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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2022] 현안 묻힌 방통위 국감…MBC·사퇴요구에 난장판 (종합)

백지영, 권하영, 강소현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권하영·강소현기자] 6일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4개 기관에 대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가 진행됐으나 예상대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이어졌다.

여권의 거듭된 공세에 정청래 과방위원장이 직접 나서 “가급적 정책 질의를 해달라”며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도 시종일관 화두로 떠올랐다. 여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다룬 MBC의 보도 행태에 대해 “공정성을 잃었다”며 비난 수위를 높였고, 야당은 “언론 탄압”이라며 방어태세에 나섰다.

망사용료 논란도 당연 언급됐지만, 화력은 예상보다 약했다. 최근 게임방송플랫폼 트위치가 국내에서 일방적으로 화질을 저하하는 등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와 콘텐츠사업자(CP) 간 망사용료 분쟁이 이용자 피해로 전가되는 상황에서 방통위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 "한상혁 위원장, 불쌍하고 가련”…여당 사퇴 압박↑

이날 본격적인 과방위 국감 시작에 앞서 여야 의원들은 한 위원장의 사퇴를 두고 팽팽하게 맞섰다.

박성중 의원(국민의힘)은 먼저, “대통령과 철학이 맞지 않으면 물러나야 한다. 이효성 전 방통위원장은 문 전 대통령이 직접 임명했음에도 불구 자신의 철학과 맞지 않다고 물러났다”며 한 위원장에 사퇴를 요구했다.

법적으로 보장된 한 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7월까지지만 여당은 윤 정부와 국정철학이 맞지 않은 인사가 자리를 지키는 게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얼마 전 감사원은 TV조선 재승인 심사 조작 정황을 파악하고 당시 심사위원들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하기도 했다.

특히 박 의원은 한 위워장에 ”물러나지 않고 버티시겠다면, 불쌍하고 가련하다는 말씀드린다“고 발언하면서 야당 의원들은 크게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고민정 의원과 박성중 의원 간 아슬아슬한 언쟁이 오가기도 했다.

고민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어진 질의 순서에서 한 위원장에 “방통위원장의 임기는 방통위의 독립성을 위한 것인데 대통령과 철학이 맞지 않는 것이 사퇴의 이유가 되냐. 왜 이 질문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지 않으시냐”고 반문한 가운데 박 의원을 겨냥해 ”아무리 국감 중이라도 말이 아닌 말에 항의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위원장의 역할“이라고 말한 것이 화근이 됐다.

박 의원이 "동료 의원한테 말이 아닌 말이라니, 사과하세요"라고 호통을 친 한편, “이 새끼 저 새끼 욕설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말이 안 맞는다는 의미지 않냐”라고 야당 의원들이 말을 보태며 국감장은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한 위원장은 남은 임기를 채우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방통위원들의 임기를 보장한 것은 단순히 방통위의 독립성 보장을 넘어 언론의 독립성을 보장하고자 하는 헌법의 정신이며, 이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바이든? 날리면?…MBC 국감 된 방통위 국감

방통위 국감이 사실상 ‘MBC 국감’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여야 의원들이 방통위 현안은 제치고, 윤석열 대통령의 욕설·비속어 논란과 관련한 MBC 보도에 대한 공방 만을 계속 이어갔기 때문이다.

김영식 의원(국민의힘)은 “최근 MBC의 ‘바이든’ 자막 보도와 관련해 전문가 비판이 있다”며 “방송은 사회적 파급력을 고려해 정확하고 완전한 취재 보도를 해야 함에도, 방종을 넘어 민주적 절차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을 음해하고 국익을 해하는 행위를 했다”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박찬대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당시 실제 발음 영상을 틀며 날을 세웠다. 박 의원이 시연한 영상에는 윤 대통령의 대선 당시 ‘날’ 발음, 서울에서의 ‘바이든’ 발음, 미국 순방 당시 문제의 발언 영상을 각각 느린 속도로 비교 편집한 음성이 담겼다. 박 의원은 “왜 음성 전문 분석가가 동원돼야 하는 상황인지 모르겠다”며 “국민도 ‘날리면’으로 듣고 있지 않다”고 맞받아쳤다.

또한 박 의원은 대통령실이 MBC에 보낸 공문 내용을 지적하며 “모든 기자와 언론사에 보도 가이드라인, 사실상 경고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른 방송도 똑같이 방송을 했고, TV조선과 SBS, MBN 등 다 동일한 내용이 나오는데 MBC만 타겟하는 이유는 또 뭐냐”면서 “언론에 제갈을 물리겠다 것”이라고 반발했다.

