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닫힌 지갑, 남아도는 제품…삼성·LG, 1년새 재고 29조원↑

백승은

- 삼성전자·LG전자 3분기 분기보고서 발표
- 원가 부담은 상승, ASP는 하락… 낮아지는 공장 가동률


[디지털데일리 백승은 기자] 소비가 얼어붙자 팔리지 않는 물건이 창고에 쌓이고 있다. 지난 3분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더 많은 재고를 떠안게 됐다.

원재료 가격이 늘어나며 원가 부담 요인이 늘어났지만 시장 경쟁의 심화로 TV와 에어컨 등 주요 가전제품의 평균판매가격(ASP)은 오히려 떨어졌다. 이에 공장 가동률을 낮춰 제품을 덜 생산하는 식으로 수익성 재고에 나서는 중이다.

15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2022년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두 기업의 재고 부담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 자릿수 증가했다. 단순 금액으로 환산하면 두 기업의 재고자산은 1년 동안 29조원 이상 늘어났다.

2022년 3분기 말 삼성전자의 재고자산 총액은 57조3198억원이다. 전년동기 재고는 40조원이 안 되는 37조8017억원이었지만 올해는 52% 늘어났다.

같은 기간 LG전자의 재고자산은 11조2071억원이다. LG전자 역시 전년동기 10조원이 안 되는 재고를 안고 있었지만 지난 3분기에는 전년동기대비 13% 확대됐다.

이 기간 원자재 값이 오르며 원가 부담이 더해졌다. 삼성전자가 구입하는 TV·모니터용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은 이 기간 전년동기대비 68% 올랐다. LG전자가 사들이는 TV 및 AV 부품용 칩은 3분기는 2021년 대비 44% 올랐다.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생활가전의 원재료인 철강, 레진, 구리의 가격도 줄줄이 인상됐다. 지난 3분기 LG전자가 구입한 철은 3분기는 2021년 대비 23% 상승했다. 같은 기간 레진은 21.3%, 구리는 42% 올랐다.

원가 부담에도 TV를 비롯한 주요 완제품 ASP는 하락했다. 수요가 한정된 상황에서 업체간 경쟁이 심화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ASP는 각 전년동기대비 5% 1% 줄었다.

LG전자의 에어컨 역시 전년동기대비 8.5% 떨어졌다. 다만 냉장고 세탁기 ASP는 전년동기대비 3.7% 높아졌다.

재고 조정을 위해 공장 가동도 일부 멈추는 중이다. 삼성전자는 TV·모니터 등 영상기기 공장가동률은 3분기 75%로 전년동기 79%보다 낮다. 다만 반도체를 다루는 디바이스익스피리언스(DS)부문과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SDC) 가동률은 100%로 ‘풀가동’ 상태를 이어 나갔다.

LG전자의 냉장고와 에어컨 3분기 평균 가동률은 각 113% 103%이다. 전년동기 130% 113%에 비해 소폭 하향 조정됐다. 영상기기의 가동률은 81%로 전년동기 96%보다 떨어졌다.

한편 삼성전자는 2분기 연속 5대 매출처에 ‘베스트바이’가 제외됐다. 베스트바이는 북미 최대 가전 유통사다.

오랜 기간 베스트바이가 삼성전자의 5대 매출처로 이름을 올렸지만 지난 2분기에 이어 이번 분기에도 사라졌다. 이는 북미 시장에서 가전 매출이 부진했음을 반증한다. 베스트바이 대신 퀄컴이 5대 매출처에 올라갔다.

올 4분기 역시 상황은 좋지 않아 보인다.

지난달 열린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김영무 상무는 “4분기에도 불확실성은 여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 경영관리담당 이정희 상무는 “오는 4분기는 최근 수요 둔화로 성수기임에도 매출 확대에 제한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라고 언급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및 스포츠 이벤트를 통한 판매 진작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 ▲물류비 재계약으로 원가 경쟁력 확대 등을 통해 수익성 제고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백승은
bse1123@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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