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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AI가 대신 전화 받아요”…KT AI통화비서, 280만 소상공인 공략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저희만큼 진심을 담아 하는 사업자가 없습니다.”

바쁜 소상공인을 대신해 인공지능(AI)이 고객 전화를 받아주는 서비스, ‘AI통화비서’는 KT가 ‘AICC’(AI 고객센터) 사업을 소상공인의 영역까지 확장한 첫 시도다. KT가 처음으로 시장을 열었고,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들도 비슷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지난 19일 서울 KT송파빌딩에서 만난 김성찬 KT AICC사업담당 AI통화비서기획팀 대리<사진>는 AI통화비서 개발과 관련해 “참고할 레퍼런스가 없어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이었다”면서도 “KT가 선두주자인 만큼 더 획기적인 서비스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KT는 지난 10월 AI통화비서를 출시했다. AI통화비서는 고객이 매장 유선번호로 전화를 하면, 사전에 지정한 스마트폰으로 연결돼 KT의 능동복합대화 기술이 적용된 AI가 응대를 하는 서비스다. 복잡한 문의에 대한 답변은 물론 예약·주문도 직접 처리할 수 있다.

KT가 AI통화비서를 개발할 당시는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일 때였다. 김 대리는 “AI통화비서는 소상공인들이 힘들 시기에 도움이 될 서비스를 기획해보자는 배경을 가지고 출시된 것”이라며 “저희만큼 진심을 담아 하는 사업자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개발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AI가 활용할 예약 주문 시나리오를 만들기 위해, 실제 외식업체 사업부서를 찾아가 고객 통화 내용을 일일이 분석하는 작업이 수반됐다. 어떤 종류의 질문이 많이 접수되는지 파악하고 분류하는 수작업으로 시나리오를 구성했다.

김 대리는 “말 그대로 발로 뛰었다고 할 수 있다”며 “그런 과정을 통해 특정 도메인에서 발생되는 발화들의 80%는 우리가 만든 시나리오로 커버할 수 있겠다는 것을 깨달았고, 시나리오만 잘 동작하면 전화 업무 부담이 줄겠구나 하는 기회를 포착했다”고 말했다.

◆ 출시 반년 만에 가입자 3만 확보…내년 20만 목표

AI통화비서는 출시 6개월 만에 약 3만명의 소상공인 가입자를 확보했다. KT는 이 시장을 가입자 약 280만명 규모의 시장으로 보고 있다. 280만명은 KT 유선전화를 이용하는 소상공인의 수다. 내년에는 20만명 가입자 확보를 목표로 잡고 있다.

이용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KT가 100명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범서비스 결과, 참가자들은 “AI 통화비서 덕분에 음식을 만들고 서비스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고객이 매장 이용 중 불편했던 점을 AI 통화비서로 남겨 놓았는데 다음 방문 때 달라져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등 변화를 체감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 AI통화비서를 이용해 절약할 수 있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김 대리는 “전화 업무에 약 0.1의 맨파워가 필요하다고 한다면, 한달간 매일 10시간의 매장 운영에 따른 최저임금 금액을 따져도 30만원의 비용은 줄일 수 있다”며 “바빠서 놓칠 수 있었던 전화 예약을 AI가 대신 잡아줌으로써 얻는 매출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KT 입장에서도 AI통화비서는 새로운 시장이다. 국내 소상공인 가입자들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 한풀 꺾인 유선전화 매출을 반등시킬 수 있는 수익처가 된다. 라이센스 수출로 해외 진출도 가능하다. 김 대리는 “최근 싱가폴의 한 통신사와 KT의 AICC 사업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는데 특히 AI통화비서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고 전했다.

KT는 최근 외식업 예약 스타트업인 테이블매니저에 20억원을 투자하고, AI통화비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에 손을 잡기로 했다. 서비스 고도화는 물론 AI통화비서의 잠재 수요를 새로운 업종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리는 “부동산이나 미용업 등 방문 예약 수요가 있는 업종을 중심으로 시나리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업 대상은 테이블매니저뿐만이 아니다. 김 대리는 “공개는 어렵지만 AI통화비서 고도화를 위해 함께 논의 중인 업체들이 있다”며 “예를 들어 POS 업체들이 있는데, AI통화비서를 POS 시스템과 연동하면 전화부터 예약과 POS 결제까지 하나로 아우르는 통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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