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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지각변동②] 티빙-시즌 합병, 더 큰 변화 있을까?

강소현

자본력을 앞세운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공세 속에 토종 OTT들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이들은 출혈경쟁 속에 독자행보를 가속화할지, 다른 OTT사업자와 연합전선을 구축할 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이 가운데 KT와 CJ ENM으로 인해 OTT 간 각축전은 새 국면을 맞았다. KT와 CJ ENM이 자사 OTT법인을 통합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이제 남은 토종OTT는 왓챠와 웨이브. 이들 OTT의 향방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KT와 CJ ENM가 양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법인을 통합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OTT 업계에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티빙이 오는 10월 시즌의 가입자를 흡수하면 웨이브를 제치고 토종 OTT 1위로 부상한다.

업계에선 티빙과 시즌의 통합은 지각변동의 시작일 뿐이라는 의견이 많다. 월 구독료에 의존하는 수익모델(BM)의 특성상 OTT는 결국 규모의 경제 싸움이기 때문이다. 특히 콘텐츠 출혈경쟁 속 매해 적자 폭이 커지면서 토종 OTT들에겐 올해 강도높은 자구책 마련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다음 타자로는 왓챠가 지목된다. 최근 수익성 개선을 위해 사업구조 개편에 나선 왓챠의 경우 매각 가능성도 거론된다. 티빙과 왕좌를 두고 겨루게 된 웨이브 역시 고심이 깊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왓챠는 최근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며 사업구조 개편에 나섰다.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으며,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는 모두 중단했다.

왓챠는 이번 사업구조 개편과 관련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에 앞서 손익분기점(BEP) 달성이 급선무”라는 내부 결정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왓챠는 올초 상장 주관사를 선임하고 1000억원 규모의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에 나섰다.

왓챠의 박태훈 대표는 지난 2월 열린 ‘왓챠 미디어데이’에서 연내 상장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당시 박 대표는 “주관사와 함께 (IPO를) 잘 준비해나가고 있다”며 “시장 상황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시기를 골라야 하는데 확정되지는 않았다. 아마 빠르면 올해 중 상장이 가능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왓챠의 프리IPO가 생각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왓챠의 수익성이 부각되며, 오히려 재무적투자자들(FI)의 매각 압박이 거세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왓챠의 영업손실액이 2019년 108억원, 2020년 154억원, 2021년 248억원 등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 가운데 FI가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지기에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최근 투자은행(IB)업계로부터 왓챠의 매각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왓챠 측은 매각설에 대해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인 가운데 업계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고 반박했지만, 왓챠 역시 매각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캐피탈(VC)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은 투자를 받고 일정기간이 지난 뒤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FI에 줘야 한다”라며 “약속된 기간 투자금을 회수해주지 못하는 경우 투자자에 의해 강제로 매각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FI를 만나 설득하는 방법도 있다. 올해 매각하는 경우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낮게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왓챠와 FI 모두에게 이득보단 손실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박 대표는 매각보다는 투자 유치에 무게를 싣고, 개인투자자들을 만나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2분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규모가 전분기보다 줄어드는 등 투자 시장에서 스타트업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위축됐다”라며 “대외적인 환경도 굉장히 안 좋기 때문에 투자 시장 한파가 꽤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들이 기업가치를 낮춘 채 대거 나오면서 인수합병(M&A) 시장은 오히려 활발해질 것”이라면서도 “당연 스타트업 입장에서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 하기 좋은 상황은 아니다. 상황에 맞는 전략을 잘 짜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변수는 왓챠가 내년까지 기업가치를 높이거나, 유지할 수 있냐다. 왓챠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콘텐츠 제작조직을 줄인데다가 새로운 구독모델인 ‘왓챠 2.0’ 출시도 무기한 보류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왓챠가 과연 FI를 설득할 만한 경쟁력을 가졌는지 불확실하다.

익명을 요구한 미디어업계 전문가는 “콘텐츠 라이브러리가 다른 OTT사업자들과는 차별화됐다는 것이 왓챠의 굉장한 장점”이라면서도 “이 장점으로 인해 다른 사업자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순 있다. 하지만 이 회사에 투자하고 싶게 만드는 요소인가는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웨이브 역시 상황이 여유롭지만은 않다. 왓챠와 달리 뒤에 SK텔레콤과 지상파가 버티곤 있지만, ‘밑빠진 독에 물 붓는’ 식의 콘텐츠 투자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 지는 장담할 수 없다. 계속 떨어지는 지상파의 콘텐츠 제작 역량도 지적된다.

특히 웨이브의 경우 당장 오는 10월부터 티빙에 토종OTT 1위 자리를 내줘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6월 기준 티빙과 시즌의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는 각각 401만명, 157만명으로 이를 더하면 기존 1위 사업자인 웨이브(424만명)을 추월한다. 결국은 해외 활로 개척을 통해 가입자를 확대하거나, 지금의 가입자를 방어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업계 전문가는 “웨이브는 다른 사업자와 다르게 지상파 위주의 독점적인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 실적이 좋지 않더라도 매각을 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유형의 서비스와 결합해 가입자를 방어하는 형태로 가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강소현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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