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공청회는 후퇴·유튜브는 반대 여론몰이…망무임승차방지법 "첩첩산중" [IT클로즈업]

백지영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지난 거대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망 무임승차를 방지하는 법안 추진이 역풍을 맞고 있다.

지난 4월 법안심사소위에서 의결을 보류한 이후 약 5개월 만에 처음으로 국회에서 이를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으나 '망' 이용에 대한 개념 혼동과 일부 의원들의 이해 부족 등으로 논의는 진전되지 못했고, 일부 글로벌 CP가 반대 여론몰이에 나서며 혼동이 일고 있다.

앞서 지난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과방위)는 일명 ‘망무임승차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법제화의 적정성을 따지기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으나 ‘망이용료’ 정의 등에 매몰되며 정작 핵심쟁점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채 마무리됐다.

특히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와의 소송 1심에서 주장했다가 패기한 ‘접속은 유료, 전송은 무료’나 망이용대가와 관계없는 망중립성 등이 재거론되며 논의는 한걸음도 진전되지 못했다. 넷플릭스는 1심에서 패소하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유튜브(구글)가 국내 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 오픈넷의 관련 법안 폐기 서명을 부추기는 등 관련 논의에 불을 지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은 법안의 발의한 야당 국회의원에게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밥줄이 끊긴다”는 문자폭탄을 보내기도 했다.

거텀 아난드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은 최근 유튜브 코리아 공식 블로그에 공청회 당일 국회 문체위 소속 이상헌 의원이 주최한 ‘K-콘텐츠 산업과 바람직한 망 이용 정책 방향 토론회’를 거론하며 “(망무임승차방지법안이 통과될 경우) 인터넷과 유튜브에 기반해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는 창작 커뮤니티가 망가지거나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아난드 부사장은 “현재 한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법안들은 콘텐츠제공업체(CP)의 콘텐츠에 대해 추가로 요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가 콘텐츠 기업들에게 이중 부담을 지우는 것을 허용하고, 이러한 추가 비용은 결과적으로 CP와 크리에이터들에게 불이익을 주게 될 것”이라며 “전 세계 어디에도 이러한 법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 법안으로 법 개정이 이루어지는 경우 유튜브는 한국에서의 사업 운영 방식을 변경해야 하는 어려운 결정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고 시사하며 오픈넷코리아의 법안 폐지 청원서에 서명해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법안이 통과할 경우, 국내 CP와 스타트업 혹은 크리에이터의 비용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는 것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7건의 법안은 모두 일정 규모 이상의 CP가 ISP에 망 이용료를 내거나, 망 이용료 계약을 의무화해 망 이용대가 부담을 거부하고 있는 일부 글로벌 CP의 망 무임승차를 막자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가장 마지막으로 관련 법안을 발의한 윤영찬 더불어민주당의원의 법안의 경우 중소CP는 규제대상에서 제외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논의되는 상황이다. 또한,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일부 글로벌 CP의 트래픽 급증으로 통신사들의 망 투자 부담이 크게 증가하며, 이들의 망이용대가 분담을 위한 제도 도입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보유한 넷플릭스·구글 등 극소수 CP는 망 이용대가 부담을 거부하고 있다. 유럽통신사업자연합회는 자체 조사 결과, 55% 이상의 소수의 글로벌 CP 트래픽로 인해 연간 50조 원 내외의 비용이 발생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말까지 글로벌 CP에 네트워크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법률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국내의 경우, 글로벌 CP와 국내 ISP 간 자율적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결국 지난해부터 입법화가 추진된 것이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법 개정을 추진하는 이유는 인터넷망을 무임승차하고 있는 극소수 CP들을 현재 법제도로 규율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며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현재 망 이용대가를 부담하고 있는 국내외 CP들은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이미 네이버 등 국내 CP는 해외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현지 CDN 사업자를 이용해 간접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통신사에 넷플릭스의 오픈커넥트얼라이언스(OCA)와 동일한 기능을 하는 캐시서버를 설치한 해외 CP의 경우에도 망 이용대가를 부담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 애플TV 등 우리나라에 진출한 해외 CP 역시 우리나라에 있는 CDN 사업자를 통해 국내 통신사에게 망 이용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앱결제 이슈 등으로 CP에 피해를 입히며 비난을 받고 있는 구글이 망 이용대가 이슈에선 자사에 유리한 주장만을 선택적으로 편취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백지영
jyp@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