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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라이트닷넷] '잔인한 가을' 美 빅테크 기업들의 대량 해고… 그래도 부러운건

박기록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올해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빅테크 기업들중 애플 정도만 겨우 체면치레를 했다.

테슬라, 아마존, 알파벳, 페이스북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시장예상치를 밑돌았다. 그나마 3분기에 선방을 했다고해도 4분기에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음으로서 역시 투자자들을 한숨 짓게 만들었다.

2022년 세계 경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4연속 자이언트 스텝(0.75%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초유의 상황, 그리고 그것에 영향을 받은 물가, 환율 등 다양한 매크로 지표들도 동시에 심각한 왜곡 상황에 놓여있다.

이 왜곡이 정상적으로 풀릴때까지 또 다른 부작용이 계속해서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금리 폭등이 가져오게 될 종착지는 '경기후퇴'(Recession)이다.

단순히 네글자로 포현되지만 여기에는 부도, 폐업, 실직 등 누군가에게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이 녹아있다. '경기후퇴'라고 쓰고 '눈물'이라고 읽어도 이상하지 않다.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면 그렇다.

결국 분위기를 바꿀 무언가가 필요한 시점이 됐고, 위기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일단 가장 먼저 튀어나오고 있는 것이 인력감축이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거의 대부분의 빅테크기업들이 인력감축에 착수했다.
페이스북을 운영하고 있는 메타플랫폼스는 9일(현지시간) 1만1000명의 직원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전체직원이 약 8만7000명인데 무려 13%를 감원하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당초 10% 정도를 예상했는데 그것을 뛰어넘었다.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잘라도 회사가 돌아갈 수 있는지 의문이지만 이 발표로 이날 나스닥의 폭락에도 불구하고 메타플랫폼스의 주가는 5% 이상 나홀로 급등했다.

최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반도체기업 인텔은 PC 등 전방시장의 침체로 4분기 실적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자 2023년부터 향후 3년간 30억 달러 규모의 비용절감 계획을 발표하면서 반전을 꾀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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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정부돈으로 파운드리 인프라 증설에 손쉽게 나서고 있는 인텔이 30억 달러라는 비용을 줄여 나갈 수 있는 구석은 결국 인력을 대거 정리하는 것과 마케팅 비용 등 판관비를 줄이는 것 밖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앞서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440억 달러의 트위터 인수를 결정하면서 70%의 직원을 자르겠다고 협박(?)성 발언을 한 바 있다. 이 발언 이후 신기하게 테슬라의 주가는 하락을 잠시 멈추기도 했었다. 실제로 트위터 인수를 확정한 후 50% 가까운 직원에 대해 해고를 단행했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MS)도 올 3분기 실적 발표에 앞서 이미 1000명에 달하는 직원을 구조조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동영상 스트리밍서비스 세계 1위 넷플릭스는 일찌감치 올해 1분기 실적에서 사상 첫 '구독자' 감소라는 충격을 접한후 곧바로 두 차례에 걸쳐 감원을 단행했다.

공통적으로 이같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대량 해고에 대해 시장은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면 주가는 하락을 멈추고 반등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넷플릭스처럼 극적인 반전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여기서 다시한번 주목할 것은 미국 기업들의 감원에 대해 이를 받아들이는 시장의 정서다.

경기가 어려워지고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단행되는 대규모 감원에 대한 거부감은 분명히 우리와는 차이가 있다.

IT산업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이직율 등을 감안하더라도 감원 자체를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기업의 유연한 위기대응 경영전략으로 보다 활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미국의 주류 언론들도 트위터의 감원 자체를 문제삼는 것이 아니라 일론 머스크의 비상식적인 해고 방식, 즉 노동법에 규정된 해고 통지 시기 등을 지적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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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한국에선 노조의 반발 등으로 기업의 구조조정 전략이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강성 노조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주장을 온전히 인정할수는 없다. 일단 노동관에 대한 인식자체가 우리와 미국이 다른점도 있고, 보다 근본적인 것은 실직과 재취업, 그리고 실직자를 보호할 국가의 제도적 안전망이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직한다해도 국가와 사회적 안전망이 자신과 가족을 보호해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구조조정에 대한 공포를 없앨 수 있고, 갈등과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다.

최근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대량 해고 발표에서 부러운 것은 이 부분이다.

세계 경제대국 10위를 자처하는 우리 나라도 과연 이러한 사회안전망에 대한 믿음을 노동자들에게 먼저 제대로 주고 있는지 자문해 봐야할 시점이다.

이같은 생산적인 구조조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단기간에 자리잡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결국 가야할 방향은 사회적 안전망의 확충이라는 귀결에 도달하게 된다.
박기록
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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