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로봇 시범운영 ‘착착’…상용화까지는 먼산?
[디지털데일리 오병훈 기자] 배달로봇 서비스 사업이 태동기에 접어든 가운데, 국회에서 관련 사업 활성화를 위한 기초 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해당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 위해선 보행자 안전문제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일부 지적도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세븐일레븐·BGF리테일 등은 실외 배달로봇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2020년 배달로봇 ‘딜리’를 처음 선보인 후, 최근 별도법인 ‘비-로보틱스(B-ROTICS)’ 분사 계획을 밝히는 등 배달·서빙 로봇사업에 적극적이다. 세븐일레븐은 자율주행 로봇 개발사 뉴빌리티와 협업 하에 ‘뉴비’를 개발해 편의점 상품 배달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편의점 씨유(CU) 운영사 BGF리테일은 현대자동차와 함께 내년 중 배달로봇 서비스를 선보인다.
그러나 업계에서 시행하는 배달로봇 시범 서비스가 모두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배달로봇들이 주문 상품을 배달할 땐, 현장 요원이 항상 근처에서 동행해야 한다. 로봇이 도입된 목적이 배달기사를 대신하기 위함인데, 시범 서비스만 살펴봐도 도입 취지와는 맞지 않는 방식이다. 현행법상 배달로봇 정의 및 규정이 없어 로봇 혼자서는 도로를 이용하는 주체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배달로봇 한대에 관리자 1명이 따라붙는 건 로봇 대신 사람이 직접 배달하는 것보다 더 비효율적이다. 인건비 절감 효과를 볼 수 없을뿐더러, 단독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한 데이터 수집 효과도 떨어뜨린다. 업계에선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배달로봇 단독주행을 위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배달로봇 위한 법안 발의 ‘속속’…핵심 내용은?=국회에서도 배달로봇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 정일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배달로봇 상용화와 관련된 법안을 연달아 제안했다. 지난 8월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한 데 이어 이달 21일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생활물류서비스법 개정안)도 추가 발의했다.
도로교통법 개정안 핵심은 배달로봇을 자전거·개인형 이동장치와 같이 도로 이용 주체로 인정하고, 독립적으로 도로를 주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데 있다. 개정안에는 ▲보행자도로 주행 원칙 ▲예외적으로 자전거도로, 차도 이용 가능 ▲보행자 통행을 방해할 경우 서행·정지 등 내용이 담겼다.
생활물류서비스법 개정안에는 배달로봇 서비스 사업을 제도권 안에 편입하고, 사업 활성화를 위한 보험공제조합 설립 근거 마련 등 내용이 포함됐다. 두 법안이 모두 통과될 경우, 배달로봇 서비스는 시범 사업보다 한발 나아가 정식 서비스로 출시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안전문제 해결 ‘아직’…“선 입법 후 개선” 의견도=물론 해당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배달로봇 서비스 경우 보행자 안전과 직결돼 있어 이와 관련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이하 행안위)는 정일영 의원이 발의한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관련해 법안 검토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에서 행안위는 “입법 취지는 타당한 것으로 판단된다”라면서도 “(일부 법안 내용이) 법 체계에 맞지 않으므로 이에 대한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안위는 배달로봇이 ‘인도’에서 다닐 수 있도록 하는 ‘보행자도로 주행 원칙’을 문제 삼았다. 현행법상 자전거 및 개인형 이동장치도 보행자 안전을 위해 인도가 아닌 자전거도로 주행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배달로봇이 보도로 주행하는 건 기존 법 취지와 상충 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사고 발생 때 책임 범위와 처벌 규정 등이 구비돼 있지 않아 법안 정비가 필요하다고도 부연했다.
정 의원실 측은 이에 대해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답했다. 정 의원실 관계자는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 입법 사례를 보면, 산업 활성화 측면에 무게를 두고 기초적인 법안부터 시행한 뒤 향후 세부적인 사안을 손보는 경우도 있다”며 “한국도 실증특례에 머무르기보다 기초 법안을 마련하고, 실제 운영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법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지속적인 기술 고도화를 통해 로봇 주행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시범운영 중인 배달로봇 서비스도 사람 걸음보다도 천천히 주행하는 등 보행자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운영되고 있다”며 “독립주행이 가능해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주행 기술 고도화를 통해 안전 우려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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