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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블록체인] 초반부터 맹탕 국감, 실효성 있는 종합감사를 기대하며

박세아

[디지털데일리 박세아 기자] 주간블록체인 시간입니다. 지난 한 주간 가상자산 시장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코 국정감사였습니다. 지난 6일 두나무 이석우 대표와 테라 밸리데이터 DSRV랩스 김지윤 대표 등이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주목받았습니다.

두 대표가 국회로 불려 나온 명목상 이유는 올 한 해를 강하게 강타한 테라 사태였습니다. 하지만, 맹탕 청문회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이번 청문회를 통해 테라 사태에 대한 책임소재는 차치하고라도, 유사한 사건이 어떻게 재발하지 않을 것인지 가늠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기대했을 텐데요. 이와 같은 잣대로 기자가 현장에서 직접 의원들의 질의와 증인들의 답변을 들어봤을 때, 사실 맹탕 국감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단순히 일방적 질책과 피감자의 무조건 반사적인 고개 숙이기나 원론적인 답변이 오가는 국감이 내년에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이번 주 주간블록체인 시작하겠습니다.

2022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박세아 기자
2022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박세아 기자

◆국정감사 이모저모, 왜 맹탕이었나

이번 국감에서 가상자산 업계 종사자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주목했어야 할 날짜는 6일이었습니다. 서두에서 언급했듯 두나무 이 대표와 DSRV 김 대표는 물론, 한컴 아로와나 토큰 관련 빗썸 이정훈 의장과 박진홍 전 엑스탁 대표까지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들이 국감에 증인으로 채택돼 주목받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업계 주목도가 그만큼 올라갔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해당 증인 출석에 따른 국감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를 붙일 수 있습니다. 국회의 감시 비판 기능을 전제로 진행되는 게 국감이라고 했을 때, 제대로 된 비판 기능이 작동했는지 되짚어 봐야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드시 출석해야 할 증인은 나오지 않았으며 핵심 증인에게 돌아간 질문도 크게 날카롭지는 못했다는 시각이 존재하는데요.

구체적으로 빗썸 이 의장은 공황과 우울증 등을 이유로 국감에 불출석했습니다. 국회는 이 의장 불출석 사유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는데요. 국감장에서 이 전 의장 불출석 사유가 부득이한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하에 국감 동행명령장이 발부됐습니다. 이에 따라 강제 출석해야 했던 이 의장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증인이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만 해도 앙꼬 빠진 찐빵으로 볼 수 있겠네요.

아로와나 토큰 관련해서는 박진홍 전 엑스탁 대표에게 다수 질문이 돌아갔습니다. 한글과컴퓨터 토큰으로 통하는 아로와나 토큰 시세 조작 관련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의원이 강하게 의혹을 제기한 것인데요. 박 전 대표는 한컴 김상철 회장이 해당 토큰으로 비자금을 조성하는데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입니다. 민 의원은 저 날 의혹의 중심에 선 박 대표에 대해 맹공을 퍼부었습니다. 민 의원은 박 전 대표의 통화 녹취본을 공개하고 빗썸 아로와나 토큰 졸속상장에 대해 저격했습니다. 해당 자료에는 박 전 대표가 아로와나 토큰 졸속상장을 암시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아로와나 토큰은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에 상장될 당시 시가총액 225억원이었지만, 상장 당일 시총이 24조2100억원으로 치솟았습니다. 상장 후 30분만에 1000배 이상 급등한 수치입니다. 증권시장과 다르게 코인 시장에서는 가격 상하한선이 없다는 점, 거래소별 상이한 상장 기준, 적절한 감시기구가 없었다는 점 등이 충분히 특정 코인 졸속상장과 시세조작이 쉬운 여건이라고 여겨지는데요. 해당 사건이 국감에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향후 코인을 통한 비자금 조성 등에 촘촘한 감시망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했다는 것에 있어서는 의미가 있겠습니다.

두나무 이 대표와 DSRV랩스 대표 질의 시간에도 큰 수확은 없었습니다.

먼저 국민의 힘 윤창현 의원은 자전거래 의혹으로 재판 중인 송치형 회장 관련 질문을 했는데요. 이 대표는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이어서 구체적으로 상황을 말하기 곤란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대표가 말을 아끼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모습이겠죠. 자전거래는 주식 용어로는 대량으로 주식을 거래할 때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인데요. 매수세력이 동일한 주식을 주식을 동일한 가격으로 일정 수량 매수를 내면 매도 세력이 다시 동일한 주식을 동일 수량으로 매도해 매매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거래량 급변동에 따른 시세 조작 위험이 있어 불법 행위입니다.

