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中 배터리 봉쇄 노리는 美…현대차·LG·SK·삼성 '희비'

김도현
- 글로벌 완성차업체 우려…韓 배터리 “나쁘지 않다”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미국 상원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를 통과시키면서 글로벌 전기차 산업이 술렁이고 있다. 기업마다 셈법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중국 견제가 핵심인 만큼 국내 완성차업체와 배터리 제조사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IRA는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대규모 투자와 부자 증세 등 내용을 담고 있다. 관련 예산은 4300억달러(약 560조원)에 달한다.

해당 법안 핵심은 전기차 분야다. 미국 내에서 전기차를 생산해야 대당 총 7500달러(약 980만원) 보조금을 주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 채굴과 제련이 북미 및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2023년 40% 이상,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80% 이상 이뤄져야 한다.

특정 국가를 지칭하지는 않았으나 타깃은 중국이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 배터리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CATL을 비롯해 BYD CALB 궈쉬안 등이 급성장한 영향이다.

배터리 원재료에서 중국의 지배력은 더 크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주요 메탈 제련 비중을 분석한 결과 중국은 리튬 60%, 니켈 35%, 흑연 65% 등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강세인 삼원계 배터리(NCM NCA 등)와 중국이 주도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모두 리튬이 핵심 광물임을 고려하면 당장 중국을 배제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에 미국 GM과 포드, 일본 도요타 등이 속한 자동차혁신연합(AAI)은 ‘IRA은 급진적인 법안’이라며 부정적인 의사를 표현했다. 전기차 사업을 본격 확장하는 상황에서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직격탄이다. 현시점에서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GV70’을 제외하면 미국 내 생산이 확정된 모델이 없다.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 모두 한국 생산이므로 가격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앞서 오는 2025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연간 30만대 규모 전기차 공장을 짓기로 했으나 2년여 공백에 따른 타격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배터리 3사는 긍정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각각 GM, 포드와 손잡고 공격적으로 북미 투자를 단행 중이다. 북미 진출을 선언한 스텔란티스 파트너도 국내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다. 이들 업체가 발표한 중장기 북미 배터리 생산능력(캐파)은 400기가와트시(GWh)에 육박한다. 한국을 제외하면 일본 파나소닉이 유일한데 현재 캐파는 40GWh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3개사에 수혜가 몰릴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고려해야 할 변수가 남아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광물 관련 중국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AAI가 반발할 정도로 중국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국내 업계는 IRA가 확정되지 않은데다 원재료 이슈가 남았기 때문에 추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K-배터리에 기회가 될 것이라는 의견은 지배적이다. 중국 겨냥한 법안인 만큼 미국 및 유럽 완성차업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조율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테슬라를 비롯해 GM, 포드 등은 한국 협력사와 거래하지 않고는 전기차 시장을 키울 수 없다. 따라서 미국 정부의 자국 완성차업체 살리기는 국내 배터리 3사에도 적용된다.

IEA에 따르면 메탈 제련이 아닌 생산으로 재분석하면 중국 비중은 대폭 줄어든다. 중국의 경우 영내 광산보다는 아프리카 남미 등 광산을 통해 광물을 얻고 이를 제련해 판매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기준을 달리하면 중국 제재를 유지하면서도 미국 전기차 시장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같은 맥락에서 현대차와 기아에게는 당분간 위기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생산라인 현지화에 속도를 내는 것 외에는 방도가 없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득실을 판단하기는 시기상조”라면서도 “최소한 국내 배터리 기업에는 좋은 쪽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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