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종합] SK하이닉스, 3분기 메모리 혹한기 돌입…더 추울 4분기

김도현
- 웨이퍼 캐파 투자 최소화 및 공정전환 일부 지연
- 차세대 메모리 개발 지속…1b D램·238단 낸드 내년 양산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한 지난 2분기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메모리 부진이 본격화하면서 3분기는 물론 향후 실적 전망이 부정적이다. 이에 SK하이닉스는 투자 규모를 줄이기로 했다. 대신 첨단 공정 개발 등 미래 사업을 위한 작업을 이어간다.

26일 SK하이닉스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연결기준 2022년 3분기 매출 10조9829억원 영업이익 1조6556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기대비 20.5% 전년동기대비 7.0%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전기대비 60.5% 전년동기대비 60.3% 축소했다.

이날 SK하이닉스 노종원 사업담당 사장은 “3분기는 높은 물가 및 금리 상승, 거시경제 환경 악화 등으로 고객 메모리 수요가 급감했다”며 “D램과 낸드플래시 출하량, 가격이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했다. 달러 강세와 계절적 성수기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메모리 산업이 대내외적인 변수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연초만 해도 메모리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컸으나 상반기 말부터 나타난 불황 조짐은 하반기 들어 현실화하면서 하락 국면에 진입했다. 주요 응용처인 데이터센터 및 정보기술(IT) 기기가 코로나19 기간 큰 폭으로 성장한 기저효과로 체감된 수요 감소 속도가 더 큰 상태다.

사업적으로도 빨간불이 켜졌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D램 및 낸드플래시 비트그로스(비트단위 출하량 증가율)를 각각 한 자릿수 중반, 10% 초반 하락했다고 밝혔다. 두 제품은 평균판매가격(ASP)은 20% 이상 떨어졌다. 4분기 역시 유사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투자 축소와 가동률 조정을 통해 공급 측면에서의 대응을 시작하기로 했다. 노 사장은 “효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겠으나 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해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2022년 SK하이닉스 연간 투자액은 10조원대 후반으로 추정된다. 회사는 내년에 올해 대비 50% 이상 감축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이는 2008~2009년 금융 위기 때 업계 시설투자액(CAPEX)에 버금가는 축소다.

노 사장은 “생산 증가를 위한 웨이퍼 생산능력(캐파) 투자도 최소화하고 공정 전환도 일부 지연할 예정이다. 향후 팹 운영 효율성 향상을 위한 제품 믹스 및 장비 재배치도 검토 중”이라며 “이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웨이퍼 캐파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 내년 D램과 낸드 웨이퍼 생산량은 올해보다 줄고 선단 공정 비중도 당초 계획보다 낮아질 전망”이라고 이야기했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제품 제조 및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대신 차기 메모리에 대한 투자는 지속한다.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고대역폭 메모리(HBM)3 등이 대상이다. DDR5는 차세대 D램 규격이다.

노 사장은 “DDR5는 신규 중앙처리장치(CPU) 출시 지연으로 도입이 늦어졌으나 그만큼 관련 생태계가 갖춰질 시간이 있었다. 고객 대기 수요가 형성됐고 내년부터 본격 전개될 것”이라며 “(현시점에서 최신 제품인) 10나노미터(nm)급 4세대(1a) D램과 176단 낸드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개선과 램프업(캐파 증대)은 원활하다”고 언급했다.

SK하이닉스 박명수 D램 담당은 “DDR5의 경우 서버용은 내년 20%에서 30%, PC는 30%에서 그 이상으로 늘어나는 그림이 그려질 것”이라며 “HBM 관련해서는 50% 성장하면서 전 분야에서 가장 돋보였다. DDR5와 HBM 등이 사업 및 수익 안정화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 제품인 10nm급 5세대(1b) D램 및 238단 낸드는 각각 내년 상반기, 중반기에 양산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의 중국 반도체 제재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노 사장은 “중국에 공장을 둔 SK하이닉스에 여러 제약 조건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미국 정부가 중국 팹 장비 투입 관련 허가를 받는 것을 1년 유예했다. 이러한 조치가 1년씩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나 확실치 않다”고 토로했다.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결단을 내릴 방침이다. 노 사장은 “1년 이후 유예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컨틴전시 플랜이 필요할 수 있다”면서 “중국 팹 또는 내부 시설을 매각하거나 일부 장비를 한국으로 들여오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고 정상적으로 팹 운영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 내 극자외선(EUV) 설비 도입이 사실상 불가한 점에 대해서는 EUV가 필요한 레이어 공정을 국내에서 처리하는 등 대안을 모색 중이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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