앞서 2017년 송 회장은 'ID 8'이라는 계정을 만들고 자전거래를 통해 1491억7700만원 상당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불구속기소됐습니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검찰이 항소해 4년째 법정공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주문제출량, 거래체결량을 부풀려 회원을 유치했다는 게 검찰 공소 사유입니다.

이 외에도 이날 윤 의원이 제시한 검찰 공소장 자료에 따르면 업비트는 2017년 9월부터 11월까지 유령 ID로 코인 35종, 4조2670억원 규모의 가장거래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또 같은해 10월부터 12월까지 비트코인(BTC) 시세를 경쟁사보다 올리기 위해 자동 프로그램으로 매수를 반복했다는 시세조작 의혹도 있네요. 이날 이 대표는 "회사는 회사 나름대로 공정하게 투자자 보호 조치를 취했다고 생각하지만, 객관적 기준이 없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를 위한 룰을 정해져야 한다"라고 언급했습니다.

테라 사태 관련해 중요한 증인이었던 신현성 공동창업자도 검찰 수사 방해를 이유로 불출석했습니다. 따라서 참석한 DSRV랩스 김 대표에게 질문이 돌아갔는데요. DSRV랩스 김 대표는 테라 사태가 고의적인 게 아니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테라 사태 책임 소재를 묻는 질문에 김 대표는 "테라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특정 목적의 가격을 달성하는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했다"라며 "그 당시 수요와 공급에 대한 알고리즘을 완벽했다. 다만,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해서 사고가 난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습니다.

더불어 테라 사태의 스모킹건은 앵커 프로토콜 붕괴라는 점을 지적하며 노드 운영자들이 플랫폼 위에 어떤 프로젝트가 올라가는지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고 발언했는데요. 테라 붕괴는 DSRV 랩스와 같은 검증자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의미로 보여집니다.

중요한 증인은 빠지고, 원론적인 질문과 답변만이 오갔던 이번 국감. 오는 24일 종합감사가 남아있는데요. 이 자리에서 가상자산 주제가 다시 다뤄질 수 있는 만큼, 쉽게 답변을 얻기 힘든 '왜 그랬냐' 또는 '맞냐 아니냐'는 식이 물음이 아닌, '어떠한 방향으로 개선이 가능한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돼야겠습니다. 단순히 사태의 책임을 묻고, 검증하는 것은 수사기관이 충분히 할 수 있는데요. 국감은 평소에 보기 힘든 업계 주요 관계인이 한자리에 모여 검증받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사회에 손실을 초래한 사태 관련 재발 방지책이나, 현존하는 제도의 허점과 보안책 등 소견을 묻고 입법까지 나아갈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장이 되길 기대합니다.

◆오랜 소송 끝내고 빛 보나, 리플(XRP)

주말 시가총액 10위권 가상자산 중 단연 돋보이는 코인이 있었다면 바로 리플이었습니다. 지난 10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XRP 가격은 5개월 만 최고가인 0.91달러까지 올랐었는데요. 11일 오전 11시 16분 기준으로는 24시간 전 대비 7.18% 내린 0.49달러를 기록하고 있네요.

앞서 리플 상승의 큰 이유는 리플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해당 이슈에 리플은 지난 30일간 55% 이상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리플은 또 최근 풀스택 엔지니어 채용 공고를 게시하면서 고용 확대에 나서고 있는데요. 전반적으로 고용을 축소하는 추세였던 해외 가상자산업체와 상반되는 행보입니다. 그만큼, 사업이 순항 중이라는 의미기도 하겠죠.

SEC과 리플 간 소송은 투자자들의 오랜 관심사였는데요. SEC은 2020년 12월 리플 창업자인 브래드 갈링하우스와 크리스 라슨을 증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 바 있습니다. 투자자들에게 SEC 등록없이 146억개 리플을 발행해 약 13억8000만달러 현금 등을 조달했다는 이유입니다. 이에 리플 측은 XRP가 증권이라는 여부를 듣지 못했다며 이의를 제기해 현재까지 소송전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즉 양측은 XRP가 증권에 포함되느냐 여부를 두고 기나긴 법정싸움을 지속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만일 리플측이 SEC과 소송에서 승리한다면 XRP 가격 상승뿐만 아니라 가상자산업계 전반에 큰 파동을 몰고올 수 있는데요. 양자간 소송은 결과에 따라 가상자산이 증권법 규제 영역으로 포함될 수 있느냐의 문제기 때문입니다. 만약 리플이 승소하면 증권형토큰을 제외한 가상자산은 규제가 다소 완화된 가상자산업권법 적용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 반대의 경우 상당수 가상자산이 증권형토큰으로 분류되고, 증권법 테두리 내에서 엄격한 규제가 적용될 공산이 큽니다.

박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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