼, 아이폰13의 가격을 인상해야 환차손을 입지 않는다.

◆삼성전자 등 국내 수출형 IT기업들엔 호재

물론 이처럼 애플이 ‘환차손’ 리스크에 노출됐다하더라도 모든 나라에 일률적으로 가격을 인상할 수는 없다. 각 나라마다 가격에 대한 수요 탄력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처럼 애플 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비교적 높은, 가격 비탄력적인 시장에서는 가격인상이 가능하지만 가격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는 가격 인상 효과와 매출 감소 부작용을 동시에 고려해야한다.

반면 삼성전자는 애플과 정반대의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해외 사업장 결제는 달러로 이뤄지고 있고, 이를 원화로 환전한 금액으로 3‧4분기 실적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만약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를 돌파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삼성전자는 ‘환차익’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환리스크 헷지를 위해 해외시장에서 제품가격을 인상해야하는 애플과는 분명한 차이다.

앞서 삼성전자가 이달초 발표한 K-IFRS 연결기준 올 2분기 잠정 매출액은 77조원이다. 2분기 매출액은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인데, 여기에는 ‘강달러’의 효과도 어느정도 반영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만약 삼성전자가 올해 3‧4분기에 작년과 동일한 매출(달러 기준)을 기록했다면, 작년과 올해의 원-달러 환율의 상승폭 만큼, 원화 환산 매출액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이처럼 수출 비중이 큰 국내 IT기업들은 이같은 원-달러 환율의 상승에 따른 수혜를 보게될 전망이다.

물론 환차익으로 환전기준 매출액 늘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반드시 주가에 긍정적일지는 장담할 수 없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즉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국내 주식시장에 매도 포지션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환차익’효과로 수출형 IT기업들의 실적은 생각보다 좋은데 주가는 신통치않은 상황이 이어질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5일 종가에서 '6만 전자'를 탈환했는데, 이날 외국인들은 대거 순매수(542만주)함으로써 '강달러'에 대한 우려보다는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에 더 베팅하는 모습을 보였다.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박기록
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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