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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산 합의" VS "협상 유보한 것"… 넷플릭스-SKB 망 이용대가 공방

강소현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망 이용대가 지급문제를 둘러싼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분쟁이 진행 중이다. 넷플릭스가 "무정산에 합의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SK브로드밴드는 "인터넷 전용회선 서비스는 유상이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15일 오후 서울고등법원 민사19-1부에서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 항소심의 3차 변론이 진행됐다.

지난 변론에서 넷플릭스는 2018년 SK브로드밴드의 망과 직접연결할 당시 무정산에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유발하는 트래픽에 대응하기 위해 망 이용대가에 대한 협상을 유보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날도 SK브로드밴드는 2018년 일본 도쿄에서 넷플릭스와 직접연결 당시 이용자의 불편을 줄이고자 망 이용대가 지불에 대한 협상을 미뤘을 뿐, 무정산 피어링에 대해 합의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다.

특히 넷플릭스와는 2016년 1월 국내에서 서비스를 론칭하기 이전부터 망 연결방법에 대해 논의해왔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넷플릭스가 론칭 이전까지 합의를 이루지 못하자 미국 시애틀의 인터넷연동서비스(IXP)를 통해 협의없이 SK브로드밴드망과 연결해 국내 서비스를 론칭했다고 새롭게 주장했다.

SK브로드밴드 측 법률대리인은 “SK브로드밴드와 무정산 합의가 있었다면 처음부터 망 이용대가를 내라고 요구할 때 ‘이미 합의했다’는 반응이 먼저 나오는게 당연하다. 하지만 넷플릭스 측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무정산 합의가 있었다면 SK브로드밴드 입장에선 오픈커넥트(OCA)를 망에 설치하는게 유리한데 왜 굳이 더 비싼 비용을 내고 넷플릭스와 직접연결 했겠냐”고 강조했다.

반면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 무정산에 대한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2016년 1월 국내에서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에도 SK브로드밴드와 수차례 이메일를 주고받았지만, 거기에서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라”는 요구는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측 법률대리인은 “(SK브로드밴드는) 이메일이 (망 이용대가) 협상을 요구한 증거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피고가 2018년 도쿄에서 피어링을 하고 싶다고 이메일을 보내자 곧바로 원고들로부터 2-3주 안에 가능하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피어링 연결 지점을 도쿄로 옮기자는 합의는 이때 이뤄졌다”며 “당시 망이용대가는 논의 대상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 간 직접연결 과정에서 “무정산이 관행이다”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양측 입장이 엇갈렸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망은 피어링(peering·동등접속)으로 연결되는 가운데 피어링은 통상 무정산이 원칙이라는 게 넷플릭스의 입장이다. ISP와 ISP가 서로의 가입자에게 트래픽을 전달하는 방식은 크게 피어링과 트랜짓(transit·중계접속)으로 구분된다. 이런 용어는 ISP의 고객에 해당하는 CP가 이용하는 인터넷접속서비스에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 측 법률대리인은 “전세계 1500만개의 ISP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9.9% 무정산 피어링으로 연결됐다”며 “계약서를 작성하는 비중은 0.002%뿐에 그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는 인터넷 전용회선 서비스에선 유상이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또 피어링 역시 두 사업자간 주고받는 트래픽의 양이 비슷할 때 무정산을 원칙으로 하며, 다량의 트래픽을 유발하는 넷플릭스의 경우 비용을 지불하는 페이드 피어링(Paid peering)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 측 법률대리인은 “프랑스 ARCEP 자료를 보면 피어링 가운데 47%가 유상피어링”이라며 “국내외 어떤 자료에서도 무정산이 관행이라는 언급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각 나라마다 고유한 사정이 있는데 우리 법정에 적용하려면 국내 관행을 살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한편 다음 4차 변론기일은 7월 20일 오전 진행될 예정이다.

강소현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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