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취재수첩] 유튜브 시대, 초딩도 아는 ‘망사용료’ 논란

백지영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이모, 망사용료가 뭐에요?”

지난 주말 만난 초등학생 4학년 조카가 유튜브를 보다가 기자에게 한 질문이다. “대체 ‘망사용료’를 어떻게 아냐”고 물었더니 즐겨보는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방송에서 얘기했단다. 과연 유튜버들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느껴지는 ‘유튜브의 시대’임을 실감한다.

구글·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갑질을 막겠다며 7명의 여야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 일명 망무임승차방지법이 최근 표류하고 있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CP사가 망 이용대가 또는 망 이용대가 지급을 거부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 내용에 이견은 없었지만, 지난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개최한 공청회 이후 분위기가 급변했다.

정확히는 공청회 직후 유튜브가 “법안이 통과될 경우 CP에 추가 비용을 지워 결과적으로 크리에이터들에게 불이익을 주게 될 것이며, 한국에서의 사업 운영방식을 바꿀 수도 있다”는 으름장을 놓으며 법안 반대 서명을 촉구하면서부터다.

유튜브는 오픈넷이 주도하는 ‘망 사용료 법안 반대 청원’ 독려 광고 배너를 사이트 곳곳에 게재하고, 인기 유튜브 크리에이터들도 관련 주제로 방송을 하면서 일반인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후 게임방송 스트리밍 플랫폼인 트위치까지 ‘망사용료’ 핑계를 대며 국내 시청자의 원본 화질을 최대 1080p에서 720p로 낮추면서 관련 논의에 불을 지폈다. 망사용료 법안 반대 서명 운동에는 10월 11일 기준 이미 23만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하며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난 4일 열린 국회 과방위의 과기정통부 국정감사에는 법안에 반대하는 네티즌이 유튜브 중계에 몰려와 댓글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에 국회의원들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법안 통과는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모든 사람들의 TV’라는 의미의 유튜브는 지난 2006년 구글이 약 2조원을 들여 인수했다. 2년 뒤인 2008년 한국에 진출한 유튜브는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며 국내 유튜버들에게도 새로운 기회의 장으로 떠올랐다.

현재 많은 국내 크리에이터들이 독창적인 콘텐츠로 전세계인들과 소통하고 K-콘텐츠 파워를 떨치고 있다.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유튜버들도 많아졌다. 요즘 10대들은 궁금한 점이 생기면 네이버 지식창이 아닌 유튜브 동영상을 검색한다.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1순위는 ‘유튜브 크리에이터’일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이처럼 유튜브가 국내 창작 생태계에 기여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구글 역시 이들을 이용해 많은 돈을 번다. 현재 구글은 유튜버가 올린 영상 콘텐츠에 광고를 게재하고 그 수익의 45%를 가져간다. 크리에이터의 인기가 많아질수록 결국 구글도 더 많은 돈을 버는 구조다. 아프리카TV의 별풍선과 같은 기능을 하는 슈퍼챗 수수료의 30~40%도 구글이 가져간다.

막강한 이용자 플랫폼을 가진 구글은 결국 법안 반대에도 국내 크리에이터들을 방패막이 삼고 있는 셈이다. 특히 법이 적용되면 창작자들에게 불이익이 갈 것이라는 왜곡된 정보를 흘리며 이들을 호도한다.

실제 망무임승차방지법이 시행되더라도 상당수가 법 적용 대상을 트래픽 양과 이용자 수가 많은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자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중소 CP나 개별 창작자들은 대상이 되지 않는다.

결국 망무임승차방지법의 본질은 글로벌 거대 CP가 우월적 지위를 내세워 국내 망에 무임승차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있다. 이전에 없던 망 이용대가나 망 이용계약을 강제하는 법이 아니다. 이미 넷플릭스와 구글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내외 CP는 직간접적으로 망 이용대가를 내고 있다.

과거 텍스트 중심의 인터넷 공간과 동영상 중심의 현재 인터넷 환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에 거대 CP가 발생시키는 과도한 트래픽 증가에 따른 망 증설 비용에 공평한 분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는 비단 한국 뿐 아니라 여러나라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국내 ISP와 망 이용계약을 위한 협상에조차 응하지 않은 채 귀를 막고 있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소송전도, 국회에 상정된 7건의 망무임승차방지법안도 결국 협상을 외면하는 거대 CP들 때문에 벌어진 일들이다.

그런가하면 망사용료를 분담하라는 통신사들에 ‘통행세 횡포’라고 비판하던 구글은 정작 우리정부의 인앱결제강제방지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 이를 강행하며 결국 이용자들의 콘텐츠 가격의 인상을 야기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플랫폼 독점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이는 구글은 정말 '악마(evil)'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일까.
백지영
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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