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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인생 2막' 여는 60살 SK이노베이션 울산CLX

울산=정혜원

울산CLX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울산CLX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 울산 CLX, 국내 최초 정유설비…석유화학산업의 토대
- 산업 전환기 체질 개선 가속화…탄소중립 추진


[디지털데일리 정혜원 기자] 울산은 대표적 공업도시다. 울산 하면 중공업이 먼저 떠오르지만 한국 최초 산업단지인 울산공업센터(현재 울산산업단지)에는 석유‧화학산업이 먼저 태동했다. 올해 60주년을 맞은 울산산업단지와 SK울산콤플렉스(이하 울산CLX)는 이제 주력산업 첨단화와 친환경산업에 다가서며 ‘인생 2막’을 열어나간다.

울산CLX는 울산산업단지에서 가장 먼저 준공됐다. 당시 정부는 우리나라 경제적 자립과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을 목표로 정유공장 건설을 최우선 사업으로 추진했다. 그렇게 울산CLX는 1964년 4월 처음 가동을 시작했다.

지난 6일 SK울산콤플렉스(이하 울산CLX)를 둘러봤다. 울산CLX는 약 250만평 규모로 여의도 면적의 3배 수준이다. 이 면적을 파이프와 탱크가 가득 채우고 있다. 파이프를 모두 한 줄로 이으면 지구에서 달까지 닿고도 한참 남는다.

울산CLX 내부. <사진=디지털데일리>
울산CLX 내부. <사진=디지털데일리>

이곳에는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에너지와 SK지오센트릭, SK루브리컨츠의 각종 생산시설이 들어서 있다. SK에너지는 원유를 정제하고 SK지오센트릭은 에틸렌 폴리머 등 석유 기초화학 물질을 만든다. SK루브리컨츠는 윤활기유를 제조한다.

앞서 SK그룹은 1980년대 대한석유공사(현재 SK이노베이션)를 인수한 뒤로 공장 증설과 설비 투자를 지속했다. 그 결과 원유 수입부터 섬유 생산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세계 3위 규모의 정제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2010년부터는 석유‧화학사업 부문에 SK이노베이션을 중간지주사로 두고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김명옥 SK에너지 CLX홍보팀장은 “SK이노베이션은 정제한 석유의 70% 수준을 수출하고 있다”며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정유 제품 수출이 가능한 것은 지속적으로 생산집적화를 추구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설을 집적화하면 원유를 대규모로 처리할 수 있고 그만큼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일본도 중소 정유업체들이 많지만 산업 수준으로 규모를 키우고 수출 역량까지 길러낸 데는 SK이노베이션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울산CLX는 하루에 원유 84만배럴을 처리한다. 커피 3억7600만잔에 해당하는 양이다. 수많은 파이프와 탱크로 24시간 정제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울산CLX의 운영은 ‘조정실’ 한 곳에서 이뤄진다. 두뇌 역할을 하는 셈이다. 여기서 원유 처리에 필요한 온도와 압력, 유랑 등 변수들을 조정한다. 이같은 변수는 품질 확보의 핵심 역량으로 직결된다.

울산CLX 내 조정실. <사진=SK이노베이션>
울산CLX 내 조정실. <사진=SK이노베이션>

조정실에서는 곳곳에 설치된 CCTV를 통해 상시 안전사고에 대비하고 설비 점검도 한다. 역할이 막중한 만큼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에게는 ‘보드맨’이라는 별칭도 붙는다. 보드맨으로 근무하고 있는 정동윤 SK에너지 넘버원FCC생산2 담당은 “보드맨들은 모두 경력이 25년 이상”이라며 “장치, 정제 작업에 관한 해박한 지식과 현장 경험을 종합해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문제로 인한 여파까지 고려해 판단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울산CLX는 이제 60세가 됐지만 계속 변화를 도모한다. 최근 울산CLX에는 로봇개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정 담당은 “로봇개는 CCTV로 볼 수 없는 사각지대에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전날 도입 테스트를 마쳤다”며 “로봇개를 언제 얼마나 투입할지 구체적 운영 방안은 논의 중”이라고 언급했다.

또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친환경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인생 2막을 열었다. 기후위기가 높아져 석유‧화학사업이 변혁기를 맞은 가운데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다. SK 울산CLX는 2050년까지 기존 탄소사업을 그린사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넷제로 달성 목표를 밝혔다. 이를 위해 원유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모아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고도화한다. 또 국내/외 탄소수송 및 저장 기술과 네트워크를 확보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60년 동안 동고동락해온 울산시와 함께 ‘제2산업수도’를 그려나간다. SK이노베이션은 2019년 기준 울산시 화학산업 매출액의 절반 이상(57.1%)을 차지했다. 울산시의 수출 금액은 1962년 26만달러에서 지난해 743억달러로 증가했다. 60년 만에 28만배 이상, 해마다 평균 4700배씩 성장해왔다.

다만 2012년 이후 석유화학 산업이 위축으로 함께 고비를 맞았다. 이에 울산시는 주력산업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산업의 강점을 활용해 에너지와 모빌리티를 새로운 주력사업으로 육성해 산업 및 도시 경쟁력을 꾸준히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역사는 산업도시 울산의 발전사이자 대한민국 경제성장사”라며 “울산을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탄소중립을 달성해 울산과 지속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전했다.

울산=정혜원
wo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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