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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 직면한 이커머스, 최대 성수기 ‘블프’ 대응책은?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고환율 현상으로 해외직구 상품을 판매하는 이커머스 업계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해외직구 상품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수록 쇼핑 대목인 ‘블랙프라이데이’에서 큰 성과를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업체들은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차별화된 상품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6개월 만에 1400원을 돌파했다. 환율 변동성이 큰 현재, 연말까지 원·달러 환율 1500원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의 앞으로 올릴 금리 인상분이 환율에 아직 다 반영되지 않았다”며 “미국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최소 4.5%까지 오를 것으로 보이는데, 상단을 1450원에서 1500원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내다봤다.

고환율 현상은 해외직구 시장도 얼어붙게 한다. 소비자가 부담하는 제품 가격과 수수료가 상승해 국내에서 판매하는 해외상품과 가격 차가 줄어들게 된다. 이커머스 업체들이 해외직구족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통관 절차나 결제 방식 등 복잡한 과정을 단순하게 만들었어도 가격경쟁력이라는 해외직구 최대 장점이 희석되는 셈이다.

이같은 흐름은 환율이 1300원을 돌파했던 지난 상반기부터 조짐을 보였다. BC카드가 올해 상반기 해외직구 결제 분석 자료에선 전체 해외직구 결제 금액은 1년 전 대비 9.6% 감소, 결제 건수도 1.4% 줄었다.

그간 해외직구 서비스를 강화해 온 이커머스 업체들은 고환율 현상에 대해 “영향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기업들이 연말 최대 성수기로 불리는 ‘블랙프라이데이’를 준비하기 시작한 가운데, 높아진 환율로 대목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다만 11번가와 캐치패션 등은 대규모 행사로 가격경쟁력을 갖춘 상품을 앞세우거나 희소한 상품을 선보이며 직구족들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11번가는 지난해 8월부터 미국 아마존과 손잡고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미국 실시간 환율로 판매 중이다. 11번가는 아마존과 꾸준한 협의를 통해 할인율이 높은 딜(Deal) 상품을 고객들에게 제공하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아마존은 대규모 세일행사 ‘프라임데이’를 지난 7월에 이어 10월에도 진행한다고 밝힌바 있다. 이에 맞춰 11번가 역시 국내에서 대규모 할인전을 펼칠 수 있다.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가 문을 연지 1년이 지나면서 국내 사용자들 영상 리뷰가 수십만개로 증가했다는 점도 고환율 타개책이 될 수 있다. 국내 정보가 없거나 낯설어 구매를 망설이던 상품들을 사용자 영상 리뷰를 통해 참조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11번가 측은 “올해 5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 수백만개 아마존 미국 상품을 추가하며 상품 종류를 강화했고, 이를 토대로 가격 경쟁력이 높은 브랜드 상품 노출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명품 시장 역시 고환율 현상과 직결되는 분야 중 하나다. 명품 플랫폼 캐치패션에서 상품을 구매하면 브랜드 본사 또는 브랜드 공식 판매처에서 배송해준다.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명품·직구족을 유인하기 위해 캐치패션은 희소성 있는 상품을 내세울 방침이다.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사이즈·색상 상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의 경우 가격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을 공략한다. 여기에 자체 프로모션 등을 적용해 혜택을 강화한다.

캐치패션 측은 “고환율 현상이 부담이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소비자들이 꼭 가격 경쟁력만 보고 사는 건 아니다”라며 “명품에 대한 장벽이 낮아진 상황에서 다양성·희소성 위주로 상품경쟁력을 내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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