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적자’를 바라보는 이커머스 업계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코로나19 시국엔 적자 폭이 증가하더라도 외형을 키우는 게 더 의미가 컸다면, 엔데믹으로 전환한 현재는 수익성 개선에 힘쓴다. 성장과 내실 사이 균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쿠팡·SSG닷컴·11번가·롯데온 등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은 나란히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와 달라진 점은 모두가 일제히 적자 폭을 키운 게 아니라는 점이다. 쿠팡은 2분기 영업손실 6714만3000달러(약 84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7%를 줄였다. 매출도 50억3782만달러(6조 6242억원)를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12% 신장했다. 1, 2분기 연속 적자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SSG닷컴과 11번가는 반대로 영업손실이 확대됐다. SSG닷컴 상반기 매출은 848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3.5% 증가했지만 영업손실 662억원으로 전년대비 366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G마켓 영업손실은 182억원이다.
11번가 역시 마케팅 비용 증가와 금리 급등으로 2분기 영업손실은 지난해보다 310억원 늘어난 450억원을 기록했다. 11번가는 매출 성장률도 1, 2분기 연속 전년대비 2~3% 증가에 그치면서 시장 평균(8%)을 하회하고 있다. 롯데온은 영업손실폭을 소폭 줄였다. 2분기 영업손실은 492억원으로 사업부 통합 기준 전년대비 35억원 감소했다.
하나증권에선 올해 상반기 쿠팡 점유율을 20.8%로 추정했다. 이어 네이버 20%, 지마켓글로벌(이베이코리아) 7.9%, SSG닷컴 3.1%, 롯데온 1.7%로 전망했다. 지난해 상반기 점유율 기준 네이버(18.2%), 쿠팡(17.6%) 순위가 바뀐 셈이다.
쿠팡 이번 실적이 유독 의미있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이커머스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외형성장과 수익성 개선이라는 목표를 동시 달성했기 때문이다.
하나증권 박종대 연구원은 “네이버와 롯데온, 이베이코리아 등 주요 온라인 유통업체 시장점유율이 답보상태에 있는 가운데 쿠팡 점유율은 1년 새 3%포인트(p) 상승했다”며 “시장 점유율 상승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 이룬 업체는 쿠팡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커머스 업계는 지난해까지 거래액 기준 시장점유율 선점을 위해 출혈경쟁을 벌였다. 코로나19 시기 비대면 수요가 급증하면서 우선 과제는 신규 고객 확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 분기 높은 성장률을 보이던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올해 엔데믹 전환으로 정체되기 시작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상반기 온라인 유통업체 성장률은 전년대비 10.3%로 지난해 상반기0(16.1%) 대비 줄었다. 특히 지난 6월엔 전년댜비 9.1% 증가했는데, 이는 오프라인 시장 성장률보다도 6월 전년 동월 대비 9.1% 성장해 오프라인 시장의 성장률(9.3%)보다 낮았다.
실제 이커머스 업체 2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증가하긴 했지만 성장 폭은 줄었다. 가령 쿠팡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54% 증가했지만 올해 1분기엔 전년대비 22%, 2분기 12%로 성장폭은 둔화됐다. 잠재 가능성 지표로 활용되던 거래액·매출 성장속도가 주춤하게 되자 수익을 내거나 적자를 줄이는 ‘내실’도 중요해진 것이다.
네이버와 쿠팡은 물론 SSG닷컴, 11번가, 롯데온 등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은 모두 하반기 우선 과제로 성장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강조했다.
SSG닷컴은 올 하반기 24개로 예정했던 대형 PP(Picking&Packing)센터 확대 계획을 12개로 조정했다. 주문량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광역물류센터(RDC)를 신설은 올해 아니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한다. 공격적으로 물류 인프라를 확충하기보다 속도조절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충성고객 확보를 위해 유료멤버십은 적립중심으로 마케팅을 전환한다.
11번가도 ‘성장을 위한 투자’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6월 직매입 상품을 강화한 슈팅배송(자정 전 주문 시 익일배송), ‘애플 브랜드관’ 출시 등 효과가 반영돼 하반기 사업확대를 본격화한다. 물류 효율화 개선을 위해선 2분기 중 자체 개발한 창고관리시스템(WMS 2.0)을 도입했다.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고객 확보를 위해 월 2900원 구독상품 ‘우주패스 슬림’도 출시했다.
롯데온도 적자폭을 줄이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최근 새벽배송 서비스는 투자 대비 성과가 저조하다고 판단, 이를 전면 중단했다. 오프라인 매장을 이용한 당일배송은 주문 건수가 낮은 지역에 한해 운영을 임시 중단했다. 경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