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막오른 '배터리 소재' 시장 혈투… 에코프로 vs 포스코, 승자는?

김도현
에코프로비엠 포항사업장
에코프로비엠 포항사업장
- 그룹 차원 수직계열화 진행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에코프로와 포스코 그룹이 배터리 소재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양사는 원재료부터 폐배터리 재활용까지 전 주기를 관통하는 공급망을 갖춰나가는 중이다. 국내는 물론 캐나다,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격돌한다.

◆에코프로, 북미·유럽에 ‘제2의 포항캠퍼스’ 만든다=지난 1일 에코프로는 경북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에서 중장기 청사진을 공유하는 행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그룹의 2027년 연매출 목표를 30조원으로 제시하면서 원재료 경쟁력 강화, 글로벌 생태계 구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 등을 내세웠다.

에코프로의 핵심 전략은 ‘클로즈드 루프 에코시스템’이다. 하나의 사업장에서 양극재 전후 과정을 모두 처리하는 게 골자다. 양극재를 제조하는 에코프로비엠을 중심으로 ▲에코프로씨엔지(리사이클) ▲에코프로에이피(고순도 산소·질소) ▲에코프로이노베이션(수산화리튬) ▲에코프로머티리얼즈(전구체) 등이 포항캠퍼스에 들어선 상태다.

이렇게 되면 양극재 생산라인 효율성이 극대화할 수 있다. 통상 양극재 원료 및 소재는 해외 의존도가 높아 상대적으로 먼 곳에서 조달해야 하는데 해당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크랩 또는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리튬, 니켈 등을 즉각 활용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따라서 에코프로는 해외 진출 시에도 유사한 모델을 적용하기로 했다. 헝가리, 미국 등에 양극재 공장을 지을 예정인데 에코프로비엠 외에 다른 계열사들도 동행한다는 의미다. 에코프로는 “IRA 대응을 위해 전구체 양산 능력을 핵심 연결 고리로 사용해 현지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구체란 양극재 중간물질로 여기에 리튬 등을 더하면 양극재가 된다.
포스코케미칼 광양사업장
포스코케미칼 광양사업장
◆포스코, 2차전지 소재 수직계열화 가속도 붙었다=포스코 그룹은 에코프로와 유사한 작업을 전남 광양사업장에서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포스코케미칼은 광양 양극재 공장을 종합 준공했다. 지난 2018년 8월 5000톤 규모 1단계 투자에 착수한 지 4년3개월 만에 총 9만톤 생산능력(캐파)을 갖추게 됐다.

주목할 부분은 광양공장 인근에 배터리 소재 풀 밸류체인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는 점이다. 연 4만3000톤 수산화리튬을 생산하는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 폐배터리 재활용하는 포스코HY클린메탈이 생산라인을 설립하고 있다.

4만5000톤 수준의 전구체 공장 건설도 추진한다. 아울러 광양에는 포스코홀딩스의 염수 리튬 하공정 시설이 마련된다. IRA 대응 차원에서 아르헨티나에서 포집한 리튬을 국내에서 가공하는 것이다.

포스코 그룹은 광양제철소 내 고순도 니켈 정제공장도 착공했다. 계열사인 SNNC가 페로니켈을 제련 및 탈철 공정(니켈 순도를 20%에서 70~75%로 올리는 단계)을 통해 니켈매트(중간생성물)를 만들고 포스코가 정제한 고순도 니켈을 포스코케미칼에 공급하는 구조다. 앞서 포스코는 뉴칼레도니아 등 니켈 광산에 투자를 단행하고 원료법인인 NMC(니켈 마이닝 컴퍼니)를 세운 바 있다. NMC가 니켈 광석을 제공하면 SNNC가 STS(Stainless sTeel Scrap) 원료인 페로니켈을 양산하는 순환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고객사 손잡고 ‘광물 원산지’ 캐나다·인도네시아 진출=국내에서 자체 생태계를 만들고 있는 양사는 해외에서도 마주한다. 우선 캐나다에서는 포스코케미칼이 선수를 쳤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사(JV) ‘얼티엄켐’을 설립하고 캐나다 공장을 착공했다. 얼티엄켐이 생산하는 양극재는 GM과 LG에너지솔루션 JV ‘얼티엄셀즈’ 공장으로 투입될 전망이다.

에코프로비엠은 포드와 SK온을 통해 캐나다 진입을 노린다. 이미 포드와 SK온은 ‘블루오벌SK’라는 JV를 만든 뒤 전방위적인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북미 공급망 안정화 차원에서 에코프로비엠과도 손잡기로 했다. 조만간 관련 내용이 구체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적인 니켈 생산지인 인도네시아도 같이 간다. 포스코홀딩스는 LG에너지솔루션, 현대자동차, 화유코발트 등과 컨소시엄을 이뤄 현지 진출에 나섰다. 장기적으로는 포스코케미칼도 인도네시아 양극재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 합작 배터리 공장 등에 공급하기 위함이다.

최근 에코프로는 SK온, 중국 GEM 등과 인도네시아 니켈 중간재 생산법인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현지에 니켈·코발트 수산화혼합물(MHP) 생산공장을 짓고 2024년 3분기부터 니켈 3만톤에 해당하는 MHP를 양산할 예정이다. 이들 업체는 향후 해당 MHP 기반으로 한국에서 황산니켈 및 전구체를 제작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편 양 그룹은 전고체전지에서 활용될 고체전해질도 연구개발(R&D) 중이다. 전고체전지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꾼 제품이다. 고체전해질은 구조상 액체 대비 충격 및 훼손 등에 강하다. 칸막이 역할도 맡을 수 있어 분리막을 최소화 또는 제외할 수도 있다. 이는 배터리 무게가 가벼워지거나 에너지밀도를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포스코는 고체전해질 기술력을 갖춘 정관과 JV인 포스코JK솔리드솔루션을 만들었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경남 양산에 고체전해질 공장을 착공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생산능력 24톤을 갖추게 된다. 에코프로비엠은 연내 고체전해질 파일럿 라인을 구축한다. 원료 공급망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고객사 중 한 곳과는 이미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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