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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사용료 2R]⑬ 넷플릭스-SKB, ‘피어링’ 유상성 두고 충돌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망 이용대가 소송 중인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양사의 인터넷 접속 방식인 ‘피어링’(Peering, 직접접속)의 유상성 여부를 두고 충돌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일반망’이 아닌 ‘전용망’에 연결된 시점부터 망 이용대가를 지불해야 할 의무가 생겼다고 지적했지만, 넷플릭스는 일반망이든 전용망이든 망 접속방식과 별개로 망 이용대가를 낼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24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간 항소심 5차 변론에서는 이 같이 피어링의 구분 및 유상성 여부가 핵심 쟁점 중 하나로 떠올랐다.

일반적으로 망에 접속하는 방식 중에는 ‘피어링’ 방식이 있다. 피어링은 인터넷교환지점(IXP)을 매개로 ISP가 자사 망에 접속한 상대방의 트래픽을 자사 망 이용자에게 소통시키는 것으로, 단 다른 ISP의 망 이용자에게는 트래픽을 소통시키지 않는 방식이다.

피어링은 다시 ‘퍼블릭 피어링’(Public Peering)과 ‘프라이빗 피어링’(Private Peering)으로 나뉜다. 퍼블릭 피어링은 여러 사업자가 간접적으로 연결되는 다자간 연결, 프라이빗 피어링은 두 사업자가 직접 연결되는 양자간 연결이다. 쉽게 말해 퍼블릭 피어링은 ‘일반망’, 프라이빗 피어링은 ‘전용망’이라고 할 수 있다. 퍼블릭 피어링은 트래픽 품질이 보장되지 않아 소량의 트래픽을 교환하는 데 적합하지만, 프라이빗 피어링은 다량의 트래픽 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간 최초로 망이 연결된 것은 2016년 1월 미국 시애틀 IXP인 ‘SIX’에서다. 이후 2018년 5월 양측은 IXP를 기존 미국 시애틀에서 일본 도쿄 IXP ‘BBIX’로 변경하는 데 합의했다. 넷플릭스 서비스가 발전하면서 국내 트래픽이 급증하자 속도 지연과 끊김 등 트래픽 품질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SK브로드밴드는 SIX의 경우 퍼블릭 피어링 방식 연결이었으며, BBIX는 프라이빗 피어링 방식 연결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자간 간접 연결인 퍼블릭 피어링은 소액의 IXP 포트 연결 비용을 제외하고 별도의 이용대가를 지불할 필요가 없지만, 프라이빗 피어링은 두 사업자간 직접 연결인 만큼 이용대가 지불이 전제돼 있다고 주장했다.

SK브로드밴드 측 증인의 진술도 이를 뒷받침했다. SK브로드밴드에서 네트워크 담당 엔지니어로 있는 증인은 “프라이빗 피어링은 서로간 명시적 문서나 계약상 합의를 전제로 비용을 내며, BBIX 연결의 경우 프라이빗 피어링에 해당한다”면서 “SIX는 퍼블릭 피어링이므로 비용 지급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그러나 SIX에서 BBIX로의 연결 변경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넷플릭스 측 대리인은 “지금까지 증거를 살펴보면 양측의 법률관계가 도쿄에서 변경됐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법률관계가 달라졌다면 그 시점에서 대가를 요구해야 하지만, 피어링 성격 바뀌었다거나 망 이용대가 달라는 얘기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SK브로드밴드 주장대로 퍼블릭 피어링과 프라이빗 피어링을 굳이 구분한다면, BBIX의 경우 초기에만 퍼블릭 피어링 방식으로 연결했고 2020년 별도 연결 이후에는 프라이빗 피어링 방식 연결로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넷플릭스는 퍼블릭 피어링과 프라이빗 피어링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으며, 모든 피어링은 무정산이 원칙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넷플릭스 측은 무정산의 근거로 피어링(Peering·직접접속)에 대한 2016년 PCH(Packet Clearing House) 시장조사 수치를 제시하며, 99.98%는 무정산이고 무정산의 경우 0.07%만이 서면계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통계를 볼 때 피어링의 대부분은 무정산으로 진행하는 것이 ‘관행’이라는 얘기다.

SK브로드밴드 측 증인은 그러나 해당 조사 결과에 대해 “양자간 프라이빗 피어링 개념보다 퍼블릭 피어링을 포함해 산출된 퍼센트 같다”며 “프랑스 ARCEP(통신우정규제청) 조사에선 페이드 피어링(Paid Peering) 퍼센트가 47% 정도라고 돼 있다”고 반박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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