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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AI 반도체’ 수출 중단시… 中 핵심 국책연구기관들 사실상 무력화

박기록
중국과학원(CAS) 홍보영상중
중국과학원(CAS) 홍보영상중
‘고성능 AI 반도체의 중국 수출 중단' 명령이 가시화됐을 경우, 중국이 입게될 타격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발생한다.

먼저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바이두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초거대 AI 플랫폼’ 개발의 차질이다. 중국의 IT서비스산업 전체의 질적 하락은 물론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전환 전략에 제동이 걸린다.

물론 이들 민간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A100’와 ‘H100’, AMD의 ‘MI250’칩 보다 성능이 낮은 칩을 이용해 개발을 지속할 수 있으나 결국 성능의 차이로 미국 빅테크 기업들과의 기술 개발 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또 하나는 중국 정부기관들에 의해 운영되는 핵심 국책연구기관들에 미칠 타격이다. 주로 중국내 포진한 주요 대학 및 국책 연구기관들이 그들이다.

이와관련 6일(현지시간) 로이터는 이들 연구기관들이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미국과 맞서기위한 전략 자산 개발을 위해 적지않은 수량의 고성능 AI 반도체를 수입해왔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실제로 중국내 주요 연구기관들은 엔비디아의 'A100칩' 도입 의존도가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예를들어 기초과학 기술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중국의 명문 칭화대는 지난해 10월, 엔비디아의 AI칩이 적용된 슈퍼컴 2대를 40만 달러에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달 중국과학원(CAS)도 'A100'칩을 구매하는데 25만 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올해 6월에는 A100 칩이 탑재된 20만 달러 상당의 고성능 컴퓨터 장비도 구매했다.

중국 남부 광동성에 소재한 진안대 사이버보안학부도 9만3000 달러 규모의 엔비디아 AI칩이 탑재된 슈퍼컴을 구매했으며, 이와 별개로 지능형시스템 및 엔지니어링 분야에 적용할 A100칩 구매에도 10만 달러를 결제했다.

이밖에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산동, 허난, 충칭 등 지방 정부들도 연구 및 개발 목적으로 A100칩을 구매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올 3월에 공개된 엔비디아의 'H100' 칩은 아직 공식 출시전이기때문에 중국에 수출된 적이 없지만 만약 이번 미국의 조치가 없었다면 H100 칩에 대한 중국내 핵심 연구기관들의 수요도 적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만약 중국내 고성능 AI반도체에 대한 공급이 차단됐을 경우, 엔비디아가 입게될 중국향 매출 손실은 약 4억 달러로 추산된 바 있다. 물론 최신 AI반도체를 구하지 못해 입게될 중국측의 손실은 따로 계량화된 적이 없다.

AI반도체칩은 스마트폰 등 일반 소비재에 적용될 경우에는 안면인식, 자연어처리 등 혁신적인 기능을 구현하는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지만 이와 동시에 무기체계나 군사 기지에 대한 위성 이미지에 대한 분석과 정보수집 등 군사적으로도 전용될 수 있다는 점을 미국은 경계하고 있다.

만약 수출 용도와는 다르게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시 미국은 안보규정 위반을 이유로 해당 기관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반도체를 비롯한 고성능 컴퓨팅 자산에 대한 접근을 금지시키고 있다.
중 국방과학대(NUDT) 홍보영상 중
중 국방과학대(NUDT) 홍보영상 중
로이터에 따르면, 실제로 중국내 최고 권력기관인 중앙군사위 소속의 국방과학대학(NUDT)도 A100 칩의 구매를 원하고 있지만 이미 미국은 이곳을 블랙리스트로 지정해 통제하고 있다.

국방과학대(NUDT)는 앞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슈퍼컴퓨터 중 하나인 '텐허-2'를 주도한 기관이기도 하다. 그러나 미국은 이 기관을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지난 2015년부터 블랙리스트에 올렸으며, 이후 슈퍼컴퓨터에서 사용하는 고성능 인텔 프로세서에 대한 구매를 차단시켜왔다.

결국 미국의 이번 AI반도체 규제 조치는 중국의 군사 및 무기, 소재, 최첨단 통신, 로켓 등 주요 전략적 자산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중국 연구기관들의 기능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론 중국이 어떤 카드로 이 난제를 돌파할 것인지 현재로선 가늠할 수는 없는 단계다.

박기록
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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