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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망이 공짜라고? 국내CP도 해외서 대가 내고 있다”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사업자간에 협상을 해서 돈을 안 낼 수는 있지만 그렇다 해도 그것이 망이 ‘공짜’라는 뜻은 아니다.”

“국내 CP가 해외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때도, 우리나라 ISP 또는 해외 CDN에 접속에 대한 대가(Access Fee)는 내야 한다.”

구글과 넷플릭스 등 글로벌 거대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ISP)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서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는 가운데, 인터넷망은 ‘무상’이라 일각의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이 반박하고 나섰다.

조대근 법무법인 광장 전문위원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대전환 시대를 위한 연속 정책토론회 : 망 이용대가 제도 문제 없나’에서 첫 번째 발제자로 참석해 “CP들의 비즈니스모델(BM)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뿐만 아니라 최종 이용자에게 전달하는 것까지 포함한다”면서 “그러려면 ISP 인터넷망을 써야 하는데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 분쟁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문위원은 “프리 피어링(Free Peering)은 공짜가 아닌 물물교환의 개념”이라며 “만약 상대방이 신세를 더 지는 경우, 다시 말해 더 많은 트래픽 패킷을 보내는 경우에는 ISP가 페이드 피어링(Paid Peering)을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피어링은 망 접속 방식의 하나다. ISP가 자사 망에 접속한 상대방의 트래픽을 자사 망 이용자에게 소통시키는 것으로, 단 다른 ISP의 망 이용자에게는 트래픽을 소통시키지 않는다.

요컨대, 구글이나 넷플릭스처럼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CP들은 서로 대등한 대가를 주고받는 물물교환의 개념에 맞지 않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ISP에 내야 한다는 것이다. 조 전문위원은 “사업자끼리 협상해서 돈(망 이용대가)을 안 낼 수도 있지만 공짜는 아니라는 얘기”라며 “망 이용대가 분쟁의 본질은 비용 분담을 거부하거나 (트래픽이) 용인하는 수준 넘어서는 상황에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국내 CP들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다른 견해를 내놨다. 국내 ISP가 해외 CP에 망 이용대가를 물릴 경우 반대로 국내 CP가 해외에서 서비스를 할 때 추가적인 망 이용대가를 부담해야 하고 이는 해외 진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주장인데, 조 전문위원은 “네이버같은 큰 업체는 알아서 대가 따로 내고 해외 트래픽을 처리하고 있다”며 “디즈니플러스가 우리나라에 돈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최경진 가천대학교 교수는 “인터넷 ‘망’과 인터넷 ‘세상’은 다르게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인터넷 세상은 누구나 자유롭게 열린 형태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하지만, 그것과 ‘단위 네트워크’로서의 인터넷은 다르다”며 “현실적 문제로서 망을 누가 관리하고 부담할 것인가는 다른 문제”라는 시각을 내놨다.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인터넷 이용 권리와 별개로, 네트워크 망을 구축하는 사업자들은 어디까지나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 사업자로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앞으로 미래 시대엔 훨씬 많은 망 이용이 이뤄질 것이므로 누군가는 비용을 내고 누군가는 관리해야 한다”며 “개인을 포함해 망에 참여하는 모두가 어떻게 적절하게 역할과 책임을 분담할 것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망 중립성 원칙에 대해서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망 중립성이란 ISP가 인터넷 트래픽을 그 내용·유형·제공사업자 등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 교수는 “흔히 ‘원칙’이라고 하면 훼손할 수 없는 대단한 것을 의미하는데, 망중립성이 과연 그러한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트래픽 처리로 인해 누군가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면 굉장히 심각한 문제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완전히 별개의 문제”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이 같은 주장들에 공감대가 모아졌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망 무임승차를 그대로 내버려 두면 정상적으로 망 이용대가를 내는 국내외 CP들에 대한 역차별을 묵인하는 셈이 된다”며 “‘구글과 넷플릭스는 미국 사업자이므로 미국 통신사에만 돈을 낸다’, ‘국내 콘텐츠 기업이 해외로 나가면 안 내도 될 돈을 또 내야 한다’ 등 이런 주장들도 모두 사실왜곡”이라고 지적했다.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도 “현재 넷플릭스와 소송 중인 SK브로드밴드의 경우 국제망 트래픽 용량이 2018년 50Gbps에서 지난해 9월 1200Gbps로 30배 폭증했고, 이를 수용하기 위해 국내 통신4사는 연평균 8.7조원 이상 투자를 집행했다”며 “인터넷이 무료라는 주장이 득세한다면, 어떤 ISP에서도 투자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결국 ‘공유지의 비극’이 초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생산적인 입법 논의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김준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네트워크 생태계 상생이라는 관점에서 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선경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총괄과장은 “망 이용대가 관련해선 기업의 영업비밀이라 정책당국으로서 정확한 파악이 어렵다”면서 “실태조사를 위해 어느 정도 사전규제를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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