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애플, 아이폰 中 낸드 탑재 보류…YMTC, ‘제2의 화웨이’ 되나 [IT클로즈업]

윤상호
- YMTC, 중국 외 고객 확보 불발…제품 우려 지속
- 美 제재, 팹 증설 및 기술 고도화 제약 불가피
- 中 낸드 자력 수급 고비…美 장비 대체 ‘관건’


[디지털데일리 윤상호 기자] 애플이 중국 YMTC가 만든 낸드플래시 구매를 보류했다. 애플은 중국 공급 스마트폰 ‘아이폰14 시리즈’에 YMTC 낸드 내장을 추진해 미국 정부와 의회의 반발을 샀다. 애플의 YMTC 채용 불발은 YMTC에게 악재가 될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의 품질 우려 해소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중국 메모리반도체 생태계 독자 구축도 늦어질 것으로 여겨진다.

17일(현지시각) 일본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애플은 YMTC 낸드 구매 계획을 중단했다. 애플은 아이폰14 시리즈 중국 판매 제품에 YMTC 낸드를 채용하려 했다. 향후 전체 아이폰 탑재 낸드 40%를 YMTC에서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YMTC는 2016년 설립한 중국 대표 메모리 기업이다.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SMIC와 함께 중국 반도체 자립 대표주자로 여겨진다. YMTC는 낸드에 초점을 맞췄다. 2017년 32단 낸드를 생산했다. 2020년 128단 낸드 시장에 진출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YMTC의 낸드 점유율은 2.3%다. 올해 들어 점유율은 3%대에 진입했다. 낸드를 이용한 저장장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공략을 본격화했다. 연내 200단 이상 낸드 상용화도 선언했다.

반도체 업계의 YMTC 낸드에 대한 신뢰는 높지 않다. 점유율은 있지만 고객이 없기 때문이다. 공개한 중국 외 업체와 거래 성사 사례가 없다. 애플이 YMTC 제품을 검토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메모리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웠던 이유다.

중국 정부의 압력이 있었다는 관측도 있었다. 중국이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외산 업체 중 유일하게 중국 스마트폰 시장 5위권에 있다. 애플 제품을 위탁 생산하는 폭스콘도 중국 제조 비중이 가장 높다. 중국 내수 시장과 전기차(EV) 보조금으로 EV 배터리 시장을 장악한 것처럼 낸드 시장 판도도 흔들 수 있었다.

낸드는 D램과 달리 5개 업체의 각축장이다. D램에 비해 기술 장벽은 낮다. 삼성전자가 30%대 초반 점유율로 1위다. SK하이닉스와 일본 키옥시아가 20%에 육박하는 점유율로 2위 다툼 중이다. 4위 웨스턴디지털 5위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10%대 초반 점유율이다.

애플의 부품 검사는 깐깐하기로 유명하다. 애플 공급 성공은 YMTC 제품 품질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기회였다. 5위권 진입 청신호가 켜지기 직전이었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와 의회도 각각 YMTC와 애플 견제에 팔을 걷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7일(현지시각) 미국 반도체 장비 기업 대상으로 128단 이상 낸드 제조 장비 중국 수출 허가제를 시행했다. 중국 기업은 ‘거부’가 원칙이다. 미국 장비가 없으면 반도체 생산을 못한다. YMTC는 128단 낸드 증설과 이후 제품 개발 및 양산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미국 상원과 하원은 지난 9월 “애플이 불장난을 하고 있다”며 YMTC 제품 검토 중단을 요구했다. 아울러 YMTC를 상무부 미국 국가안보 위협 기업 명단에 올려 제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YMTC가 제2의 화웨이가 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기 시작했다. 메모리 사업은 장치 산업이다. 생산능력(캐파) 유지를 위해서도 매년 수조원 투자가 필요하다. 팹 증설과 기술 고도화가 없으면 도태된다.

화웨이는 세계 스마트폰 1위 목전에서 미국의 직접 제재로 몰락했다. 중저가 브랜드 ‘아너’를 매각했다. 통신 장비 사업은 5세대(5G) 이동통신 시장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도체 설계(팹리스) 사업은 해체했다. 연구개발(R&D) 중심 클라우드 업체로 변화를 시도 중이지만 제재 이전에 비해 위상이 떨어진 상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이번 제재는 YMTC가 중국 외 고객 기반을 확장하는데 제약이 될 것”이라며 “YMTC 생산시설(팹) 업그레이드도 차질이 예상된다”라고 분석했다.
윤상호
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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