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에 몸살 걸린 가상자산거래소…불법자금세탁 경로 정황까지
[디지털데일리 박세아 기자] 최근 테라 사태 관련 자율규제 방안에 골몰하고 있는 가상자산거래소 업계가 다시 한번 한껏 위축되는 분위기다.
테라 관련 검찰의 압수수색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번엔 불법 거래자금 세탁 경로로 이용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돼 날카로운 시선을 받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금감원)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자체 감사에서 4조원 규모의 수상한 거래정황을 발견했다. 이 중 상당수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유출된 자금으로 파악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중순 시작돼 약 4주 가량 진행된 검사에서 두 은행을 통해 해외로 빠져나간 자금을 총 4조10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우리은행에서 1조6000억원, 신한은행에서 2조5000원이 해외로 송금됐다.
이때 주요 자금 출처로 가상자산거래소가 도마 위에 올랐다. 금감원이 두 은행 송금거래 내역을 역추적한 결과 대부분 자금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부터 각 은행에 송금을 의뢰한 무역법인 계좌였다.
가상자산거래소 업계 관계자들은 테라에 이어 다시 불법자금 거래 세탁처로 이름을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업계 부담요소라고 여기고 있다. 아직 금융당국 차원에서 소명 요청을 받은 거래소는 없지만, 이런 일로 노출이 된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가상자산거래소 한 관계자는 "업계 분위기가 좋지 않다. 최근 테라와 루나 사태로 검찰 압수수색이 있던 직후라 이전에 비해 더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닥사(DAXA)를 통해 거래소끼리 여러 사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이번 불법 거래자금 관련해서는 말씀드릴 부분이 크게 없다"라고 말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관련법 규정 마련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들린다. 해당 사례 발생으로 디지털자산 기본법과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을 통한 자금세탁방지 규제 강화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현재는 은행과 거래소 간 자금 원천을 추적하기 어려운 구조다. 양측 간 핫라인을 설치해 실시간 지급 정지 조치를 만드는 등 구체적 법적 절차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현행법상 금융기관처럼 개인정보법 내에서 거래 상황을 실시간으로 인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현재는 일반 고객 거래 한도가 5억원이기 때문에, 이 이상 한도 상향 등을 요청하는 고객 관련해서는 거래소가 개인정보 요청을 받고, 소득 수준 등 요건을 확인하는 정도"라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금융당국으로부터 지침이나 자금 추적 등 공문을 받은 적이 없다. 금융당국에서 명확히 불법자금 세탁으로 의심되는 계좌 등을 거래소에 알려줘야 확인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고객 거래 내역을 들여다볼 명분이 없다"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이 불법자금 흐름을 파악하긴 했지만, 거래소에 흘러들어온 자금의 구체적 출처까지는 아직 파악하지는 못한 상태다. 금감원은 이달 말까지 모든 은행에 대해 이상 외화송금이 있었는지 자체 점검한 결과를 받아 추가 검사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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