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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의 땅 ‘메타버스’로…게임4사 플랫폼 들여다보니

왕진화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현재 게임업계는 총성 없는 ‘메타버스 플랫폼’ 전쟁 중이다. 각 게임사는 3차원 다중접속(3D MMO) 기술을 활용해 글로벌 메타버스 산업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나섰다.

현재 메타버스 플랫폼은 초기 단계로, 이용자를 끌어모을 수 있는 ‘킬러 콘텐츠’가 필요한 상황이다. 어기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이용자다.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이용자는 곧 창작자이기 때문이다. 창작자가 없다면, 메타버스는 단순 채팅 플랫폼에 불과하다. 이에 각 게임사는 이용자를 창작자로 진화시키기 위한 환경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엔씨소프트(이하 엔씨), 넥슨, 카카오게임즈, 컴투스 등 주요 게임사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 현황을 살펴봤다.

◆엔씨, 이례적 행보…정식 출시 전 ‘미니버스’ 첫 공개=엔씨는 지난 7일 신규 메타버스 플랫폼 ‘미니버스(miniverse)’로 신입공채 직무설명회를 진행했다. 미니버스는 ▲커뮤니티 모임 ▲스터디 그룹 ▲원격 수업 ▲재택 근무 등 다양한 온라인 모임을 즐길 수 있는 이용자 창작 기반의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엔씨에 따르면 미니버스에서는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이 없어도 누구나 쉽게 3D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이용자는 샌드박스 게임을 즐기듯 3D 메타버스 공간과 다채로운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다. 정식 출시일은 아직 미정이다.

그럼에도 엔씨가 미니버스를 대중에 처음으로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용자 및 예비 신입사원에게 적극적인 피드백을 받고, 한 단계 더 나아간 ‘미니버스’를 만들겠다는 포부로 풀이된다.

◆세상에 없는 나만의 월드, 이곳에선 구현 가능?=
넥슨이 지난달부터 선보인 메이플스토리 월드는 ‘콘텐츠 제작 및 놀이 플랫폼’이다. 넥슨 대표 지식재산권(IP)인 메이플스토리 방대한 리소스를 활용해 누구나 본인만의 월드(콘텐츠)를 직접 제작, 공유하고 다른 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다. PC와 모바일에서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한다.

이용자는 본인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아바타를 꾸며 친구들과 소통한다. 메이플스토리 월드에 만들어진 수많은 월드를 탐험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플레이도 가능하다. ‘인기’, ‘친구와 함께’, ‘몰입감 최고’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추천 월드를 살펴볼 수도 있다.

대표 월드로는 ▲메이플스토리 월드를 함께 즐길 파티원을 모집할 수 있는 ‘센트럴 시티’ ▲몬스터를 수집해 나만의 농장을 가꿀 수 있는 ‘몬스터 농장’ ▲채광을 하면서 깊숙한 광산을 탐험하는 ‘광부 시뮬레이터’ 등이다. 특히 몬스터 농장은 누적 42만7000여명이 즐겼을 정도로 인기다. 조합을 통해 숨겨진 몬스터를 발견하고, 다른 이용자 농장을 방문할 수 있다. 누적 89만9000여명이 즐긴 메이플스토리 월드 내 광부 시뮬레이터에선 광물을 캐며 광산을 탐험한다.

플랫폼 내 제작 툴을 활용해 나만의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다른 이들에게 선보이는 것도 가능하다. 메이플스토리 아트, 배경음악(BGM) 등 방대한 리소스를 비롯해 본인이 직접 만든 UGC(User Generated Content)를 활용할 수 있으며 루아 스크립트(Lua Script)를 사용해 정교하게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도 가능하다.

넥슨은 크리에이터들이 ‘메이플스토리 월드’에서 보다 원활하게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개발자 센터를 운영한다. 누구든지 월드 제작에 대한 개발 지식을 기초 단계부터 얻을 수 있게 단계별 학습 콘텐츠와 가이드 영상을 제공한다.

넥슨타운(NEXONTOWN)도 있다. 메이플스토리 월드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플랫폼이다. 이는 넥슨의 여러 게임 친구들을 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다시 정의를 내리자면, ‘버추얼 월드 커뮤니티 플랫폼’이다. 버추얼 월드에서 이용자는 나만의 아바타와 꿈꾸는 마을을 완성할 수 있다.

다른 이용자와 음성 채팅이나 메시지를 주고받고 1:1 채팅이 가능하다. 가상공간에서 사진 촬영 등 각종 커뮤니티 활동을 할 수 있다. 이벤트에 당첨되지 못한 이도, 티켓 예매에 실패한 이도 넥슨타운에선 수많은 오프라인 행사를 편하게 관람하며 직접 참여해볼 수 있다. 아트 전시회나 온라인 상영회도 마찬가지다. 플레이스에서 마음 맞는 이들과 모임을 즐길 수 있다.

