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韓 "칩4 참여, 中 배제 아냐"…고래싸움 속 삼성·SK '촉각'

김도현
- 중국 달래기 나선 尹 정부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정부가 미국 주도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4’에 대한 의견을 드러냈다. 미국과 손잡으면서도 중국을 배척하지 않겠다는 심산이다. 미·중 갈등 고조 속에서 한국 반도체 업계는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8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칩4에 대해 “순수하게 경제적인 차원에서 결정한 문제”라면서 “중국 등 특정 국가를 배제하거나 폐쇄적인 모임을 만들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칩4는 바이든 행정부가 제안한 협의체다. 미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대만 등이 포함된다. 표면적인 명분은 기술동맹을 통해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겠다는 것이지만 중국 반도체 제재가 실질적인 목적이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중국 반도체 굴기를 억제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장비 제한 등 노골적으로 화웨이, SMIC 등을 저격해오고 있다. 양국 간 분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경제안보 상징으로 떠오른 반도체 무기화에 나선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일본과 대만은 동참하고 있다. 한국은 고심이 크다. 중국은 최대 수출국인데다 반도체 한정해도 약 60%(홍콩 포함)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과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와 같은 보복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렇다고 미국을 거스를 수도 없다. 미국은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KLA 등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를 보유하고 있다. 반도체 전자설계자동화(EDA) 공룡인 케이던스와 시놉시스도 미국 기업이다.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산업적으로는 애플 퀄컴 AMD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사가 즐비한 나라이기도 하다. 미국과 틀어지면 반도체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일단 정부는 칩4 참여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예비회의에 참석하기로 했다. 이 대목에서 중국 반발이 크다. 이전부터 관영매체 등을 통해 불쾌함을 내비쳐왔다.

우리나라는 중국 달래기에 나섰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관련 부처와 잘 살피고 논의해서 우리 국익을 잘 지켜내겠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도 한목소리를 낸 셈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오는 9일 중국 칭다오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양자회담을 개최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고위급 인사의 방중이다. 이 자리에서 칩4 관련 내용이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박 장관은 출국 전 “중국은 최대 무역 상대국이고 공급망 분야에서도 중요한 대상”이라며 “칩4는 어느 국가를 따돌리려는 게 아니다. 그런 점을 중국과 협의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후 시선은 칩4 예비회의로 향한다. 8월 말 또는 9월 초 진행될 예정이다. 해당 회의에서는 칩4 세부 의제나 참여 수준 등이 다각도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협의체 명칭까지도 다뤄질 전망이다. 정부는 이전까지 입장을 정리해 양국에 전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가 외교전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정 기업이 의사 표현하기는 부담스러운데다 어떤 식으로 불똥이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다. 사태 파악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지난달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정부 등에서 해당 문제를 잘 다루리라 기대한다”면서 “우리한테 가장 유리한 쪽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한편 미국 의회는 ‘반도체 지원 플러스 법안’을 통과시켰다. 오는 9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할 예정이다. 총 520억달러(약 68조원) 규모 지원책을 담은 법안으로 수혜 기업의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항목이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파운드리 공장, 연구개발(R&D) 센터 및 패키징 라인을 미국에 구축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현지 정부 인센티브를 받게 되면 중국 사업장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김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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