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르포] “쏟을 줄 알았는데”…배민 로봇 ‘딜리’, 커피 배달도 척척

오병훈
[디지털데일리 오병훈 기자] “로봇배달이라니,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미래 광경이 신기해요.”

지난 29일 오후에 방문한 광교호수공원에서 처음으로 배달 로봇 ‘딜리’를 마주했다. 지나가던 공원 방문자들은 딜리를 보며 한 마디씩 거들었다. 높이 77cm 아담한 키, 전방에는 크고 귀여운 눈이 그려져 있어 친근함마저 느껴졌다. 이동 속도는 시속 2.7~4km, 공원을 천천히 누비면서, 방문자에게 음식을 배달하는 모습이 한적한 공원 풍경과 제법 잘 어우러진다.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은 지난달 31일 경기도 수원 광교호수공원에서 배달 로봇 딜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광교호수공원에서 운영 중인 딜리는 총 6대이며,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운영된다. 배민은 지난 2020년부터 수원 광교 주상복합단지 ‘앨리웨이’에서 실증 테스트를 이어오다 이번에 광교 호수공원까지 서비스 지역을 늘리게 됐다.

딜리 배달 서비스 이용 방법은 간단했다. 공원 진입광장, 마당극장, 잔디구역 테이블 등에 부착된 QR코드를 휴대폰 카메라로 인식하면 된다. 곧장 주문 화면으로 넘어가게 되는데, 앨리웨이에 상주 중인 식음료점 14곳에서 주문 가능하다. 결제를 완료하면 주문화면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배달 주문 진행 현황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기준으로 배달비는 발생하지 않으며, 최소주문 금액도 없다. 다만, 일부 가게는 지정된 메뉴만 주문 가능하다.

음식점에서 배달 주문을 확인하니 딜리가 배달 시작 알림음을 울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딜리 옆으로는 형광 조끼를 입은 현장 관제요원이 따라붙었다. 혹시 모를 안전 문제를 대비한 조치다. 딜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승인을 받았다. 실증특례 부가조건 중 하나인 ‘현장요원 운전자 지정’에 따른 조치이기도 하다.

물론, 딜리 주행과 관련해 현장 관제요원의 개입은 매우 적다. 내장된 자율주행 시스템에 따라 전방에 장애물이 나타나면, 우선 멈춘다. 이후 경로를 재탐색해 장애물을 피해간다. 더불어 현장에서 느낀 체감속도는 생각보다 더 느렸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가 걷는 속도와 유사했다. 사람이 와서 먼저 부딪히거나, 기계적 결함이 발생하지 않는 한, 사고가 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현장 관제요원은 “아직까지 안전사고가 일어난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현장 곳곳에는 ‘안전 포인트’가 존재했다. 횡단보도, 좁은 길, 경사길 등 사고 확률이 높은 지점마다 안전 포인트가 지정돼 있었다. 그곳에서 딜리는 주행을 멈추고 관제센터 승인을 기다리게 된다. 관제센터에서 딜리에 내장된 카메라를 통해 주변에 위험 여부를 판단한 뒤 다시 주행 명령을 내리는 방식이다.

물론, 이런 느린 속도 탓에 불편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시민도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너무 느려서 가는 길에 음식이 다 식지는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배민 관계자는 “(배달시간)이 10여분 정도라서 때문에 현재 (내부에 장착된)보냉백 수준으로도 보냉보온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음식점주가 배달음식을 딜리에 넣은 시간이 오후 2시27분이었으며, 도착 시간은 2시41분으로 순수 배달 시간은 14분 정도 소요됐다.

음식은 안전하게 배달됐다. 딜리가 현장에 도착하니, 휴대폰으로 주문 완료 카카오톡 메시지와 함께 전화가 걸려 왔다. 공원 같은 공공장소에서 주문을 하면, 배달기사가 주문자를 찾기 위해 전화를 거는 등 번거로운 일이 수반된다. 배달로봇 경우 주문자를 확실히 인식할 수 있어 이용자 입장에서 장점으로 다가왔다. 다만, 주문자가 직접 딜리 전면 문을 열어야한다. 문을 열기 위해서는 카카오톡 알림 메시지에 있는 ‘로봇 문열기’ 버튼을 눌러야 한다. 버튼을 찾지 못해 문여는 방법을 찾느라 헤매기도 했다.

커피와 빵을 주문했는데, 쏟아지지 않을까 걱정했던 커피는 안전하게 배달됐다. 주행 구간 지형지물이 복잡한 편이라 중간에 덜컹거림이 있었음에도 문제 없이 배달됐다. 내부 부착된 보냉백이 완충제 역할도 함께 했다. 딜리 최대 적재량은 30kg이며 음료 12잔, 도시락 6개 정도를 수납할 수 있다.

앨리웨이에서 음식점을 운영 중인 A씨는 “음식이 쏟아졌다는 민원은 아직 받아 본 적이 없다”며 “처음에는 그런 부분 때문에 걱정이 많았는데, 민원이 없어서 생각보다 괜찮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딜리 배달 서비스 범위가 한정적인 탓에 지정된 지역이 아니면 이용할 수 없다. 더불어 딜리는 안전 규제상 이유로 고속 배달이 어렵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건물마다 딜리와 같은 배달 로봇을 배치하는 방법이 있다. 배달기사는 건물 1층에서 배달 로봇 안에 주문 음식을 수납하기만 하면 된다. 건물 내부 배달은 로봇이 맡게 되는 것이다. 배달 기사 입장에서는 건물 내부에서 배달지를 찾아 헤맬 필요가 없어진다.

배민은 로봇 배달 서비스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배민은 다음달 중으로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오피스 근무자를 대상으로 실내 D2D(Door to Door)로봇배달서비스를 출시한다. 정부부처도 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7월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장요원’이 없이도 자율주행로봇을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완전 원격관제가 가능한 기업은 현장요원 대신 원격관리자가 로봇을 총괄 관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우아한형제들 김요섭 로봇배달서비스실장은 “우아한형제들은 그동안 쌓아온 서빙·배달 로봇 서비스 경쟁력을 서울 대도심 속 랜드마크에서 구현하고자 한다”라며 “광교호수공원 서비스를 기반으로 다양한 곳에서 로봇배달이 이뤄질 수 있도록 안전성 확보 및 서비스를 고도화하겠다”고 전했다.
오병훈
digimon@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