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3년째 지지부진 SK하이닉스 vs 2년만에 바이든 초청 TSMC [IT클로즈업]

김도현

- '같은 나라 vs 다른 나라'인데 일정 진행은 더 늦어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12월7일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여당 의원들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등이 경기 용인 처인구 원삼면의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를 찾았다. 최근 용수 이슈가 해결되면서 산업단지 조성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다만 해당 클러스터 완공 시점은 2024년 말에서 2026년 말로 연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12월6일(현지시각)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1공장의 장비 반입식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리사 수 AMD CEO, 모리스 창 TSMC 창업자 등이 참석했다. 1공장은 2024년 가동 예정이다. 이날 2026년 양산 돌입할 2공장 구축 소식도 전해졌다.

한국과 미국에서 같은 날 유사한 행사가 열렸다. 고위 인사가 함께한 것, 반도체 공장 관련 이벤트라는 것 등은 공통점이었으나 전후 사정을 살펴보면 극명한 차이가 났던 하루였다.

◆2025년에서야 착공할 SK하이닉스=용인 클러스터는 기반 인프라 1조7000억원, 산업설비 120조원 등 122조원 규모 반도체 생산 및 연구시설이 들어서는 산업단지다. 산단 내 4개 공장을 짓는 SK하이닉스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 등이 대거 입주할 계획이다.

관련 내용이 발표된 건 2019년 2월. 문제는 3년이 훌쩍 넘어선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공사가 시작되지 못한 점이다. 환경영향평가, 토지 보상 등 절차가 길어지고 지역 주민 등과 갈등이 심화하면서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아직 지장물 및 문화재 조사가 남아 연내 행정 작업을 마무리하기는 힘든 상태다.

내년부터 본공사가 개시하면 내후년 말 산단이 꾸려진다. 2025년부터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입주 업체들이 공장 구축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클러스터 존재가 공개된 지 6년 만에 착공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SK하이닉스의 첫 번째 팹 가동 시점은 2027년이다. 일련의 과정을 고려하면 중간 상황에 따라 양산 시기가 재차 밀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간이 지체되는 동안 사업비도 1조7900억원에서 2조3500억원 수준으로 약 5600억원 불었다. 더 비싼 값에, 더 늦게 반도체 단지를 조성하게 된 것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2년 공백 동안 진화할 D램에 맞춰 시설투자 계획 재수립이 불가피하다.

◆발표 1년도 지나지 않아 착공한 TSMC=TSMC는 지난 2020년 5월 미국 애리조나주에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120억달러(약 15조7000억원)를 들여 5나노미터(nm) 공정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확보하는 게 골자다.

TMSC는 지난해 4월 해당 공장 건설을 착수했다. 발표부터 착공까지 1년도 소요되지 않은 것이다. 나아가 이달에는 장비 반입 기념식까지 열었다. 이날 TSMC는 이 공장의 첨단 공정을 5nm에서 4nm로 향상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깜짝 소식도 공개했다. 미국 투자 금액을 120억달러에서 400억달러(약 52조3700억원)로 늘리기로 했다. 증액분은 피닉스 2공장 설립에 쓰인다. 해당 생산라인은 3nm 공정까지 소화할 수 있게 된다.

TSMC의 광폭 행보에 바이든 대통령은 “(TSMC의 반도체는) 지구상에서 가장 진보된 칩”이라며 “미국에 제조업이 돌아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TSMC는 반도체 산업 ‘게임 체인저’로 꼽기도 했다. 쿡 CEO는 “이제 핵심 칩에 ‘메이드 인 아메리카’가 찍히게 됐다. 앞으로 애플은 TSMC의 애리조나 공장에서 만든 반도체만 사용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TSMC는 미국에 이어 일본 투자도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올해 4월 소니 등과 합작 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이곳은 내년 9월 준공, 내후년 12월 생산 예정이다. 대만언론에 따르면 TSMC는 일본 두 번째 공장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결정적 차이는 범정부 지원=SK하이닉스와 TSMC 사례는 기업보다는 정부 차원의 적극성에 결과가 엇갈렸다. 각각 자기 나라, 다른 나라에서 투자가 단행됨에도 후자가 수년 빨랐다는 점은 두 상황을 더욱 대비시켰다.

참고로 삼성전자 역시 170억달러(약 22조2700억원)를 투입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2공장을 구축하기로 했다. 본격적인 논의가 오간 지 약 1년 만인 2021년 11월 건설을 확정할 수 있었다. 현재는 기초 공사가 한창이다.

우리나라는 ‘국가첨단전략산업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K-반도체법)’이 지난 8월 발의 이래 4개월째 국회에서 공전하고 있다. 용인 클러스터에서 볼 수 있듯 행정 절차 간소화, 지역 갈등 최소화 등에 대한 별다른 대안도 없다. 정 비대위원장이 클러스터 현장을 찾아 “K-반도체법 개정안 통과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얼마나 속도가 붙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반면 미국은 지난 7월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반도체법을 필두로 국내외 기업 유치에 적극 공세를 펼치고 있다. 해당 법안은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25% 세액공제 등 총 500억달러(약 65조5000억원) 규모를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본 역시 68억달러(약 8조9000원) 수준 인센티브 패키지를 조성했다. 일본 정부는 TSMC가 설립 중인 구마모토현 반도체 공장 건설비의 40%(약 4조5000억원)를 보탠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가별 지원책 격차가 향후 자국 내 반도체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미 미국으로 상당 부분 투자가 예고된 가운데 일본, 유럽, 인도 등으로도 신공장이 구축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투자에서 소외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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