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승은 기자] 애플의 아이폰 신제품이 예년보다 이르게 우리 곁을 찾아온다. 통상 애플은 9월 중순 이벤트를 개최하고 그 해 플래그십 아이폰과 새 웨어러블을 공개했지만 올해는 일주일가량 이른 날짜로 책정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기준 9월7일, 한국 시간으로 9월8일이다.
일반적으로 발표 열흘 후부터 판매를 시작하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을 비롯한 1차 출시국에서는 9월16일~17일(현지시간)부터 시판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이 9월10일 이전에 신제품 행사를 여는 것은 지난 2016년 ‘아이폰7’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애플 이벤트'가 열린 날짜 역시 9월14일이었다. 그렇다면 왜 애플은 6년 만에 일주일이나 빨리 신제품을 출시하게 됐을까.
애플의 회계연도는 국내와는 조금 다르다. 국내에서는 10월부터 12월까지가 4분기지만, 애플은 1분기로 본다. 이 기준대로 하면 1월부터 3월은 2분기, 4~6월이 3분기, 7월~9월이 4분기다.
새 스마트폰이 출시되는 기간은 우리 기준으로는 3분기지만 애플 기준으로는 4분기다. 신제품을 일주일 이르게 판매할 경우 4분기 매출에 일주일치 판매치가 포함된다. 이는 실적과 2022년 전체 실적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4분기와 한 해 실적 상회를 위해서지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2분기 세계 스마트폰 기장은 2억9450만대로 전년동기대비 9% 축소했다. 애플의 출하량 역시 전년동기대비 5% 줄었다.
하반기에도 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할 전망이다. 지정학적 위기와 인플레이션 등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경기 침체와 지속적인 지정학적 위험, 원자재 가격 상승, 소비자 수요 약화 등으로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 불확실성이 큰 상태”라고 언급했다.
시장조사기관들은 연이어 2022년 예상 출하량 조정에 나섰다. 가트너는 2022년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을 당초 16억대에서 10% 축소된 14억6000만대로 하향 조정했다. IDC는 이보다 낮은 13억1000만대로 예측했다. 올해 초 제시한 13억7600만대보다 5% 낮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 상황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한발 빠르게 신제품을 내놓고 타격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방침으로 분석된다.
애플은 아이폰14 시리즈의 초도물량을 9000만대 수준으로 책정하고 생산업체에 통보했다. 지난해 큰 흥행을 거둔 ‘아이폰13 시리즈’와 비슷한 수준이다. ‘2연타’에 성공할 것이라는 애플의 자신감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다만 가격 부분은 변수다. 애플은 이번 신제품 4종 또는 프로 라인업 2종의 출고가를 전작보다 100달러(약 13만원)가량 높일 가능성이 크다. 인플레이션과 환율 급등에 대한 대응이다. 제품 가격 인상에도 지난해와 같이 ‘슈퍼 사이클’에 진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