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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데이] 2011.08.17. 통신3사 첫 주파수 경매

권하영
디데이(D-Day). 사전적 의미는 중요한 작전이나 변화가 예정된 날입니다. 군사 공격 개시일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엄청난 변화를 촉발하는 날. 바로 디데이입니다. <디지털데일리>는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에 나름 의미 있는 변화의 화두를 던졌던 역사적 디데이를 기록해 보고자 합니다. 그날의 사건이 ICT 시장에 어떠한 의미를 던졌고, 그리고 그 여파가 현재에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를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얼마 전 LG유플러스가 5G 주파수 경매에 단독입찰해 20㎒ 폭을 추가로 확보했다는 기사를 보신 적 있을 겁니다. 단독입찰이긴 했지만 그 전까지 추가할당을 둘러싼 통신사들간 견제는 치열했습니다. 주파수는 곧 통신품질과 직결되기 때문에, 사실 매 경매마다 통신사들은 각자의 셈법으로 눈치싸움을 벌였는데요. 주파수 경매가 처음으로 이뤄진 2011년 8월17일 역시 그랬습니다.

앞에서 말했듯, 주파수 할당을 경매 방식으로 진행한 것은 지난 2011년부터입니다. 2010년 7월23일 주파수 경매제 도입을 담은 전파법 개정안이 발표되면서, 주파수에 대한 경쟁 수요가 있는 경우 주파수 경매제를 시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덕분이죠. 주파수 경매시 최저경쟁가격은 주파수 대역의 특성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용도의 주파수 할당대가, 주파수 이용권의 범위 등을 고려해 정하도록 했습니다.

당시 주파수 경매를 주관한 주무부처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였습니다. 지금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그 역할을 하고 있지만요. 방통위는 2011년 6월 주파수 할당 공고를 냈고, 당연하게도 통신3사 모두 이 경매에 참여하게 됩니다. 매물로 나온 주파수는 ▲800㎒ 대역 10㎒ 폭 ▲1.8㎓ 대역 20㎒ 폭 ▲2.1㎓ 대역 20㎒ 폭 등 총 50㎒ 폭이었습니다. 경매 방식은 동시오름입찰, 경매 최저가는 800㎒ 대역이 2610억원에 1.8㎓와 2.1㎓ 대역이 4455억원으로 책정됐습니다.

주목할 것은 2.1㎓ 대역인데요. 이 대역은 전세계 통신사들이 앞다퉈 사용하는 이른바 ‘황금 주파수’였습니다. SK텔레콤과 KT도 각각 60㎒, 40㎒ 폭씩 보유하고 있던 대역이죠. LG유플러스만이 당시 2.1㎓ 대역에서 주파수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그래선지 방통위는 2.1㎓ 대역에 LG유플러스가 단독입찰할 수 있도록 우선권을 주게 됩니다. 당시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이 방통위원장을 찾아 “가난의 되물림을 끊어달라”고 호소했다는 후문도 유명하죠. 만년 3위 사업자의 고리를 끊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2011년 8월17일 한국서 첫 주파수 경매가 열렸고, 2.1㎓ 대역 20㎒ 폭은 LG유플러스가 ‘무혈입성’으로 가져가게 됩니다. SK텔레콤과 KT에 남은 것은 1.8㎓와 800㎒ 대역이었는데, 양사는 그중 더 높은 주파수인 1.8㎓ 대역을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였습니다. 당시 SK텔레콤은 1.8㎓ 대역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였고, KT도 1.8㎓ 대역에서 이미 2G를 운용하고 있었기에 LTE 상용화를 위해선 추가 대역이 간절했습니다.

처음에 두 사업자는 최소입찰증분(전 라운드 최고 입찰가의 1%)만큼 올리면서 매 라운드를 진행해갔는데요. 하지만 입찰가가 8000억원을 넘어가며 피말리는 전개가 시작됐습니다. KT는 30분씩 주어진 라운드에서 입찰가를 빨리 적어내는 방법으로 상대를 압박했고, 이에 SK텔레콤은 한번에 3단계를 높인 9950억원을 입찰가로 적어내기에 이릅니다. 결국 KT는 83라운드에 입찰 포기를 선언, 남은 800㎒ 대역을 가져가게 됩니다.

2011년 첫 주파수 경매는 이렇듯 1조원에 가까운 높은 금액으로 주파수를 사들이게 된 SK텔레콤의 상처뿐인 승리로 마무리됐습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죠. 당시 방통위는 경매 과열이 없을 것이라 자신했지만 실제 결과는 그러지 못했죠. 통신업계의 과잉 경쟁을 유도해 입찰자의 부담을 지나치게 키웠다는 비판이 뒤따랐습니다. 어찌 됐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이 경매를 통해 얻은 대역으로 LTE 서비스를 도입했고, 추가 대역 확보에 실패한 KT만이 가장 늦게 LTE를 상용화하게 됩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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