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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법=세계법?…바이든 서명에 반도체·배터리 '발칵' [IT클로즈업]

김도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트위터 캡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트위터 캡쳐
- 칩스플러스 이어 IRA 통과 가능성↑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법적 장치를 통해 중국 경제를 뒤흔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이 대상이다. 두 분야가 핵심 수출품인 우리나라는 셈법이 복잡해진 상황이다. 중국이 주요 고객이자 협력자이기 때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현대차 등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 관련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 업체는 국내 제조 전기차가 미국 내 경쟁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IRA는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대규모 투자와 부자 증세 등을 포함한 법안으로 예산은 4300억달러(약 560조원)에 달한다. 최근 미국 상원을 통과하고 하원 표결을 앞두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서명 등 모든 절차가 완료되면 2024년 발효된다.

이중 가장 큰 화두는 전기차 부문이다. IRA에 따르면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해야 대당 총 7500달러(약 980만원)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배터리 소재와 부품에 대해서는 북미 지역 생산 및 조립 최소 비율이 2023년 50%에서 2029년 100%를 충족해야 한다. 아울러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 채굴과 제련이 북미 및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2023년 40% 이상,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80% 이상 이뤄져야 한다.

문제는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 중국은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등지에서 광산 지분을 사들여 채굴한 원료를 제련한 후 이를 배터리 관련 업체들에 공급한다. 광물마다 점유율은 다르지만 전체 70% 이상을 담당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IRA가 사실상 중국 도려내기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전기차 사업 강화에 나선 완성차업체들도 반발하고 있다. 단기간에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국내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비상이다. 미국에 연간 30만대 규모 전기차 공장을 짓기로 했는데 2025년 상반기 가동 목표다. 현지 시장 공략에 속도가 붙은 상황에서 2년여 공백은 타격이 크다.

미국 생산기지 구축에 한창인 배터리 제조사도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다. GM, 포드 등과 손잡고 협력을 진행 중인 건 긍정적이나 광물 조달처 다변화라는 과제가 남았다. 호주, 인도네시아 등으로 분산하고 있으나 1~2년 안에 중국 비중을 대폭 줄이기는 쉽지 않은 미션이다. 특히 중국 점유율 90% 내외에 달하는 망간, 알루미늄, 흑연 등이 난제로 꼽힌다.

이미 관련 법이 제정된 반도체 산업도 머리가 복잡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각) ‘반도체 산업 육성법’에 서명했다. 미국 반도체 산업 발전과 기술적 우위 유지를 위해 2800억달러(약 366조원)를 투입하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내 반도체 시설 건립 390억달러, 연구 및 노동력 개발 110억달러, 국방 관련 반도체 제조 20억달러 등 520억달러가 지원되며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는 25%의 세액공제가 적용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해당 법안을 공포하면서 “중국 한국 유럽은 반도체 산업을 유치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의 역사적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미국이 돌아왔다”고 강조했다.

역시나 숨겨진 의도는 중국 견제다. 미국으로부터 인센티브를 받으면 중국 투자를 금지한다는 조항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 공산당이 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로비까지 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에 공장을 두거나 반도체 판매를 하는 업체들은 비상이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양사는 중국에 전공정 및 후공정 라인을 두고 있다. 각각 낸드플래시와 D램 공장을 운영 중인데 비중이 작지 않은데다 향후 추가 투자도 고려하고 있던 것으로 파악된다.

아울러 중국은 최대 매출처다.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 60%가 중국(홍콩 포함)에서 나온다. 중국과 거래가 끊기면 국내 반도체 기업이 휘청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미국 주도로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4’까지 결성되면 중국과 단절을 심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칩4는 미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대만 등이 반도체 기술동맹을 맺는다는 명분이나 중국 반도체 제재가 실질적 목적이다. 한국이 칩4 예비회의에 참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중국에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에서 노골적으로 중국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국내 기업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대비는 하고 있겠으나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분석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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