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韓 배터리 장비, 상반기 매출 '반등'…"해외 고객 잡아라"

김도현

- 20개사 실적 살펴보니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지난해 이연된 배터리 투자가 이뤄지면서 장비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전반적인 업황 호조 속에 주목할 부분은 해외 고객사 유무다. 대부분 후발주자로 설비 협력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데다 단가도 잘 쳐준다.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한 파트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배터리 장비업체 20곳 중 13곳이 전년동기대비 매출 개선을 이뤄냈다. 영업이익 상승은 10개사다.

앞서 언급한 대로 투자가 재개된 점, 지난해 수주한 장비의 매출 인식 등이 맞물리면서 상승 곡선을 그린 기업이 더 많을 수 있었다.

매출이 오른 회사 가운데 티에스아이, 대보마그네틱, 하나기술, 코윈테크 등이 세 자릿수 성장률을 달성했다. 이들 공통점은 국내 배터리 3사 외 신규 거래선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2분기 기준으로 티에스아이는 프랑스 ACC, 하나기술은 영국 브리티시볼트 등과 수백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외에 유일에너테크, 디에이테크놀로지, 이노메트리, 엔시스 등도 외국 협력사를 확보하면서 매출을 끌어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이어 올해도 해외 완성차업체 또는 배터리 제조사 한국행이 이뤄지고 있다. 가장 큰 목적은 우리나라 장비업체를 만나기 위함이다. 방문 기업들은 LG SK 삼성 등과 장기간 협업해온 한국 장비사와 손을 잡고 배터리 내재화 및 생산라인 구축에 속도를 내겠다는 심산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배터리 제조장비를 만드는 업체들은 수년간 글로벌 톱5 배터리사들과 기술 개발, 생산성 증대 등을 진행해왔다. 해외 기업에서 해당 노하우를 전수받거나 우리나라 대기업 공장에 투입된 설비를 그대로 사용하기 위해 한국에서 ‘장비 쇼핑’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업체들은 급한 만큼 국내 고객보다 더 좋은 조건을 내거는 것으로 전해진다. 장비사들은 이를 계기로 가격 협상력 향상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다만 투자 규모가 여전히 한국 배터리 3사가 압도적인 만큼 절대적인 비중 축소는 쉽지 않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반대로 지난 상반기 부진 업체들은 판매관리비 급증 여파가 컸다. 물류비, 인건비 등이 늘었다는 의미다. 이에 원익피앤이, 이노메트리, 디이엔티, 엠플러스 등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하락 폭이 가장 컸던 엠플러스는 중국 고객과 거래 과정에서 재무구조가 악화했다.

하반기도 배터리 제조사 투자가 이어질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북미와 유럽 신공장 장비 입찰이 예고된 만큼 관련 업체들은 만반의 준비에 돌입한 상태다. 수주전 결과에 따라 내년 이후 실적에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김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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