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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혹은 M&A…저성장 속 이커머스 재편 ‘지속’ [IT클로즈업]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엔데믹 전환과 금리 인상으로 이커머스 업계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서도 지난해 시작된 본격적인 시장 재편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새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기업공개(IPO) 혹은 인수합병(M&A)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다만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위해선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 지난해만 해도 영업손실이 계속 나더라도 매출 성장세가 뒷받침되면 가치를 인정받고 투자금을 끌어올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커머스 업계가 호황이던 시기와 달리 수익성 확보도 중요 요소가 됐다.

박종대 하나증권 연구원은 “유통 시장에서는 쿠팡이 2~3위 업체와 간극을 확대하면서 온라인 유통시장 패권을 잡아가고 있고, 경쟁사들은 오히려 비용을 줄이면서 수익성 제고를 도모하고 있다”며 “경쟁이 완화되고 시장은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전과 다른 이커머스 몸값...M&A·IPO ‘혹한기’=29일 업계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기반 이커머스 업체 큐텐은 최근 티몬 경영권을 인수하기로 티몬 대주주와 합의, 최종 조건을 조율 중이다. 인수방식은 사모펀드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보유한 티몬 지분 81.74%를 큐텐 또는 큐텐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 지분으로 교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큐텐은 해외직구 중심으로 여러 국가에 진출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티몬과 사업영역은 크게 겹치지 않는다. 지난달 장윤석 티몬 대표도 브랜드 풀필먼트로 파트너사 해외진출까지 목표로 한다면 “큐텐이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티몬 매각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 롯데그룹이 티몬을 인수하려 했지만 당시 양측이 제시한 희망 가격대가 맞지 않아 최종 결렬된 바 있다. 티몬은 IPO도 추진하려했지만 수익성 악화로 철회했다. 지난해 티몬 영업손실은 760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이커머스 업계서 존재감이 미약해진 티몬과 달리 컬리와 11번가·오아시스마켓·SSG닷컴 등 성장성을 인정받거나 규모가 큰 업체들은 IPO를 준비하고 있다. 이중 냉랭한 투자시장 속에서도 IPO준비가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건 컬리다. 지난 22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본부에서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고 상장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티몬과 컬리는 각각 매각과 IPO라는 다른 길을 걷게 됐지만 양사 공통적인 숙제가 있다. 당초 언급된 기업가치보다 현재 훨씬 낮은 금액으로 언급되고 있다.

컬리는 지난해 말 진행한 프리IPO(상정 전 투자유치) 당시 기업가치를 4조원으로 평가받았지만, 올해 경기침체 등으로 IPO시장이 위축되면서 현재 1조원 후반대까지 거론되고 있다. 티몬도 상장 추진과 매각 시도를 반복하는 새 기업가치가 떨어졌다. 2019년 롯데와 M&A를 논의하던 시점 거론되던 티몬 기업가치는 1조원대였지만 최근 매각설에서 언급된 건 2000억원대다. 단, 장 대표는 “2000억원대는 티몬에서 나올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 압도적 점유율 부재한 이커머스, 신흥 강자는 누구?=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네이버 17%, 신세계(SSG닷컴+G마켓)가 15%, 쿠팡 13%, 롯데온 5% 정도로 추산된다. 지난해 신세계(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후 ‘3강 체제’가 구축됐지만 압도적인 업체가 부재해 신흥 이커머스 업체도 계속해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먼저 IPO를 준비 중인 11번가는 대표 주간사로 한국투자증권과 골드만삭스, 공동주간사로 삼성증권을 선정하며 공모 절차에 시동을 걸었다. 업계에 따르면 오아시스마켓도 다음달 초 한국거래소에 상장 심사를 신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SSG닷컴은 지난해 10월 주간사 선정 후 숨고르기 중이다. 11번가와 오아시스마켓, SSG닷컴 IPO가 흥행하기 위해선 컬리 IPO 과정을 신중히 지켜볼 수 밖에 없다.

IPO를 준비하는 이커머스 업체들은 하반기 수익성 강화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오아시스마켓은 이커머스 업체 중 유일한 흑자기업이라는 점을 앞세울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 70억원 가량 영업이익을 거뒀다. 11번가는 ‘성장을 위한 투자’를, SSG닷컴은 ‘성장이 수익창출로 이어질 수 있는 사업구조로 전환’을 제시했다. 매출 상승을 위한 투자를 지속하면서도 수익성을 챙겨 적자폭을 줄이겠다는 목표다.

큐텐이 티몬을 인수할 경우 티몬이 다시 시장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낼 수 있을지도 주목할 점이다. 일각에선 큐텐이 인터파크 쇼핑 부문을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알려졌다. 지난해 인터파크를 인수한 야놀자가 여행·티켓 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를 재매각하려는 움직임이다.

지난해 이베이코리아와 인터파크, 다나와 등 1세대 이커머스 업체들이 나란히 시장 매물로 등장했던 건 독자체제에서는 사업 경쟁력을 제고하는데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1세대 업체 매각은 퇴장이라기보다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다. 같은 관점에서 티몬 역시 새 주인을 맞을 경우 오히려 장 대표가 내세운 ‘브랜드 풀필먼트’가 탄력 받을 수 있다.

앞서 장 대표는 “(지분투자든 매각이든) 주인이 택할 일이지만 티몬이 추구하는 방향을 완전히 무시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며 “결국 브랜드들이 자신들을 성장시켜 줄 제대로 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곳이 어딘지 고민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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