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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백과] 망이용대가 논쟁의 핵심 ‘페이드 피어링’

권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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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간 망이용대가 소송의 쟁점은 ‘페이드 피어링’(Paid Peering)에 있다. ‘피어링’(Peering)은 인터넷 상호접속 방식 중 하나인데, 여기에 ‘Paid’(대가 지불)가 따르는지 여부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 중인 것이다. 그렇다면 페이드 피어링은 무엇이며, 어떤 경우에 발생하는 것일까?

피어링의 정의부터 살펴보자. 피어링은 인터넷 상호접속 방식 중 하나로, 직접접속 방식이라는 점에서 중계접속 방식인 ‘트랜짓’(Transit)과 구분된다. 트랜짓은 하위계위 사업자가 상위계위 사업자에 트래픽을 보내면 상위계위가 자신에게 접속된 이용자를 포함해 전세계 인터넷 이용자에게 트래픽을 전송하는 방식이다. 이와 달리, 피어링은 접속 당사자끼리 트래픽을 전달할 뿐 제3자에게는 전달하지 않는다.

트랜짓 방식은 피어링 방식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콘텐츠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 트래픽이 여러 번 거쳐가는 과정에서 콘텐츠 화질이 깨지고 전송속도가 느려지는 일이 발생했다. 최근 유튜브·넷플릭스와 같은 동영상 콘텐츠가 급증하면서 대규모 콘텐츠제공사업자(CP)일수록 인터넷제공사업자(ISP)와 피어링 계약을 맺는 일이 늘어났다.

인터넷 트래픽이 지금과 같이 폭발적이지 않았던 과거에 피어링은 대체로 ‘프리 피어링’(Free Peering)으로 인식됐다. 다만 그 전제조건은 연결 당사자가 주고받는 트래픽이 비슷했을 때다. 주고받는 것이 동등했을 때는 서로 정산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암묵적 합의가 가능했다. 문제는 초대형 CP의 등장으로 트래픽이 폭증하면서 주고받는 트래픽 관계가 불균형해졌다는 점이다. 바로 ‘페이드 피어링’이 필요해진 시점이다.

페이드 피어링에 대해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견해는 상충된다. 넷플릭스는 국제 비영리 기관인 ‘PHC’ 조사 결과를 들어, 192개국 1500만개 피어링 중 99.9996%가 무정산 피어링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SK브로드밴드는 그러나 PHC가 전체 모수를 다루지 않은 잘못된 통계임을 지적하며, 프랑스의 경우 전체의 47%가 페이드 피어링을 하고 있다는 프랑스 통신규제청(ARCEP) 자료로 반박했다.

피어링의 대가 지불 여부는 피어링의 종류가 ‘퍼블릭 피어링’(Public Peering)이냐 ‘프라이빗 피어링’(Private Peering)이냐에 따라 다시 쟁점이 된다. 피어링을 할 때는 ‘IXP’(인터넷교환지점)를 거치게 되는데, 이 IXP에 여러 사업자가 연결되는 경우 퍼블릭 피어링, 두 사업자가 직접 연결되는 경우 프라이빗 피어링이다. 쉽게 말해 퍼블릭 피어링은 ‘일반망’, 프라이빗 피어링은 ‘전용망’이라고도 할 수 있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는 2016년 1월 미국 시애틀 IXP인 ‘SIX’에서 최초로 망을 연결했다. 이후 양측은 넷플릭스 트래픽 급증으로 품질 문제가 불거지자, 2018년 5월 IXP를 기존 SIX에서 일본 도쿄 IXP ‘BBIX’로 변경하는 데 합의했다. SK브로드밴드는 SIX의 경우 퍼블릭 피어링이었으며, BBIX는 프라이빗 피어링이었다고 주장한다.

퍼블릭 피어링은 트래픽 품질이 보장되지 않아 소량의 트래픽을 교환하는 데 적합하지만, 프라이빗 피어링은 다량의 트래픽 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다자간 간접 연결인 퍼블릭 피어링은 소액의 IXP 포트 연결 비용을 제외하고 별도의 이용대가를 지불할 필요가 없지만, 프라이빗 피어링은 두 사업자간 직접 연결인 만큼 이용대가 지불이 전제돼 있다는 게 SK브로드밴드의 주장이다.

넷플릭스는 그러나 퍼블릭 피어링과 프라이빗 피어링의 구분과 상관 없이 모든 피어링은 ‘무정산’이 원칙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IXP를 미국 SIX에서 일본 BBIX로 옮기는 과정에서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에 망이용대가 지급을 요구한 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정작 SK브로드밴드는 이 시점에 명시적으로 대가 지불을 요구하는 이메일을 보냈다고 반박했지만, 금액이 기재돼 있지 않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으로 맞섰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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