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최근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망 사용료 논쟁을 비롯해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를 둘러싼 다양한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전문가들은 OTT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 전통적인 규제 방식에서 벗어난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28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회장 박성호)가 ‘인터넷동영상서비스의 규제혁신이 나아가야 할 길’을 주제로 개최한 제79회 굿인터넷클럽에서 “OTT 산업을 ‘액체 미디어’로 바라보는 것이 우리가 가져야 할 기본적 태도”라고 강조했다. 물은 그릇에 담겨야만 모양이 정해지는 것처럼 다양성을 띠는 OTT 또한 한 가지 모습으로 규정할 수 없기 때문에, 기존 산업 관점으로 규제하려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쿠팡플레이와 왓챠, 웨이브는 모두 OTT 범주에 속하지만 막상 뜯어보면 모두가 같은 서비스라고 말할 수 없다”면서 “전통적인 법제 틀로 바라보는 순간, 선택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하는 기업으로 나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액체 미디어인 이들 기업이 사업자 간 지켜야 할 규칙과 질서를 먼저 합의할 수 있게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계속 변화하는 업계 흐름에 맞게 기업 주도로 규제 원칙과 방향을 재조정하는 한편, 정부는 문제 발생 때 이를 조율하는 조정자 역할만 하면 된다는 의견이다.

노동환 콘텐츠웨이브 정책협력팀장은 지금까지 인터넷동영상에 대한 명확한 정의 규정이 필요한 것으로 보았다.

노 팀장은 “법안에 하나의 산업을 담기엔 어느 정도 한계가 있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시행령이나 세부 규칙까지 고려하면 정의가 매우 확장될 수밖에 없다”면서 “글로벌 사업자가 지닌 영향력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국회나 정부 차원에서 국내 사업자를 보호하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지원하는 정책이 활성화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ISP)와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 사이에 심화하고 있는 망 사용료 문제와 관련해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성순 배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는 “망 사용료 이슈는 단순히 망 사용 대가 측면의 논의를 넘어 근본적인 문제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안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국내 네트워크 산업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생산적인 논의를 확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성순 교수는 이번 망 사용료 갈등이 초래된 원인으로 우리나라가 가진 국제망의 부족성을 꼽았다. 박 교수는 “세계적인 국제망 순위에서 보면 우리나라 기업은 개인 사업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네이버나 카카오뿐만 아니라 국내 여러 OTT 기업과 스타트업도 해외 진출을 계획 중이므로 정부가 망 확보나 해외 네트워크 경쟁력 확보 부분에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보편적 시청권과 관련해 정부가 나서야 할 부분과 그렇지 않아야 할 부분들을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방송법 2조에 따르면 보편적 시청권은 국민적 관심이 큰 체육 행사나 그 밖의 주요 행사에 대해 일반 국민이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광용 네이버 정책전략이사는 보편적 시청권의 가장 큰 문제인 중복편성 문제를 꼬집었다. 이광용 이사는 “올림픽을 예로 들면, 금메달이 유력한 경기나 축구나 야구 같은 인기 종목이 방송될 때 다른 비인기 종목이 소외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정부는 보편적 시청권에 입각해 국민이 다양한 종목을 시청하고 즐길 수 있도록 실질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이사는 특히 정부가 비인기 종목처럼 평소 중계가 잘 이뤄지지 않는 방송을 어떤 채널을 통해 국민에게 제공할 것인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축구나 야구처럼 이미 많은 채널이 중계하고 있는 종목은 그 종목이 방송되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어 사업자들이 시장에서 자유로운 계약을 해도 괜찮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