◆‘퍼피레드’로 첫 선, 메타버스 신사업 넓히는 카카오 계열사=넵튠 계열사 컬러버스는 지난 8월30일 모바일 3D 메타버스 플랫폼 ‘퍼피레드’를 선보였다. 트라이디커뮤니케이션이 개발했던 퍼피레드는 서비스 당시 10대부터 30대에 이르기까지 인기리에 서비스된 3D 커뮤니티다. 지난 2003년 국내 출시 당시 300만명 이상의 이용자 수를 보유했으나, 지난 2016년 8월 공식 종료된 바 있다.

퍼피레드는 기존의 커뮤니티 서비스가 모바일 3D 메타버스로 부활한 것이다. 과거 PC 버전에서 보여준 아기자기함과 엔티크한 무드를 올해의 감성으로 재해석됐다. 채팅 시스템을 포함해 미니 파크 꾸미기, 아바타 및 애완동물 육성, 아기 돌보기, 낚시 등 다양한 서비스들은 요즘 트렌드가 가미됐다. 다양한 신규 아이템 및 콘텐츠도 적용됐다.

컬러버스는 해당 서비스 출시 성공 경험을 밑바탕으로, 동명의 오픈형 3D 메타버스 플랫폼인 ‘컬러버스’ 구축에도 나선다. 내년 1분기 내 클로징 베타 테스트(CBT), 내년 3분기 내 오픈 베타 테스트(OBT)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오픈형 3차원(3D) 메타버스 플랫폼 컬러버스를 활용해, 메타버스 공간으로 구현할 게임 및 캐릭터 등의 지식재산권(IP) 확보를 담당하게 된다. 넵튠은 메타버스 서비스 공동 기획 및 제작 기술, 사업, 영업 등 지원에 나선다.

컬러버스 내 특정 게임 월드가 구현되면, 해당 게임의 홈페이지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 같은 모바일 및 웹 환경에서 별도의 앱 설치나 회원가입 없이 바로 컬러버스 내 게임 월드로 접속 가능한 게 가장 큰 특징이다.

특히 최근 넵튠과 컬러버스는 국내 커뮤니티 중 하나인 디시인사이드와 메타버스 사업 및 서비스에 대한 협력도 약속했다. 웹사이트 분석 서비스 시밀러웹(Similarweb)에 따르면, 다시인사이드의 지난달 월 방문자 수는 2억1000만명을 넘어섰다. 디시인사이드는 3차원(3D) 커뮤니티 구현을 위한 리소스 제작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컴투버스는 올인원 메타버스…플랫폼 아닌 인프라스트럭처로=컴투스는 메타버스 플랫폼에 가장 진심인 게임사 중 하나다. 대규모 기업 입주를 통해 하나의 공간에서 일, 여가, 경제 활동이 펼쳐지는 메타버스 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플랫폼인듯, 플랫폼 아닌, 인프라스트럭처(사회적 생산 기반) 면모를 더욱 부각시키는 모습이다.

컴투스는 오는 2024년 1분기까지 현실과 가상을 잇는 올인원 미러월드 메타버스 ‘컴투버스(Com2Verse)’ 상용화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스마트한 업무 공간인 ‘오피스 월드’를 비롯, ▲금융·의료·교육·유통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머셜 월드’ ▲게임·음악·영화·공연 등 여가를 즐기는 ‘테마파크 월드’ ▲일상 소통과 공유의 장인 ‘커뮤니티 월드’ 등 네 개의 월드를 선보인다.

컴투버스는 총 9개 아일랜드를 개발할 예정이다. 이중 첫 번째 아일랜드는 국내에서 먼저 선보인다. 아일랜드에는 오피스를 비롯해 다양한 서비스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건물이 가득 들어 서 있다. 이 과정에서 컴투버스는 도시건설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알려진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 유현준 교수를 컴투버스 COO(Chief Creative Officer)로 영입하기도 했다. 컴투스는 이달 오피스와 컨벤션 센터 기능이 들어간 컴투버스 테스트 버전을 내부 직원 대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또한 컴투버스는 전 사업별 파트너들과 연계한 생활·엔터테인먼트·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넥스트 라이프 플랫폼(Next Life Platform)’으로 설계된다. 하나금융그룹, SK네트웍스, 교원그룹, 교보문고, 한미헬스케어,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마이뮤직테이스트, 영실업, 닥터나우와 KT 등이 합류를 결정했다.

이경일 컴투버스 대표는 앞서 지난 8월 미디어데이를 통해 “생태계가 활성화되는 시점이 되면 탈중앙화된 운영과 정책 결정 시스템을 도입해 생태계 참여자들에게 결정권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게임사도 디지털 세계에서 자신만의 하나뿐인 아이템을 만들고 이를 거래하는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는 만큼 메타버스 플랫폼 확보와 구성에 집중하고 있다. 단순 재미를 추구하는 게임에서 더 나아가 경제성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사를 비롯한 메타버스를 미래 먹거리로 택한 기업들의 초미의 관심사는 정부의 메타버스 정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문화체육관광부, 국무조정실 등은 연내 메타버스를 게임과 분리하는 내용의 ‘메타버스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계획이다. 메타버스 내 게임을 게임물로 분류할 수 있을지, 또 이와 관련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 적용 여부를 놓고 머리를 맞대고 있다.
왕진화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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