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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리뷰] “SKB-넷플릭스 IX연동, 상대방 모르게 진행불가”

강소현

기사를 읽고도 풀리지 않은 궁금증이 있었나요? 그렇다면 디지털데일리 기자들이 직접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기사에 댓글로 남겨주신 이야기를 ‘댓글리뷰’ 코너를 통해 답해드립니다.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댓글로 남겨주세요.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인터넷연동서비스(IXP·Internet eXchange Point)를 통해 연동하더라도 양사 간 협의가 필요합니다.”

2016년.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서비스를 론칭한 해입니다. 당시 넷플릭스는 국내 이용자들에게 어떻게 콘텐츠를 전송할 수 있었을까요.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는 최근 진행된 항소심 3차변론에서 새로운 주장을 펼쳤는데요. (다시 한 번 상기시켜드리자면,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현재 망사용료 지급문제를 두고 3년째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2016년 당시 시애틀의 IXP인 SIX를 통해 SK브로드밴드의 고객들에 콘텐츠를 전송했으며, SK브로드밴드는 이 사실을 몰랐다는 것입니다.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의 연결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는 앞으로 재판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지점으로 여겨집니다. 넷플릭스 역시 같은 사례를 들어 “SK브로드밴드가 알고도 (망사용료) 무정산에 합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SK브로드밴드가 정말 연결 사실을 몰랐다면, 암묵적으로 합의했다는 넷플릭스의 주장은 틀린 주장이 됩니다.

지난 댓글리뷰 기사에선, 업계의 의견을 빌려 IXP를 통해 넷플릭스와 연결된 SK브로드밴드는 연결 대상을 역추적하기 전까지 이 사실을 파악할 수 없다고 적었는데요.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특정 통신서비스사업자(ISP)와 트래픽을 교환하고자 할 때 계약은 CP와 ISP가 아닌, CP와 IXP 사이에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SK브로드밴드의 피어링 정책 내용.
SK브로드밴드의 피어링 정책 내용.

이에 대해 누리꾼 B씨가 반박 댓글을 남겼습니다. IXP를 통해 ISP와 CP가 트래픽을 주고받더라도 양사 간 합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인데요. B씨가 남긴 댓글의 전문은 이렇습니다.

“IXP(Internet eXchange Point)을 통해 연동하더라도 양사 간의 협의가 필요합니다. BGP연동이 이뤄지려면 기사에 설명하신 포트에 지정된 인터넷 프로토콜(Internet Protocol·IP)과 상대방의 IP를 연동하기 위한 설정을 해야 하며, 연동한 뒤에도 라우팅 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사전작업들이 진행되기에 상대방이 모르게 진행은 불가합니다.”

오늘의 댓글리뷰를 이해하려면 IXP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국내에서 IXP는 생소한 개념인데요. IXP 사업자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애틀의 SIX, 일본 도쿄의 BBIX가 대표적인 해외 IXP입니다. 국내에는 KINX 같은 곳이 대표적인 중립 IXP 사업자입니다.

IXP는 ISP와 CP 사이에서 중개인 역할을 하는 사업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IXP와 계약하면 해당 IXP와 연결된 다른 모든 ISP 혹은 CP와 트래픽을 교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아마존·넷플릭스·구글 등 10개의 CP가 있습니다. SK브로드밴드가 이 사업자들과 1대1로 모두 직접연결 하려면 회선 비용이 많이 들어가겠죠. 다만 이들 사업자와 연결된 IXP 하나와 연결하면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습니다. 이미 연결된 IXP 구성원들과 트래픽을 교환해 비슷한 규모의 이익을 얻을 수 있냐도 해당 IXP와 계약 시 고려하는 부분입니다.

본론으로 돌아가, IXP업계에 따르면 IXP를 통해 트래픽을 교환하는 경우 양사 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B씨의 주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트래픽 교환방식에 따른 차이인데요.

먼저, IXP를 통해 두 사업자가 트래픽을 교환하는 방식은 크게 2가지입니다. 퍼블릭 피어링(Public Peering)과, 프라이빗 피어링(Private Peering)인데요.

퍼블릭 피어링은 IXP와 연결하면, 해당 IXP와 연결된 다른 모든 구성원들과도 트래픽을 주고받는 방식입니다. 서로 주고받는 트래픽의 규모 등 상호접속을 통해 얻는 이익이 비슷할 때 체결해 상호무정산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사업자 간 협의가 요구되지 않습니다. 네트워크 경로 정보 등 트래픽 교환에 필요한 피어링 정보도 공유됩니다.

다만 콘텐츠의 품질 확보가 중요한 CP들의 경우, 프라이빗 피어링을 선호합니다. 퍼블릭 피어링 방식으로 트래픽을 교환하는 경우 콘텐츠의 화질이 깨지고 전송속도도 느려지기 때문입니다.

프라이빗 피어링은 서비스하고자 하는 국가 혹은 인근 ISP의 포트와 1대1로 직접연결하는 방식인데요. 유상성을 전제로 직접연결하는 만큼 양사 간 협의 하에 피어링 정보를 교환합니다. 누리꾼 B씨가 말한 경우죠.

다만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2016년 시애틀에서 프라이빗 피어링이 아닌, 퍼블릭 피어링 방식으로 트래픽을 주고받았습니다. 이후 트래픽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넷플릭스는 2018년 SK브로드밴드와 일본 도쿄의 BBIX에서 직접연결하기로 합의하죠.

물론, 합의가 필요하지 않을 뿐 퍼블릭 피어링이라고 연결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IXP에 새로운 구성원이 합류하는 경우 이 사실이 같은 IXP에 연결된 구성원들에 공유되기 때문인데요. IXP에 새로운 구성원이 추가되는 경우 명단은 공유되며, 해당 명단을 확인하냐는 사업자의 자유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IXP의 각 구성원은 해당 IXP와의 계약을 연장할지 연결된 구성원의 명단을 보고 결정한다”라며 “구성원이 나에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계약을 연장하고, 아니면 파기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때 명단에서 모든 IXP 구성원들을 보는게 아니라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상위 사업자들을 보고 판단한다. SK브로드밴드도 비슷한 상황이지 않았을까 싶다”라며 여지를 남겼습니다.

강소현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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