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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데이] 2013.07.05 국내 최초 가상자산거래소 설립

박세아

[디지털데일리 박세아 기자] 7월 5일. 오늘은 무슨날일까요. 국내 최초 가상자산거래소 설립일입니다. '최초'라는 말을 붙이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역사가 오래됐으면 그에 따른 사실 확인에 다층적인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상자산업 태동이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코빗을 국내 1호 가상자산거래소라고 부르는 것에는 별다른 의문부호가 따르지 않습니다.

코빗은 2013년 7월 5일 설립됐습니다. 설립 후 코빗은 소프트뱅크, 판테라 등 세계적 펀드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는데요. 2017년에는 글로벌 게임 기업 넥슨(NEXON) 지주회사인 NXC에 인수됐습니다. 현재 은행 실명확인 계좌 거래가 가능한 국내 5대 거래소 중 하나라는 것은 코인 투자자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일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최초가 영원한 1등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 이후 코빗은 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 수리를 인가받았습니다. 이로써 설립은 제일 빨랐지만, 공식적으로는 국내 2호 가상자산사업자 타이틀이 뒤따르게 됐습니다. 1호는 현재 1위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였습니다. 코빗은 현재 원화 입금용 신한은행 실명확인 계좌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왜 실명확인 계좌 도입을 이야기 하냐고요? 코빗이 설립은 최초였지만, 2호가 된 이유였기 때문이죠.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죠.

원화입금용 계좌는 가상자산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들에게는 굉장히 핵심 열쇠입니다. 실명확인계좌가 있어야 원화마켓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상자산거래소의 실명계좌 확보가 사업 성패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기 때문입니다. 원화마켓은 원화로 코인을 구매할 수 있는 시장이죠. 당연히 돈을 입금해 코인을 쉽게 살 수 있다는 점에서 B2C 영업을 하는 거래소에는 매출에 큰 영향을 주는 사안이었죠. 물론 비트코인(BTC) 마켓도 있지만, 반드시 BTC를 통해 다른 코인을 구매한다는 것은 누군가에겐 귀찮은 일일 수 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거래소에 실명계좌 확보가 중요했던 것은 아닙니다. 굳이 실명계좌가 없어도 원화마켓 운영이 가능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난해 3월 특금법 개정안에 따라 거래소 신고제가 도입되면서 실명계좌 확보가 의무가 돼버렸죠. 특금법 개정안 제3장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특례'에 따르면 각 거래소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 하고, 6개월 유예기간 동안 지난해 9월까지 자금세탁방지 기준을 마련해야 했습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특금법상 거래소 신고요건으로 제시한 내용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와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 확보 등 2가지였습니다. 거래소는 은행 등 기존 금융권과 계약을 맺고 실명 입출금계좌 확인서 등 자료를 FIU에 제출해야 영업할 수 있도록 사업 환경이 변화됐습니다. ISMS만을 획득할 경우 코인마켓 운영은 가능했지만,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를 확보하지 못한 경우 원화마켓은 운영할 수 없었습니다. 보수적인 은행이 신사업인 가상자산사업자를 위한 계좌발급을 꺼렸기 때문에 실명계좌 확보가 당연히 쉽지 않았겠죠. 지금도 5개 거래소만 원화마켓을 운영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만 원화마켓을 운영하고 있죠. 그나마 고팍스도 나머지 거래소들보다 늦은 지난 2월 전북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았습니다. 정리하자면 이 제도 덕분에 가상자산거래를 중개할 수 있는 기준은 까다로워졌습니다. 시장 정화 효과가 있었겠죠. 다만, 이전 200개가 넘는 가상자산사업자 가운데 42개 사업자만 신고 접수됐고, 나머지는 폐쇄됐습니다. 그나마 42개 사업 자 중 8곳은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겪고 살아남았으면서도 원화마켓을 운영 중인 곳은 5곳 뿐이고요.

지금도 중소거래소에서 최우선 과제를 원화마켓에 두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1~2개 거래소가 올해 내 시중은행 실사를 거쳐 원화마켓 운영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가상자산 시장이 한껏 풀이 죽은 모습이지만, 업계관계자들은 내년이 되면 분위기가 또 바뀔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원화마켓 확보에 지속적으로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이네요. 시중은행도 지속적인 실사를 통해 실명계좌 발급을 타진 중인 것으로 보이네요.

이미 원화마켓을 운영 중인 거래소들도 더 나은 고객서비스를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은행과 합종연횡을 기대하고 있는 눈치네요.

박세아
seea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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