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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사용료 2R]⑫ 넷플릭스-SKB, 암묵적 합의여부 두고 '충돌'

강소현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망사용료 지급 문제를 두고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쟁점 중 하나는 2016년 당시 망사용료 무정산 합의 여부다. 2016년은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처음 연결한 시점이다.

넷플릭스는 “2016년 무정산에 대해 암묵적으로 합의했으니, 연결지점을 도쿄로 옮긴 뒤에도 정산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SK브로드밴드는 ”연결 사실을 몰랐는데 어떻게 합의할 수 있냐“는 입장이다.

20일 서울고등법원 민사19-1부에서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 항소심의 4차 변론이 진행된 가운데 양측은 2016년 연결 당시 무정산 합의 여부를 두고 대립각을 세웠다.

넷플릭스는 2016년 국내 서비스 론칭 과정에서 SK브로드밴드와 처음 연결했다. 미국 시애틀의 인터넷연동서비스(IXP)인 SIX를 통해 SK브로드밴드의 망과 연결하는 방식이다. IXP는 ISP와 CP 사이에서 중개인 역할을 하는 사업자로, IXP와 계약하면 해당 IXP와 연결된 다른 모든 ISP 혹은 CP와 트래픽을 교환할 수 있다.

넷플릭스 측은 SK브로드밴드가 미국 시애틀에서 IXP를 통해 연결될 사실을 알고도 망사용료 지급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무정산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고 받아들인 넷플릭스는 이후에도 망사용료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특히 2년이 지난 2018년, SK브로드밴드와의 연결지점을 시애틀에서 도쿄로 바꾸는 과정에서도 SK브로드밴드는 망사용료 지급 문제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다가 돌연 그해 10월 SK브로드밴드가 망사용료 지급을 요구해왔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측은 SK브로드밴드가 시애틀에서의 연결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근거로, 당시 SK브로드밴드와 주고받은 이메일을 제시했다. 메일은 2016년 넷플릭스가 국내 서비스 론칭에 앞서 SK브로드밴드에 보낸 메일이다. 2016년 1월19일 SK브로드밴드에 보낸 메일에서 넷플릭스는 ”한국이 주요시장이 됐다“고 밝혔다.

또 시애틀에서 도쿄로 연결지점을 옮기던 2018년 SK브로드밴드 주고받은 이메일을 공개하며, 무정산에 대해 암묵적으로 합의했다고 여길 수 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해당 메일에서 SK브로드밴드는 연결지점을 도쿄로 옮기고 싶다고 말했을 뿐, 여전히 망사용료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측 법률대리인은 ”피고 주장이 맞다면 ‘도쿄에서부턴 망사용료를 받아야하는 데 합의가 가능하냐’는 이야기가 이메일에 적혀있어야 한다“며 ”그로부터 3주 뒤 SK브로드밴드와 주고받은 이메일에서도 망사용료를 지급해야한다는 내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시애틀에서의 연결사실 자체를 몰랐다고 반박했다. 연결사실을 몰랐으니, 암묵적 합의도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IXP를 통한 연결은 연결 당사자 간 별도의 계약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에 SK브로드밴드가 연결 대상을 역추적하기 전까지 해당 사실을 파악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또 넷플릭스가 언급한 2016년 1월자 이메일을 언급하며, 해당 이메일에는 “국내에서 서비스를 론칭한다”고 적혔을 뿐, “시애틀의 SK브로드밴드 망을 통해 론칭한다”는 이야기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암묵적 합의도 결국은 하나의 계약으로, 이를 입증할 만한 자료를 넷플릭스가 제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도쿄로 연결지점을 이동한 뒤에도 망사용료 지급을 요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당시 상황 탓에 논의를 미룰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국내 이용자의 불만 해소가 더 시급한 문제였다는 설명이다.

당시 넷플릭스는 시애틀의 SIX를 통해 퍼블릭 피어링(Public Peering) 방식으로 SK브로드밴드와 트래픽을 교환했는데, 이 경우 콘텐츠의 화질이 깨지고 전송속도도 느려졌다. 이에 콘텐츠 품질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커지자, SK브로드밴드는 망사용료에 대한 논의를 유보하고 일본 도쿄의 BBIX에서 넷플릭스와 1대1로 연결할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프라이빗 피어링(Private Peering) 방식이다.

SK브로드밴드 측 법률대리인은 “IXP의 퍼블릭망을 통해 들어온 콘텐츠의 품질은 좋을 수가 없었다. 이에 국내 이용자들의 불만 역시 컸다”라며 “SK브로드밴드도, 넷플릭스도 이 사안에 대해 심각하게 여겨 이용자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2018년 도쿄에서 직접연결했다. 망사용료 논의를 잠시 미뤄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강소현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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