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커머스 분야에선 새로운 흐름에 맞춰 변화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흥미로운 현상도 생기고 논란이 발생하기도 하죠. 디지털데일리는 이곳에서 일어나는 재밌는 이야기들을 찾아 전달하고자 합니다. ‘트렌디’한 소비자가 되는 길, 시작해볼까요?<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배달주문 플랫폼에서 인기를 얻는 메뉴 중 하나는 치킨입니다. 치킨 한 마리에 음료·배달비까지 포함하면 소비자가 지불하는 총금액은 3만원을 웃돕니다. 물가 상승을 체감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한데, 국민 대표 간식이라기엔 조금 배신감도 듭니다.
이 틈새를 파고든 건 대형마트입니다. 프랜차이즈 치킨과 비교해 저렴한 가격이 강점인 반값 치킨 상품을 출시한 것입니다. 대형마트들끼리 가격경쟁을 벌이면서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는 모습입니다.
가장 먼저 움직인 건 홈플러스입니다. 지난 6월 말 한 마리 가격이 6990원(후라이드 기준)인 ‘당당치킨’을 출시했는데, 한 달 반만에 38만마리 이상 팔렸습니다. 이마트도 지난 18일부터 24일까지 ‘(9호) 후라이드 치킨’ 한 마리를 5,980원에 팔고 있습니다. 롯데마트는 1.5마리 분량 ‘한통 치킨’을 1만5800원에 판매하는데, 지난 11~17일 8800원에 판매하기도 했고요.
주로 마트 치킨은 오전과 오후 특정 시간대 조리를 해서 판매합니다. 특히 저렴한 마트 치킨은 일부 매장에서 한정 수량만 팔다 보니 소비자들 사이에서 ‘오픈런’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고객들이 집 밖으로 나오길 바라는 대형마트 바람이 이뤄진 셈입니다.
코로나19 기간 대형마트는 어려움을 토로해 왔습니다. 소비자들이 이커머스로 발길을 돌리면서 대형마트 실적이 대폭 악화됐기 때문입니다. 이에 저렴한 치킨을 미끼상품으로 삼아 고객들을 대형마트로 유인하려는 계산도 깔려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치킨을 사러 온 고객이 마트에 방문한 만큼 아예 장보기를 하고 돌아갈 수 있으니까요.
반값치킨 입소문은 대형마트 온라인 홈페이지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모습입니다. 홈플러스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7월28일부터 8월3일까지 일주일간 ‘치킨’ 키워드 검색량이 전월대비 1036% 증가했고요.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당당치킨’ 키워드 검색순위는 전주 17위에서 1위까지 올랐습니다.
사실 대형마트 ‘반값 치킨’ 출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10여년 전 롯데마트가 한 마리 당 5000원에 판매하는 ‘통큰 치킨’을 출시한 바 있는데요. 당시엔 대기업이 치킨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비판을 받고 판매가 중단됐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다릅니다. 치솟는 프랜차이즈 치킨값에 소비자 반감이 커졌고, 고물가 부담까지 더해진 영향으로 보입니다.
‘반값치킨’으로 시작된 대형마트 저가경쟁은 피자·초밥 등으로 종류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롯데마트·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들이 할인 행사를 통해 소비자 물가 부담을 낮추겠다는 목표입니다. 한동안 이커머스 업체들 사이에서 초저가 경쟁을 벌이며 고객을 유치하던 때가 있었는데요. 대형마트들이 이번 기회를 발판 삼아 가격경쟁력이 높은 채널로 소비자들에게 인식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