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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가이드라인㊦] 진흥과 규제 사이, 정부부처 간 설왕설래

왕진화
‘메타버스 가이드라인’ 수립을 위해 정부가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메타버스라는 정의되지 않은 개념부터 바로 잡겠다는 의미다. 다만 파열음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신산업인 메타버스가 게임 관련 규제를 받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메타버스 안에서 게임물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해 게임법 적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보는 업계 속내도 복잡하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메타버스 가이드라인이 연내 나올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편집자 주>
(사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엔씨소프트 미니버스, 네이버제트 제페토, 넥슨 메이플스토리 월드, 컴투스 컴투버스.
(사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엔씨소프트 미니버스, 네이버제트 제페토, 넥슨 메이플스토리 월드, 컴투스 컴투버스.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메타버스를 놓고 정부부처 간에도 합의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다. ‘플랫폼’으로 보자고 하니, 다른 한 쪽에선 ‘게임 요소’도 살펴봐야 한다고 한다. 게임 요소를 인정하는 순간 게임법에 적용되니, ‘규제의 덫’에 걸려 산업 육성에 저해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메타버스는 특정 법에 규정되지 않고 있기에, 좀 더 자유롭게 산업 활성화를 꾀할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다. 게임보다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더욱 활발히 공유할 수 있고, 이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수단인 각종 과금모델(BM) 설정도 자유롭게 가능하다.

문제는 메타버스 플랫폼 내 이용자(창작자)들이 만들어내는 (미니)게임이다. 여기에는 일부 확률형 아이템 요소가 들어가는 콘텐츠도 포함된다. 이로 인해 메타버스 플랫폼 속 게임을 게임법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게임법으로 포섭되는 순간 메타버스 규제의 서막이 열리게 된다.

자율규제 중심으로 기업 경제 활성화를 외치는 현 정부에서는 ‘메타버스 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중심으로 메타버스 맞춤형 새 전략을 세우기로 했다. 실제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는 게임물과 메타버스를 구분하는 지침을 연내 수립해, 신산업 발전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방침이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지난 14일 출범한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에서 “게임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바로 게임으로 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 기본 입장이고, 이러한 내용을 포함해 연말까지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이라며 “메타버스를 게임으로 규제하는 우를 범하지 않겠다”라고 발언했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국정조정실 가이드라인 논의에서는 분리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게임과 메타버스가 함께 진흥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메타버스 가이드라인 마련에 대한 논의에선 게임법을 메타버스에 적용하자, 혹은 예외로 두자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라며 “클라우드나 사물인터넷(IoT)과 마찬가지로, 메타버스라고 하는 신산업에 대해 산업적 특수성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메타버스 플랫폼에 게임법을 적용시키지 않으면 기존 게임사들이 메타버스 사업으로 가버릴 것이란 시선이 있는데,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기존 게임법 개정이 필요할 것”이라며 “소셜이나 엔터테인먼트, 메디컬 등 다양한 분야 기업들이 선보이는 메타버스 플랫폼은 추구하는 목적 자체가 각기 다르다. 게임적 요소가 들어있는 것에 대해 어떤 특수성을 반영할 것인지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빅테크 기업과 동등한 경쟁 조건을 국내에서 만드는 것이 메타버스 가이드라인 기본 방향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사진=로블록스
사진=로블록스

하지만, 문체부는 과기정통부와 다른 분위기를 내비치고 있다. 문체부도 메타버스 플랫폼 자체에 대해선 게임물과 다르다고 인정한다. 다만, 창작자가 다른 이용자를 위해 플랫폼 내 게임 요소를 만들었다면, 이에 대해선 게임법 적용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현재 메타버스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해 기본적인 것들을 포함한 여러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문체부는) 메타버스 플랫폼과 게임물은 다르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이용자들과 커뮤니티 하는 부분 등은 게임으로 보진 않지만 정확하게 게임으로 볼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게임법 적용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예를 들면 야구 등 게임 요소가 들어간 것들은 게임으로 보고, 게임법 적용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한편,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는 화두에 오를 전망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류호정 의원(정의당)은 이달 5일 문화체육관광부 종합감사에서 김대욱 네이버제트 대표를 증인으로 출석을 요구했다. 류호정 의원은 메타버스 플랫폼 내 게임물이 이용자 권익 보호를 위해서라도 게임법 적용을 받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개인 혹은 개발사가 사행성 게임을 만들어놓고, 게임법 규제를 피하기 위해 메타버스 플랫폼 뒤에 숨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왕진화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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