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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고왕 '꼼수할인'에 '과장광고'…명품 플랫폼, 신뢰 회복 과제 ‘여전’

이안나
왼쪽부터 박경훈 트렌비 대표, 최형록 발란 대표.
왼쪽부터 박경훈 트렌비 대표, 최형록 발란 대표.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명품 가방이나 의류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며 급성장한 플랫폼 업체들이 소비자 불만을 키우면서 정치권 도마까지 올랐다. 유명 연예인을 기용해 마케팅 경쟁을 펼치던 명품 플랫폼 업계는 뒤늦게 소비자 권리 보호에 힘쓴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문제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방안을 마련하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듯한 모습이다.

지난 7일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대상 국정감사엔 최형록 발란 대표와 박경훈 트렌비 대표가 증인으로 참석했다. 양사 대표는 이 자리에서 불공정 약관, 소비자 기만행위, 허위·과장 광고 등 불공정 행위 논란과 관련해 답했다. 소비자문제점을 검토하고 자체 시정 방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명품 플랫폼 업계는 지난해 광고비용에 수백억원을 쏟으며 ‘스타 마케팅’에 집중했다. 소비자인지도를 높여 거래액을 늘리는 데 집중한 결과다. 머스트잇·발란·트렌비 등 3사가 지난해 광고선전비로 지출한 비용은 624억원에 달한다. 가장 급격하게 성장한 발란은 지난해 광고비로 191억원을 지출, 적자 규모는 2020년 61억원에서 지난해 185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거래액 늘리기에 치중한 나머지 그 외 부분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발란은 올해 4월 유튜브 ‘네고왕’ 꼼수 할인 이벤트 논란에 이어 과다 반품비 논란을 일으켰다. 여기에 두 차례 개인정보가 유출됐지만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등 미흡했던 점이 확인돼 5억원 규모 과징금과 1440만원 과태료 철퇴를 받기도 했다. 트렌비는 ‘국내 매출액 1위’라는 허위 과장광고로 공정위 경고 처분을 받았다. 상품 페이지 내 판매자 정보 미고지로 지적 받기도 했다.

이에 발란과 트렌비는 최근 소비자 불만을 줄이기 위한 자진 시정 계획을 내놨다. 발란은 지난 1년간 과다 부과 반품비 사례를 전수 조사했고, 입점업체들이 판매하는 반품비에 상한제를 도입했다. 보약 역량 강화를 위해선 SK쉴더스와 업무협약(MOU)를 맺었다. 트렌비는 가품 감정 단계를 강화하고 약 30여명 인력으로 구성된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단 명품 플랫폼 업체들이 소비자 신뢰를 완전하게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발란의 경우 4월 네고왕 프로모션 직전 상품 가격이 인상됐다는 지적에 대해 당시 “할인쿠폰을 배포하는 과정에서 생긴 서버 오류”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7일 국감장에서 최형록 대표는 전혀 다른 입장을 내놨다.

네고왕 꼼수 할인에서 발발된 서버오류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 묻는 김성주 의원(민주당) 질의에 최 대표는 “입점 파트너들이 프로모션 정보를 사전 인지하고 일부 파트너 가격 인상이 있었으며, 발란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답한 것. 즉 서버오류라고 해명하던 발란이 일부 입점업체 탓으로 책임을 전가한 셈이다.

김 의원은 한기정 공정위원장에게 “발란 꼼수 할인이 기술적 오류가 아닌 의도된 행위라면 공정위 차원에서 철저하게 조사하고 조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렌비는 허위·과장 광고로 공정위 경고 처분을 받은 사안을 지적받았다. 매출액 1위 허위 과장·광고에 대해 박경훈 트렌비 대표는 “매출액 연결기준은 트렌비가 1위인데 단독으로 보면 매출 합산에서 타사보다 낮은 부분이 있다”며 “소비자가 오해 소지가 없도록 꼼꼼히 챙기겠다”고 답했다.

또한 트렌비는 일부 판매자들을 ‘트렌비 인증 파트너’라고만 명시하고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이유로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다. 플랫폼 상품 페이지 내 판매자 정보 미고지로 인해 조사 중인 사안에 대해 박 대표는 “가이드에 맞춰 시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명품 플랫폼 업계 내에선 캐치패션과 머스트잇·발란·트렌비가 이미지 크롤링·저작권 등으로 갈등하고 있다. 명품 플랫폼이 여러 사안들로 공정위 조사를 받게 되면서 소비자 신뢰 확보가 업계 전반 과제로 확대됐다. 이들이 소비자 신뢰를 잃은 틈을 타 롯데·신세계 등 대기업 쇼핑몰이나 대형 이커머스 업체들도 명품 카테고리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은 객단가가 높아 매출 상승에 도움 된다”며 “소비자들이 믿고 살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을 부각해 명품 카테고리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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