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국가 데이터 정책 컨트롤타워가 등장했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 장관 등이 간사로 참여하는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이하 데이터정책위)다. 윤석열 정부서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던 데이터 활용 기조를 넘겨받아 속도를 내겠다는 포부다.
14일 공식 출범한 국가데이터정책위는 올해 4월 시행된 ‘데이터 산업진흥 및 이용촉진에 관한 기본법’(이하 데이터산업법)에 따라 설립됐다. 3년마다 데이터산업 진흥계획을 수립하는데, 공공·민간을 아우르는 데이터 콘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정부위원 15명, 민간위원 15명 등 총 30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과기정통부와 행안부 장관이 간사를 맡았다. 기재·교육·문체·산업·복지·고용·국토·중기부 장관을 비롯해 개인정보·금융·방통·공정위 등 데이터 관련 정부 부처 수뇌부가 모두 참여했다. 민간 위원으로도 기업 대표나 대학 교수, 변호사 등이 다수 포함됐다. ◆文 정권서도 강조하던 ‘안전한 데이터 활용’··· 尹 정권서도 지속
데이터의 중요성이 높아진 만큼, 관련 정책을 발굴하고 규제를 개선하거나 산업 발전을 촉진시키는 것이 데이터정책위의 기본 기능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운영되던 4차산업혁명위원회(이하 4차위)의 데이터특별위원회(이하 데이터특위)와 유사하다.
이와 관련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4차위에서 운영되던 데이터특위는 데이터에 대한 콘트롤타워가 필요해짐에 따라 생겨난 조직이었고, 데이터정책위는 장점을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이라며 “특히 총리를 위원장으로, 많은 부처 장관들이 참여하는 만큼 추진력 역시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가데이터정책위가 개선과제로 삼은 것은 크게 ‘마이데이터, 가명정보 등 데이터 분야’와 ‘메타버스 등 신산업 분야’로 구분된다. 총 13개 규제개선 과제를 선정했다.
데이터 분야에서는 ▲개인정보의 활용 범위를 넓히는 마이데이터 확산 ▲가명정보 활용 및 결합 확대와 규제 개선 ▲인공지능(AI) 학습용 데이터 활용 촉진 ▲자율주행 로봇 및 드론 등 이동형 기기를 통한 영상촬영 허용 ▲개인정보 침해 과징금에 대한 제재기준 마련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안전한 활용 확대’이라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인정보위)의 기조와 같다.
신산업 분야에서는 메타버스와 관련한 새로운 규제체계 마련이라는 것이 눈길을 끈다. 박 차관은 “과기정통부와 문체부는 메타버스와 게임물을 구분하는 가이드라인을 연내에 마련할 것”이라며 “2030년 부산엑스포 등 국제행사 유치를 위한 메타버스의 경우에는 게임물이 포함되더라도 등급 분류를 받지 않도록 지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인증을 받은 자율주행로봇이 보도로 통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개선과제에 포함됐다. 현재 자율주행로봇은 차에 해당해 보도 통행이 제한되는데, 2023년부터는 배달·물류 등에 활용되는 자율주행로봇의 경우 보도 통행이 허용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자체등급분류제도도 시행한다. OTT 사업자가 사전에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등급분류를 받느라 7일 정도 시간이 소요됐는데, 2023년부터는 OTT 콘텐츠의 경우 자체적으로 등급을 분류할 수 있게 된다.
데이터정책위에 민간위원으로 참여한 서하연 카카오 데이터 총괄 부사장은 “각국이 소리 없는 데이터 패권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지금이 우리나라가 살아남기 위한 규제 혁파의 골든타임”이라며 “데이터정책위가 이를 위해 앞장서서 속도감 있게 규제를 개선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다른 민간위원 김태훈 뱅크샐러드 대표는 “데이터정책위의 향후 행보가 민간의 데이터 활용 기회를 지속해서 넓혀 나가고, 규제개선이 기업들로 하여금 마음껏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 혁신을 꿈구도록 하는 본격적인 신호탄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부연했다.
데이터정책위는 디지털 분야 국정과제 릴레이 현장 간담회를 지속해서 개최하고, 민간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AI·데이터 분야 규제 개선과제를 집중 발굴하고, 이를 오는 연말 발표할 제1차 데이터산업 진흥 기본계획에 반영할 예정이다.
◆개인정보보호법 국회 표류, 타 산업과의 형평성 등은 고민거리
데이터 활용과 메타버스 산업 육성 등, 데이터정책위가 핵심 과제로 내세운 것은 큰 이론이 없는 내용들이다. 다만 문제가 없지는 않다. 대표적인 것이 국회에 표류 중인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다.
데이터정책위가 밝힌 마이데이터 전산업 확대는 법 개정이 요구된다. 전자정부법, 신용정보법의 경우 법 개정을 통해 개인정보 전송요구권이 포함돼 공공 마이데이터, 금융 마이데이터는 가능한 상황이지만 그 외 영역에서는 마이데이터 산업 확대가 불가능하다.
개인정보위는 2021년 연말 개인정보 전송요구권 등의 내용이 담긴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1년 내내 큰 관심을 받지 못한 상태로 국회에 머물렀고, 이는 올해도 마찬가지다. 다른 정치적 사안들로 정치권이 시끌벅적해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또 메타버스 등 신기술이 기존의 규제를 받아 산업 발전이 저해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도 갈등을 빚을 수 있다. 규제 사각지대로 인한 피해나 타 산업과의 형평성 논란 등이 그 예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도 신기술이다. 오히려 추상적인 개념인 메타버스에 비해 확연히 다른 기술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게임은 규제를 받고, 메타버스로 포장된 게임은 규제를 안 받는다면 형평성에 대한 불만이 제기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실제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코인이나 대체불가능한 토큰(NFT)을 이용한 게임, 돈 버는 게임(Play to Earn, P2E) 등을 내놨지만 사행성 논란 등으로 인해 규제 대상에 오른 바 있다.
또 메타버스로 가장한 사행성 게임의 출시나, 메타버스 내에서의 사행성 등도 우려된다. 가상공간에서의 부동산 및 사물을 현금으로 거래하는 등의 사례가 이미 있다. 이를 자연스러운 시장 흐름으로 볼지, 사행성으로 볼지 등에 대한 판단도 내려야 한다.
이와 관련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메타버스 산업 육성 차원에서 과도한 규제를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 기본 취지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마냥 뒷짐지고 있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정책을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난다면 엄격하게 대응할 것이다.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라며 “여러 요소를 고민하는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