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동찬 원익피앤이 대표, "엔에스 합병, 배터리 솔루션 도약 발판"

김도현
- 조립 공정부터 활성화 공정까지 '턴키 수주'
- 충전기 및 폐배터리 사업 본격화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2차전지 사업이 본격화한 건 10년도 채 안 되지만 폭발적으로 커지는 추세다. 빠르게 변화는 상황에서 기술개발과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업체만 살아남는 구조로 재편될 것이다.”

지난 17일 경기 수원 본사에서 만난 박동찬 원익피앤이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원익피앤이는 2004년 피앤이솔루션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회사다. 당시 발전소 관련 사업을 진행하다 배터리 장비로 노선을 틀었다. 원익그룹은 지난 2020년 10월 피앤이솔루션을 인수해 관련 시장에 뛰어들었다.

원익피앤이 주력 제품은 활성화 공정에서 쓰이는 충·방전 설비와 사이클러를 주력으로 삼았다. 포메이션이라 불리는 이 단계는 조립이 완료된 2차전지를 충·방전해 전기적 특성을 부여하는 과정이다. 이후 2차전지 성능과 수명을 평가하는 것이 사이클러다.

추가로 인수합병(M&A) 계약을 체결하면서 원익그룹은 배터리 분야 몸집을 불렸다. 지난해 9월 테크랜드와 12월 엔에스, 올해 3월 삼지전자(에너지솔루션 사업부) 등을 품었다. 이중 가장 규모가 큰 엔에스는 조립 공정에 해당하는 설비, 충·방전 이후 가스를 빼주는 디개싱 장비 등을 생산한다.

연이은 투자 배경에는 단순 영역 확장을 넘어 ‘규모의 경제’ 확보가 있었다. 박 대표는 “고객사의 투자 규모가 군소 업체는 감당 안 될 정도로 커졌다”며 “올해를 기점으로 내년, 후년 상당 부분 정리될 가능성이 있다. 체급을 갖춘 장비사만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자 그룹 내 계열사 간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상장사인 원익피앤이와 엔에스를 합병하는 것이 골자다. 원익피앤이의 경우 지분 35.13%를 보유한 원익홀딩스가 최대주주다. 엔에스는 원익피앤이(38.02%)가 최대주주다. 두 회사 결합을 통해 원익홀딩스 – 원익피앤이 – 엔에스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박 대표는 “합병을 통해 대외 위상을 강화하고 2차전지 제조업 시장규모 확대에 대응해 조립공정 및 후공정 장비를 모두 납품할 수 있는 구도를 갖출 수 있다”며 “일괄 체계를 구축해 불필요한 자원낭비를 줄이고 자금 조달력도 강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턴키 수주 및 경영 효율화에 유리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반대하는 주주의 매수청구권이 쏟아지면서 합병은 한 차례 무산됐다. 최근 원익그룹은 엔에스가 원익피앤이를 흡수하는 역합병 방식으로 재추진하기로 했다. 매수청구 한도액을 이전보다 2배 높은 400억원으로 설정하기도 했다. 완료 시 엔에스는 사명을 원익피앤이로 변경한다.

박 대표는 “각사 밸류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합병이 잘 되면 비용이나 영업 활동 측면에서 시너지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2030년 전 세계 톱 배터리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다.

회사 가치 제고 차원에서 원익피앤이는 2차전지 충전기 및 폐배터리 공략을 본격화한다. 솔루엠, 모나일렉트릭, 성일하이텍 등 각 분야 업체와 손을 잡고 사업화에 나섰다. 박 대표는 “배터리 공장이 한창 늘어나는 단계지만 어느 시점이 오면 시설투자 속도가 느려지면서 캐팩스(CAPEX)보다는 오팩스(OPEX)가 중요해질 것”이라면서 “후방산업을 선제 진입하면서 미래를 대비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박 대표는 삼성전자와 삼성SDI에서 반도체 및 2차전지 영업을 담당한 뒤 지난해 3월 원익피앤이 대표로 취임했다. 합병을 추진 중인 엔에스 역시 삼성SDI 출신인 이기채 대표를 올해 3월 영입한 바 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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