앞서 대통령비서실은 지난달 26일 ‘윤석열 대통령 욕설·비속어 논란’ 보도와 관련해 MBC에 공문을 보내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음성 분석 전문가도 해석이 어려운 발음을 어떠한 근거로 특정하였는지 답변 부탁드린다”고 요청한 바 있다

여당 측은 MBC 민영화 필요성을 밀어붙이기도 했다. 박성중 의원(국민의힘)은 “(비속어 자막 보도가) 악의적 데이터 조작이라고 전문가 의견이 있다”면서 “좌파 편향 보도가 많은 MBC는 공영방송이길 포기한 것이라 봐야 하는데, 민영화할 생각은 없나”라고 한 위원장에게 질의했다. 한 위원장은 “제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망사용료 논란 언급도…한상혁 위원장 "트위치 현행법 위반 여부 검토"

국회가 글로벌 거대 CP의 망 무임승차를 막는 이른바 망무임승차방지법을 발의한 가운데, 대표적 법 적용 대상이 될 구글 유튜브가 입법 저지를 위해 창작자를 볼모로 거짓 선동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윤영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유튜브가 지배적 권한을 이용해 크리에이터를 볼모로 잡고 전국민에게 사실상 거짓 정보로 선동하고 있다”며 “국회 사상 초유의 정치공작 행위”라고 공세를 폈다. 이는 앞서 구글 유튜브가 크리에이터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망무임승차방지법 입법 반대 서명 운동을 벌이는 등 여론전을 펼친 데 따른 평가다.

게임방송플랫폼 트위치의 일방적 화질 저하(한국 한정) 조치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윤 의원은 “마치 망이용료 부담 때문에 낮춘 것처럼 했는데, 사실상 자사 사적 이익을 위해 글로벌 플랫폼사들이 국민들을 이용해 정책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라고 해석했다.

특히 트위치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서는 “전기통신사업법 50조를 위반했다고 생각한다”며 “조사해달라”고 한 위원장에 주문했다. 윤 의원은 “트위치는 사실상 아마존 자회사라 아마존을 통해 국내 통신사와 계약하고 있을 것인데, 그러면 굉장히 (망 이용대가가) 싸다”면서 “트위치는 수익모델이 없어 이용자들 늘어나면 오히려 손해이니 (화질을) 720p로 낮춰 전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은 “개인적으로 그런 의견 표명 행위가 부당한 측면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규제가 가능한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한 위원장은 “트위치에 이어 유튜브까지 화질저하 조치를 취한다면 많은 이용자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데, 트위치에 대해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등의 조치를 고려 중인지” 묻는 장경태 의원 질의에 전기통신사업법상 위반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도 “망사용료 사업자들의 이용료 분쟁이 이용자들에게 전가되는 상황이 생기고 있다. 여부를 떠나 정치 투쟁”이라고 해석하면서 “ISP든 CP든 이 사업자들이 이용자들을 볼모로 삼아 정치투쟁하는 양상은 용납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미디어 정책 컨트롤타워는 언제?…"노력하겠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건 미디어 정책 컨트롤타워, ‘미디어혁신위원회’ 논의가 지지부진해진 가운데 국회에서 조속한 처리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앞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미디어혁신위 구성·운영 계획을 미디어 분야 국정과제 중 하나로 확정한 바 있다.

이 같은 컨트롤타워 구성은 현재 미디어·콘텐츠 관련 주무부처가 각각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방통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등으로 산재돼 있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추진이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제안됐다.

윤영찬 의원은 “직인수위에서 미디어혁신위원회 계획을 발표했고, 올 8월에 방통위 또한 미디어 전략 컨트롤타워 전담기구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감감무소식”이라며 “정권 초기에 빨리 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는데, 아무런 진전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디어혁신위 설치가 국정과제로 제시되고 새 정부가 공식 출범한 이래, 정부와 국회 안팎에서는 도통 관련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미디어혁신위 구성 단계부터 권한과 책임 등 논의를 주도해나갈 주체가 누구인지조차 불분명하다.

윤 의원은 “어느 쪽(부처)에서 소극적인 것인가”라고 물었지만 한 위원장은 “제가 말하기가 어렵다”고 답을 피했다. 윤 의원은 “위원장 차원에서 문체부나 과기정통부와 만나볼 필요가 있다”며 “미디어혁신위원회부터 빨리 구성해달라”고 주문했다. 한 위원장도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행정안전부가 지난 5일 국회에 보고한 정부조직법 개편안에는 방통위 개편이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백지영, 권하영, 강소현
jyp@ddaily.co.kr, kwonhy@ddaily.co.kr,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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